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희망버스를 다녀와서
1.
최근 보았던 뉴스 중 가장 반가웠던 것은 조선하청노동자연대에서 한진 사내 하청노동자들을 만나러 갔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희망버스에 참여하면서 비정규직 철폐를 외쳤지만 정작 한진 하청노동자를 만날 수 없었다는 것이 아쉬웠는데 연대의 움직임을 보고 정말 반가웠습니다. 이번 4차 희망버스에서는 조선하청노동자연대에서 조직으로 참여하진 않은 것 같은데 5차 희망버스 때는 그 분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전국의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수가 6만8천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처음부터 비정규직이었던건 아니었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정규직으로 입사했다가 희망퇴직 당하고 비정규직으로 재취업한 경우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 왜 임금은 2배에서 3배까지 차이가 나나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꿈꾼다고 말하면 실현될 수 없는 이상은 그만 외치고 현실을 직시하라는 말부터 북한 가서 살라는 조롱까지도 듣습니다. 불과 몇 년전만해도 무상급식을 외치면 같은 조롱을 듣지 않았었나요? 한나라당 의원의 입에서 무상의료라는 말이 나오는 세상입니다. 아마 비정규직 철폐라는 말이 한나라당의 공약으로 나올 날이 곧 올겁니다.
2.
4차 희망버스에서는 서울 도심에서의 거리행진이 많았습니다. 이틀에 걸쳐 5시간 가까이 걸었으니 짧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시위대 때문에 길이 막히면 경적도 울리고 따가운 눈초리들을 받습니다. 특히 택시기사님들은 시간=수입이니까 화내시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거리행진 때문에 불편을 겪었을 시민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습니다. 도로 점거와 관련해서 개인적인 기억이 있는데 2009년이었을 겁니다. 당시 저는 학생이었고 학교를 가기 위해서 버스를 타고 용산을 지나고 있었는데 용산참사가 있었던 그 곳에서 유족들로 보이는 네 명이 피켓을 들고 갑자기 도로로 나와서 점거하였습니다. 평소의 저라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군'이라고 손가락질하고 지나갔을텐데 그 분들의 눈빛을 보고는 숙연해졌습니다. 피켓의 내용은 기억이 안나지만 제발 한 번만이라도 봐달라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 분들이 원했던 것은 도움이 아니라 관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거리행진을 했던 희망버스 참가자들의 마음도 용산참사 유족들의 눈빛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차 때보다 4차에서 전체 참가자 수도 줄었고, 4차 희망버스에 관한 기사들이 한겨레나 경향신문에서조차 단신 수준으로 처리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관심과 연대입니다.
3.
1차 희망버스에서 들었던 여러 얘기들 중에 잘 이해되지 않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김주익 열사가 2003년에 돌아가시고 김진숙 님이 8년 동안 한 겨울에도 보일러를 틀지 않았다고 하신 것입니다. '보일러를 틀고 푹 자고 열심히 운동하면 되지 않는가'라는 의문이었습니다. 하찮은 제 생각으로는 누가 보지도 않는데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했습니다. 저는 김진숙 님이 그만큼 의지가 강한 사람인가보다 혹은 미안해서 그랬나보다라고 결론을 내리고 말았는데 8월28일자 경향신문에서 이정우 선생님의 <윤리적인 '타자-되기'>를 읽고는 어떤 힌트를 얻었습니다. 한 부분을 인용합니다. '타자를 동일화한다는 것은 곧 내부화한다는 것과도 통한다. 자신의 바깥을 있는 그대로의 ‘바깥’으로 인정하지 않고, 그것을 자기의 내부로 끌어들여 내부화하는 것.' 김진숙 님은 아마도 '김주익-되기'를 실천하셨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김진숙이 될 차례입니다.
우리 모두가 김진숙이다. 내가 바로 한진 해고노동자다. 내가 한진 하청노동자다.
김진숙-되기의 잘못된 사례(농담입니다^^)
4.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사회 문제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일일이 관심을 가질 수도 없고 관심을 갖자니 새로운 문제들이 계속 튀어나옵니다. 김여진 씨가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럴 땐 한 가지 문제를 정해서 관심을 갖고 끝까지 지켜보자는 제안을 하셨습니다. 저는 '희망'이라는 키워드를 정해놓고 꾸준히 관심을 갖자는 다짐을 했습니다. 이 다짐의 좋은 점은 어떤 집회가 있을 때 갈까말까의 고민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집회 이름에 희망이란 말이 써있으면 가고 안 써있으면 안 가면 되니까요^^ 그래서 8월 21일의 희망시국대회는 참여했고 희망버스는 앞으로도 계속 참가할 예정입니다. 9월 3일 제주도 강정마을로 가는 평화비행기는 희망비행기가 아닌게 다행입니다^^;
덧1)
이정우 <윤리적인 '타자-되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8282129015&code=990000&s_code=ao096
덧2)
낙타님이 몸이 안 좋으셔서 새벽에 집에 가셨는데 일요일에 저는 물대포를 좀 맞았습니다. 역시 행운의 낙타님이 옆에 안 계셔서 그랬던걸까요? 믿고 싶지 않은데 그 행운의 사례가 점점 늘어나네요.
덧3)
만났던 듀게분들 모두 반가웠고 다음 집회 때 또 봐요.
청.님! 낙타님이 저하고 비슷한 또래라고 하셨는데 동갑이라면 친구 먹어도 될까요?ㅎ
벚꽃동산 님! 제가 갚을 빚도 있으니 서울에서 5차 희망버스 한다면 꼭 오시길~
후기는 진지한 척하고 쓰지만 사실 집회에서는 맥주 마시면서 정치가 아닌 여러 가지 관심사들에 대한 얘기도 많이 해요. 5차 희망버스에서는 더 많은 듀게분들 만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