왜 진보인사에 실망하면 진보를 버릴까요? 인간은 원래 보수적이라서? / 후보 단일화의 그늘

1.

 

너무 단편적인 관찰일 수 있겠습니다만, 곽노현 교육감 사건 보니 그런 생각이 드네요.

 

많은 분들이 지적하시듯이, 보수진영의 부패에 비하면 사실 이건 깜도 아닙니다. 한명숙 재판이 그랬듯이 막상 재판 들어가서 공개적으로 까발려보면 오히려 검찰의 개삽질일 수도 있고요. 밝혀진 게 다 사실이라고 해도 지금껏 보수진영에서 저질러진 악행과 부패에 비하면 이거 한 방이 진보진영이 훅 간다는 건 사실 말도 안되고 억울할 지경이죠.

 

근데 똑같은 부패사건을 봐도 지지층의 행동이 참 다르더란 말이죠.

 

보수 정치인의 부패 스캔들이 터지면 "아 이 색히 그럴줄 몰랐는데.. 실망인데.." 라고 하면서 '다른 보수 정치인'을 지지합니다.

 

그런데 진보 정치인의 스캔들이 터지면 "진보 진보 하는 넘들도 똑같구만. 대실망인데." 라고 하면서 "진보나 보수나 그게 그거" 라는 결론과 함께 심지어 표가 아예 보수 쪽으로 가버리는 경우까지 생기더란 말이죠. 정말 "그게 그거"면 50 대 50의 확률이니 그냥 진보 진영 찍어도 될텐데?

 

인간은 원래 보수적인데.. 큰 용기를 내서 잠깐 진보에 관심 가졌다가 데이고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걸까요? 아니면 그냥 '진짜' 진보 지지자가 아니었을 뿐? 에효..

 

2.

 

언제부턴가 선거때만 되면 '단일화'라는 이야기가 계속 나옵니다. 그 정도로 한나라당이 무시무시한 힘을 가졌다는 게 참 겁나네요.

 

현실적으로 당선 확률이 거의 없음에도 끝까지 완주하겠다고 하는 정치인이 있으면 그 정신을 칭찬하기는 커녕 오히려 남 좋은 일 시킨다며 욕하는 분위기까지 잡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곽노현 건이 그 단일화의 그늘을 제대로 드러낸 것 같네요. 맞아요. 단일화 과정에서 포기한 사람이 잃은 것들은 어쩌라는? 그동안 쓴 선거비용 등을 보전해주면 이번 건처럼 당장 불법이라고 쇠고랑채워버리고... 그 돈이 소액이라 그냥 정치발전에 기부했다 치고 잊어버릴 금액도 아니고요. 교육감 선거에서 수십억 이야기가 나오면 이거 총선이나 대선은 얼마란 얘긴가요. 결국 공탁금이라도 반환받을 수 있는 지지율을 확보한 후보는 그냥 완주해서 개인의 금전적 손해라도 벌충하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 이번에 확실히 가르쳐주네요.

 

잠깐, 지금 저들이 노리는 게 그건가? ㅡㅡ;;

    • 1. 그거야 진보쪽에서 주로 부패를 공격하고 나오니까 그런거 같고..
      2. 단일화 하지 않고 어떻게 저 거대한 한나라 당을 이기겠습니까...라고 토로하던 곶감동영
    • 1. 이런 가설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진보를 지지하는 이유는 사실상 자신의 계급에 이득이 되어서가 아니라 다른 가치(청렴,결백,정의 등등)를 투영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른바 꼴찌 혐오론이랑 비슷하긴 한데 나는 노동자는 아니지만 노동자의 권익은 존중한다식의 기계적 PC함 같은 것..?
      그런데 그런 근본 가치가 깨지니 어차피 그렇지..? 그럼 나도 순수한 욕망을 좇아서.. 가 되는 거죠. 즉, 계급 착각의 연장선입니다.
    • 1. "진보나 보수나 그게 그거" 하는 사람들은 보통 보수를 찍어주는게 아니라, 아예 투표를 안할겁니다.
      결과적으론 보수에게 이득이 되겠지만요.
    • 1. 그런 사람들은 실제 진보라기보다 상대적으로 진보의 깨끗한 이미지를 보고 지지한 것이겠죠. 진보 지지자가 다 그럴거라고 생각하면 안되겠죠.
    • 근데 청렴,도덕적 결백,정의는 보수의 가치 아닌가요. 그래서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는 얘기도 있고요. 왜 우리는 진보에게 그런 가치를 기대하는지 모르겠네요.
    • 청렴, 도덕적 결백, 정의는 보수의 가치가 아니라 그냥 기본사양이죠.
    • 우리나라에서 진보 지지자들은 다들 똑똑하면서도 약간의 결벽증이 있는것 아닐까요. 최소한 인터넷에서 활약하는 진보지지자들은요.
    • 1.
      그런 사람 별로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애초에 청렴, 결백, 정의, 진보의 깨끗한 이미지를 보고 진보에 표를 줬던 것은 아닙니다.
      그런 것이었다면, 계속해서 상대적 청렴을 비교했을 것이고 계속해서 진보에 표를 주는 게 맞죠.
      그런 사람은 그냥 나는 가수다 경연 보고 윤도현 줬다가 이소라 줬다가 하는 것처럼 투표하는 것입니다. Blue님 얘기처럼 투표를 했다가 안 했다가 하기도 하고요.
      그런 사람들을 반드시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점 덧붙입니다.
      "그런 사람 별로 많지 않다"는 얘기는 나가수 선호도 응답처럼 투표하는 사람이 적다는 의미는 아니고
      그런 사람 중에서 진보에까지 표를 준 사람은 적다는 의미입니다.
      (진보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으로 제한합니다.
      저는 그런 의미에서 곽노현을 진보로 보지 않습니다.
      제가 곽노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일단, 진보정당 공천을 받지 않았다는 전제하에 적은 얘기입니다.)

      3.
      메피스토님 얘기처럼 청렴, 도덕적 결백, 정의는 보수의 가치가 아니라 그냥 기본사양입니다.
      대중들이 기본 사양을 진보에게 보다 엄격하게 요구하는 것은 진보가 스스로를 그렇게 정체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정체화, 보다 엄격한 요구에 대한 호불호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것 같습니다.

      4.
      mad hatter 님이 어떤 의미로 '꼴지 혐오'와 기계적 PC를 비슷하다고 하셨는지 잘 모르겠는데,
      http://www.economist.com/node/21525851
      여기서 말하는 last-place aversion 은 기계적 PC와는 상당히 다른 개념입니다. 전혀 다른 것 같아요.
      이에 대해서는 제가 오해했을 수도 있으니
      혹시 mad hatter님의 댓글이 있으면 읽어보고 나중에 제 생각을 덧붙이겠습니다.
    • 김리벌/ 앞 뒷문장이 섞여서 그렇습니다. '나는 노동자는 아니지만(실제로는 노동자인데)' 이 꼴찌 혐오에서 비롯된 것이란 얘깁니다. 노동자의 권익은 존중한다가 기계적 PC라는 얘기구요. 즉, 착각에 의한 PC함..
    • mad hatter/
      위 이코노미스트 기사의 '꼴지 혐오'는 계급 착각의 의미는 전혀 담지 않고 있습니다.
      (며칠 지나서 100% 확신은 아닙니다. 나중에 다시 읽어볼게요.)
      위 기사의 꼴지 혐오는
      내가 꼴지 앞잡이인데, 꼴지들에게 혜택줘서 꼴지랑 나를 같게 만들어 주는 것,
      그래서 결과적으로 내가 그들과 함께 꼴지가 되는 것은 곧 죽어도 싫다는 성향을 말합니다.
      그런 사람들 중에 계급 착각자가 꽤 있겠지만, 두 개념은 별개입니다.
    • 김리벌/ 음, 저는 같은 계급에서도 굳이 구분점을 두어서 난 저들보다 낫다라고 자위하는 게 꼴찌혐오라고 이해했습니다. 제가 잘못 이해했나 보군요.
    • 예를들어 노동자 계급인식(계급의식이 아님)이 분명한 저임금 내국인 노동자가 외국인 노동자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정책에 반대한다든지 하는 것도 꼴지혐오에 해당됩니다. 그런데 이 예도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상대적 진보에 투표하면 외국인 노동자에게만 혜택이 집중되지 않고 본인도 혜택을 받습니다 상대적 보수가 집권하는 경우 보다 더. 따라서 꼴지혐오 개념은 (특히 차상위 계층이) 자신의 절대적 혜택보다 상대적 지위 특히 꼴지와의 차별성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성향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진보가 집권하면 보수의 경우 보다 꼴지와 자신의 거리가 가까워지는데 그건 절대 싫다는 성향요
    • 따라서 (계급착각자와의 교집합이 아닌) 꼴지혐오자 일반을 멍청하다고 말하는 것은 오류입니다.
      왜냐하면 꼴지혐오자는 자신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그에 부합하는 투표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언표를 내세우는지와 별개로요.
      그리고 기표 오류 가능성의 관점에서 보면
      계급착각자로 보이는 사람도 실은 (멍청한) 계급착각자가 아니라 (영악하고 고집센) 꼴지혐오자인 경우가 많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조금 오버를 하자면..
      "자신의 절대적 이익을 근거로 투표를 해야한다(계급투표를 해야한다)
      그리고 자신의 가치를 정확한 용어로 기표할 수 있어야 한다"
      라는 규범을 지나치게 강하게 확신한 나머지
      계급배반투표자를 오독한 것
      소위 말하는 reverse naturalistic fallacy 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측면에서 절대적 이익이 아니라 상대적 지위에 가치를 부여합니다.
      비경제적 측면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것을 정확하게 정리해서 기표하지 못할 뿐이죠.
      심지어 그런 가치 부여가 무의식 수준에서 작동하여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기도 하고요.
    • 본문의 2에 대해서 생각해 볼 거리도 많은 것 같은데, 1에 대한 논의만 진행되어 조금 아쉽네요.
    • 1.그러게요..저 역시 그 점이 궁금하고 아쉽습니다
      그런데 저 역시 그 점에 실망하고 돌아서게 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아마도 진보는 깨끗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인가봐요
      사실 익명님 말처럼 청렴은 보수의 가치인데 말이죠

      2.저들이 노리는게 그거일지도 모른다에 500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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