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베넷, 앤 셜리, 조 마치에게 딱지맞은 남정네들

전 이 세 여성의 캐릭터가 영혼의 도플갱어(라는 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같은 느낌을 받아요.

책벌레에 글을 쓰고 독립적이며 진취적인 여성들이라는 점 외에 딱히 공통점이 없는 것 같기도 하지만 뭐랄까...

스타워즈, 수퍼맨, 인디아나 존스의 테마곡을 섞어놓고 듣는 듯한 어지러운 기분이 들어요. (+가끔은 백투더퓨처도 가세)

 

아무튼 이 여성 트리오에게 구애한 세 남정네들 모두 처음에는 딱지를 맞지요.

비참하게, 처절하게, 절망스럽게 말입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리지는 오해를 풀고 다시의 청혼을 다시(?) 받아주고요,

앤 셜리 역시 죽음의 문턱을 오락가락하는 길버트를 보고 그토록 찾아헤매던 내 남자가 요기 있었네잉?하면서 결국엔 웨딩마치를 울리지 않습니까?

하지만 어째서 조와 로리는 이어질 수 없었을까요?

물론 각자 다른 동반자를 찾았다고는 하지만 그 둘이야말로 이상적인 관계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잘 모르겠어요. 사실 불안불안한 느낌도 들고요. 왠지 10년쯤지나서 처형은 내 첫사랑- 따위의 제목을 달고 사랑과 전쟁 538회 에피소드로 방송될 거 같아요. ;;

만약 작은아씨들이 우리나라 드라마였다면 시청자게시판이 작가님 욕으로 열두겹쯤 도배가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분노한 시청자들이 다시 둘을 이어주라며 아우성칠 게 뻔해요.

아, 생각해보니 실제로 동일한 제목과 컨셉의 드라마를 sbs에서 방영했었군요.

고전소설 몇권 읽더니 드라마 작가로 낼름 데뷔하는 둘째 미득이를 보고 퐝당했던 기억이 납니다.

    • 음, 조는 사실 이성애자인 척 하는 게이니까?
    • 전 조가 현명한 판단을 했다고 생각해요. 조 말대로 비슷하게 성질 더러운 사람 끼리 -거기에 추가로 안좋은 쪽으로 미묘하게 스타일이 다른- 결혼 하면 파토날 게 뻔히 보였던게죠.
    • DJUNA/음, 그런 이유라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독일어 교수님을 초이스한 건 이해할 수 없어용.
    • 그럼 베어 교수는 실은 부치 여성.
    • 몰락하는 우유/하지만 다른 커플들도 결코 온화한 성격들은 아니지 않나요? 싸움도 지긋지긋하게 해왔고- 음...
      그런데 조와 로리를 떠올리면 확실히 뭔가 어긋나는 느낌이 있긴 있어요.
      ginger/으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작가가 게이이고 주인공도 게이인데 그걸 드러내고 싶지 않을 경우, 주인공에게 성적 매력이 없는 적당한 이성을 제공해주며 입닦는 경우가 은근히 많아요.
    • 차라리 로리도 여성이고 그래서 조와 로리, 둘이서 역경을 헤쳐나가며 삶의 동반자가 되는 얘기였더라면 더 좋았겠어요.
    • DJUNA/아... 그래서 오만과 편견과 빨강머리앤과는 달리 작은아씨들은 볼 때마다 왠지 헛헛하고 허탈한 기분이 되었던 거군요.
      최근에서야 그렇다는 걸 깨닫고 왜 그런지 궁금했거든요.
    • 조는 게이인 베어 교수와 계약 결혼 후 보수적인 19세기 뉴 잉글랜드의 밤거리를 마차를 타고 누비며 학생들을 모집, 자신이 세운 여학교의 비밀 클럽에서 밤마다 광란의 파티를 벌이고 새로 채용한 영국에서 건너온 전직 배우 낸은 황금색으로 온 몸을 칠한 후 비밀의 트렁크에 모종의 물건을 꺼내...쿨럭.
    • 근데 로리는 세 명 중 가장 여성적이지 않나요? 시어도어란 멀쩡한 이름이 있는데 여성화된 로리라는 이름을 쓰고, 외모부터가 예쁘장하고 이국적이고 손발이 작고 병약한 곱슬머리 소녀 같은 타입. 그래서 프렌즈에서 조이가 조가 남자고, 로리가 여자라고 착각했던 거지만.
    • lemonade/그러게요. 하지만 세 남자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이 소년 테디여서. ㅠ
    • 모종의 물건은 낸 대신... 음,19금이군요.
    • ginger/뭔가 점점 여성향이 되어가는 느낌이... ㅋㅋㅋㅋ
      DJUNA/악! 프렌즈에 그런 에피소드가 있었군요! ㅎㅎ 어? 근데 그렇다면 오히려 로리를 택하지 않았을까요?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조는 아무와도 결혼하지 않았다- 라는 게 최선의 결말이었을 것 같아요.
    • 실제로 올콧도 죽을 때까지 독신이었죠.
    • 찾아보니 세 작가중에 결혼생활을 했던 건 몽고메리 여사 한분 뿐이네요. 그래서 시리즈가...?
    • 저도 주인공 성격이 비슷한것과 제대로 소설을 읽지 않고 스토리만 알고 있어서
      '작은아씨들'과 '오만과 편견' 항상 구분이 잘 안되었는데,
      남주(로리가 남자주인공 맞..겠죠?)와 여주가 성사가 되냐 안되느냐를 가지고 구분하곤 했었습니다.
      지금은 영화들을 봐서 구분이 되지만...
    • brunette/원래는 얌체에다 여우 같은 에이미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커서는 로리와의 결혼 때문에 안쓰럽게 여겨지더라구요. 딴 건 몰라도 현명한 아이인데 왜 하필 언니한테 목매던 남자랑- 아, 현명해서인가?
    • NARI*/불평을 덧붙이자면 사실 작은아씨들의 모든 커플에게서 어딘가 어긋나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갑갑해요. 쓰다보니 이게 다 조가 로리를 안 받아줘서 생긴 일-이라는 생각까지 드네요. ㅎ
    • DJUNA / 조와 낸도 은근 잘 어울렸을 것 같기도 해요.

      조 마치는 세상에 많은 말괄량이 톰보이 여자애들, 독립적으로 자기 커리어를 가지고 살고 싶던 여자애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롤모델이었는데 순순히 로리랑 결혼해서 애 낳고 재벌 마누라로 살았다면 실망했을 거에요. 아무리 로리가 귀여워도 그건 안됩니다. 별 매력 없는 베어 교수는 별로 인물이 발전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그냥 옆에 갖다 놓은 폭신한 곰인형 느낌이어서 괜찮았죠.
    • Louisa May Alcott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을 "여성의 몸에 들어간 남성의 영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답니다. 로리는 유럽에 체류하면서 잠시 만났었던 연하남 폴란드 시인 Ladislas Wisniewski를 모델로 했다고 말했다는군요.
    • 물론 그 낸도 있지만, 작은 아씨들 속편에 나온 낸도 있잖아요. 조와 판박이인데 의사가 되어 독신으로 살아가는.
    • 으음, 젠더나 섹스 문제라고는 생각 해 본 적이 없는 데 재미있네요.
    • 과연... 듀게 덕분에 조가 로리를 거부한 이유는 충분히 납득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워요. 조가 로리에 대해 한번이라도 각성(?)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어요. 막내 여동생과의 결혼으로는 부족했던 것일까요?
    • 라디슬라스의 이야기는 로리의 모델을 밝히라는 독자들의 요구에 진력이 나서 올콧이 반쯤 만들어낸 것일 가능성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 그러고 보니 원래 사회주의 소설이었는데, 여자주인공이 막판에 재벌2세를 만나 마나님이 되는 것으로 끝나는 키다리 아저씨도 있지요. 그 때문에 속편엔 등장시킬 수가 없어서 친구를 대신 데려와 주인공으로...
    • 이쯤에서 적당한 조가 로리의 청혼을 거절하는 장면...

    • 그런데 키다리아저씨는 딱지를 맞지 않았던가요? 그러고보니 주디도 저쪽 그룹에 들어갈 자격이 되는군요.
      가시돋힌혀/얼마전에 1949년작을 보니 딱지맞은 로리가 지옥에 간다고 소리를 지르면서 퇴장하던데요. 강렬했어요.
    • 그래도 끝에 결혼해서 세계여행도 하며 랄라거리며 살잖아요. 그러는 동안 샐리는 성미 고약한 홀아비 의사랑 고아원 운영하느라 정신이 없고...
    • 하긴 조의 학교에 조2인 낸이 있었네요.

      키다리 아저씨는 한국에서는 재벌의 이모 삼촌 조카 및 재벌집 하인들과 주주 이사 기타 등등이 모두 '이 결혼 반댈세'를 외쳐댈 결혼으로 끝났죠. 사실 이 소설은 여러 흠에도 불구하고 그 유머가 너무 좋았어요.
    • 일인칭 서간소설인데 본편과 속편의 화자가 너무 닮아서 그게 걸렸죠. 심지어 편지에 그린 그림까지 스타일이 똑같다니.
    • 로리와 조는 못이룬 사랑이 아쉬워 나중엔 결국 바람을 피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 있어요. (막장드라마군요.)
    • 상관없는 얘기지만 키다리 아저씨와 속편은 사회주의 뿐 아니라 진화론이나 우생학에 대한 당대의 공부 열심히 한 사람의 시각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 특히 속편이 그런데 그래서 조금 오싹하게 느껴지기도 하죠.
    • 그러게요. 속편은 소재 때문인지 본격적으로....
    • 로리가 에이미와 되는 것엔 전혀 불만없었어요. 원래 조는 매기를 로리에게 시집보내주고 싶어한데다, 조에게는 매기와 에이미에게 있었던 허영과 신분상승욕구가 없었죠. 결정적으로 에이미가 예쁨! 매기도 예쁘단 묘사가 많이 나오지만 그녀는 연상이니, 어리고 예쁘고 애교많은 에이미 낙찰. 전 로리도 조와 결혼안하길 잘했다싶었을 것같음요. 조+로리 라면 인형의 집 한판 찍었을듯
    • 저는 코코미님의 막장드라마론이 끌리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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