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이가 와닿지(?) 않아 괜히 고쳐보고 싶은 단어 있으신가요?

저한텐 "자전거"랑  "혈우병"이 그렇습니다.

 

自轉車는 한자풀이로 스스로 도는 차(수레)란 뜻인데 자전건 물론 잘 아시다시피 사람 발힘으로 새빠지게(?) 돌려야 움직이는 거죠.

이런 근대 문물이 흔히 그렇듯이 자전거도 무언가의 서양어에서 번역된 일제 한자어 自転車에서 온 말로 보입니다.(여기서 마지막 한자 발음이 왜 차가 아니라 거로 읽히는가 이것도 좀 미스테리합니다만) 찾아보니까 영어나 불어는  bicycle, bicyclette로 이륜차二輪車로 옮기면 딱 인데 오늘날 이륜차는 자전거,오토바이를 포함한 두바퀴 탈것이라는 좀 더 넓은 의미로 쓰이고 있고, 그러면

독일어나 러시아어 쪽에서 번역한 건가 싶기도 한데 아직 거기까진 알아보지 않았습니다. 암튼 자전거란 한자짜임의 네이밍 센스는 이해하기 어려워요.

 

중국은 지역마다 용어가 좀 다른데 대륙은 自行車... 로서 자전거랑 별 차이가 없고 (자행차는 키트잖아!)

제일 맘에 드는 게 대만에서 쓰는 脚踏車각답차란 용어 입니다. 다리로 밟아서(가는) 차란 거죠.

 

제가 足力車란 조합을 문득 생각해 봤는데 사람 생각이 비슷한 건지 같은 생각을 한 분이 이미 있다는 게 놀라웠지요ㅎㅎ

http://cafe439.daum.net/_c21_/bbs_search_read?grpid=16hXP&fldid=MGSj&contentval=0001azzzzzzzzzzzzzzzzzzzzzzzzz&nenc=&fenc=&q=&nil_profile=cafetop&nil_menu=sch_updw

 

혈우병(血友病)은 더 괴상하죠.

피 친구 병? 이라니. 어차피 한자 개개의 뜻보다는 혈우병이란 단어를 어떨 때 쓴다는 걸 먼저 배우고 나서

개개의 풀이를 하게 되긴 하는 건데, 암튼 한자 뜻만 보면 괴랄합니다.

이것도 자전거랑 마찬가지로 서양어 무언가의 일제 한자어 번역으로 보고 의학용어의 영향이 큰 독일어를 보니

Hämophilie (altgriech. αἷμα haima „Blut“, gr. φίλος philos „Freund“;) 이렇게 나오네요. 

 

저는 피가 멈추지 않는 병이란 뜻의 부지혈병(不止血病) 정도면 어떨까 싶은데

다행히 이건 구글링 결과 선점자가 없네요! 그래서 제가 멋대로 특허냈습니다ㅎ 

 

PS/  물론 진지하게 바꾸자는 의도는 없습니다ㅋ

    • 자전거는 스스로 굴러가는 차라는 뜻이 아니라(자기가)직접 굴려야 하는 차라는 뜻이에요. 스스로 자라는 단어가 그런 뜻만 있는게 아니거든요. 차와 거의 발음은 정거장을 생각하시면 될 듯 하네요
    • 왜 병명을 이렇게 한거죠
      hemophilia in North America, from the Greek haima αἷμα 'blood' and philia φιλος 'love'
    • philia는 '친구', '사랑하다'라는 의미도 있지만, '...의 경향이 있는'의 의미로도 사용됩니다. 피가 안 멈추는 현상을 표현한 거죠. 그걸 '혈우병'이라고 옮긴 일본인들이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 Mr. Trollope> 그렇군요. 그 비슷한 말을 들었던 기억은 있는데 아무래도 지구 자전같이 자전이라는 말을 들으면 일단 스스로 도는 이란게 연상이 되네요.
      머루다래> 그냥 단어를 낱낱이 토막내서 대표적 의미로 기계적으로 옮긴 직역으로 보면 될 거 같습니다. 흔한 일이지요.
    • rational number > 유리수(有理數)
      유리수는 정수의 비(比)로 표현할 수 있는 수이죠.
      유비수(有比數)가 더 직관적으로 와 닿는 것 같습니다.
      rational 이 ratio (비율 比率) 에서 온 것인데, 比를 따지 않고
      약간 차별화된 의미를 갖는 “합리적 合理的”에서 理를 딴 것이죠.
      "비율로 표현되는 수"를 "합리적인 수"라고 부르는 것이죠.

      그런데, rational 이 ratio 의 형용사형으로 쓰인 다른 용례를 본 적이 없어서 항상 궁금했었죠.
      어원이 같은 것에서 온 것인지 아니면 ratio 와 ration 이 별개의 어원인지..
      전자일 가능성이 클 것 같지만 항상 의외의 우연적 유사성이 있게 마련이니..
      (이 경우 의미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것 같고 - 정수의 비율로 표현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치에 맞다 -
      형태도 매우 비슷한데, 별개의 어원이라면, 정말 놀라운 우연이겠죠.)

      nomppi 님의 글을 보고 이런 걸 확인해볼 수 있는 레퍼런스가 있는지 질문하려고 했는데!
      (대학 도서관의 Oxford English Dictionary 를 한참 뒤지면 알 수 있겠지만, 갈 시간도 없고, 사전 속에서 길을 잃기 십상이니..)

      질문 전에 숙제를 하는 차원에서 검색을 좀 했습니다.

      http://www.merriam-webster.com/dictionary/ratio
      http://en.wikipedia.org/wiki/Ratio
      http://en.wikipedia.org/wiki/Reason

      결론은, 그리스어 logos > 라틴어 ratio > 영어 rational, reason 형태로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라틴어로 넘어갈 때, 말하자면 피타고라스적 관점이 강하게 개입된 것 같습니다.
      위키피디아의 설명에 따르면, 영어로 넘어갈 때, 베이컨, 홉스, 로크 등의 근대 거인들이
      라틴어와 불어로도 저술을 많이 했는데, logos, ratio, raison, reason 을 interchangeable 하게 사용했다고 합니다.

      수학에서 유리수 집합은 흔히 Q 로 표시되는데, 이것은
      quotient (몫, 나눗셈) 에서 온 것입니다.
      http://www.merriam-webster.com/dictionary/quotient
      은 quota 가 quotient 와 어원을 같이 한다고 설명합니다.
      스크린쿼터는 국내 영화의 몫을 보장해 주는 거죠.

      재미있는 것은 ration 이 명사, 동사로 쓰일 때 배급, 할당하다 등의 의미를 갖는 것입니다.
      쿼터와 아주 비슷한 의미이죠.

      덕분에 평소의 궁금증을 하나 해결했습니다.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초심자가 참고할 만한 좋은 레퍼런스 있으면 소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김리벌> 유리수,무리수도 번역의 적절성에 대한 지적과 논의가 있었던 단어로 알고 있습니다. 도움이 되셨다면 기쁩니다.
      사실 제가 관심을 갖고 있는 좀 더 거대한 문제는 근대 이후 한국어로 유입된 신 한자어의 궁극적인 기원을 찾아 그 지도를 그리는 것입니다.
      대부분 일제인 신 한자어를 둘러싼 담론은 일부에서 배척과 우월감,체념,긍정등 다양한 반응으로 표출되고 있는데 저러한 개별 단어의 기원들을 밝혀감으로서 지식의 흐름에 대한 전체 상을 그리면 감정적인 면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 nomppi/ 말씀하신 거대한 지도 그리기는 정말 중요하고, 재미있고, 멋진 일인 것 같아요. 종종 쓰시는 글/댓글 잘 읽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거에요.
    • 김리벌/ 말씀 감사합니다. 혹 그 분야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이탈리아 학자 페데리코 마시니의《근대 중국의 언어와 역사》라는 책이 나와 있는데 한 번 읽어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 단어의 기원을 말하는 게 상당히 신중해 지기도 하고, 근대 중-일간의 복잡한 어휘교류사도 엿볼 수 있습니다. 비슷한 분야에 국내 연구자가 한 분 있다고 들었는데 지금 당장 기억이 안 나네요;;
    • nomppi/ 아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국내 연구자 나중에라도 생각나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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