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슬픔이 있습니다.

 

거기는 지금 밤이죠?

여기는 아침입니다.

한시간 전쯤 남편 출근을 돕고 나서,

고추장에 참기름 떨어뜨려 밥을 비벼 먹었습니다.

 

여기는 오늘 춥습니다.

우리집의 유일한 난방기구인 조그만 스토브를 틀어두어야 합니다.

하늘도 희붐하게 흐려 있습니다.

도시 전체가 희끄무레하게 멈춰 있는 느낌입니다.

거실 창 너머, 저 멀리 도로에 오가는 차들의 불빛만이 움직임을 띄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나쁜 일은 없습니다.

돈은 늘 부족한 느낌이지만 매끼 식사 외에 차 한잔 마실 정도의 돈은 있습니다.

사고싶은 것들을 못 사고 있긴 하지만 그게 어디 저만의 일인가요. 그리고 저번 주에는 비싼 다이어리도 샀습니다.

남편과는 때로 크게 다투고, 남편이 별일 아닌 것 가지고 버럭 화를 낼 때는 그가 몹시 밉지만(제 남편은 다혈질입니다)

그래도 그는 대체로 저를 아껴 줍니다. 남편과 저는 서로를 사랑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의 언어를 알아듣지도, 보고 이해하지도 못하지만

그래서 가까운 상점에 물건을 사러 나갈 때도 용기를 내어야 하지만

벌써 몇 달째 이렇게 살다 보니 그런가보다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제는 숫자도 알아들을 정도의 귀는 틔였습니다.

이곳에서 제 뜻대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지만

배곯지 않고 편안하게 살고 있으니 그것만으로 만족해야지요.

당장 집 밖으로 나가면 추위에 떠는 걸인들 천지인데요.

 

 

그런데도 저는 내내 가라앉은 느낌입니다

기운이 없고 때때로 슬프기도 합니다

지금이 아무리 불만스러워도, 앞으로 살 날들이 지금보다 나으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그러니 남들이 다 좋다 이르는 이 시기를 되도록 즐겁게 보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건 생각에만 머무를 뿐

제 느낌과 생각은 늘 약한 정도의 슬픔에 잠겨 있는 느낌입니다.

왜 마음은 정당한 생각을 따르지 못하는 것일까요.

 

 

 

 

 

 

 

    • 저는 가끔 그렇게 불안하고 낯선 곳에서 좋아하는 사람과 가끔 다투고 화해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저 역시 도망가려 하면 도망 못 가는게 아닌데 말이죠.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에요.
    • 햇빛이 부족한 나라에 가서 하루종일 집에 있다 보면 우울해지기 쉬워요. 실제로 일조량이 부족한 국가의 구성원은 우울함에 자살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꾸준히 일광욕 하시고 산책을 열심히 하시면 기분이 좀 나아질 거예요.
    • 내일이 오늘과 다르지 않고, 더 나아가 무언가 다르다 해도 자신을 다를게 없을 것같은 느낌.
    • 앗, 저라도 우울할 것 같은데.. 말상대가 필요하실 것 같아요. 절실하게.
    • 아비게일/제 느낌을 콕 집어 주셨네요.
      키드/ 새로 이사온 지 두달째인데, 이곳에 친구가 아무도 없어요.
      폰당쇼콜라/ 실은 이 나라가 '햇살'로 이름난 나라인데^^; 지금은 겨울인데다 며칠째 날씨가 우중충하네요.
      오늘 아침은 그나마 좀 환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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