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




예고편 그림이 마음에 닿아서 MBC광복절 특집극 '절정', 챙겨 보고 있는데

역시나 예고편과 본편의 관계는

빵집 문으로 풍기는 빵냄새와 내 입 속의 빵 한 덩어리와의 관계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빵 냄새에 홀려 빵집으로 향할 때 상상하는 것 만큼은 아닐지라도 빵은 맛이 있긴 있고

예고편의 아우라만큼은 아니지만 드라마와 영화들은 재미있고 그렇죠.



이러나 저러나,

시가 너무 좋습니다.

이육사 님도 참.



절정(絶頂)


이육사


매운 계절(季節)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北方)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디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 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떡 본 김에 '청포도'도 오랜만에 찾아 봤는데 어이코야,

어찌 저런 표현들을 쓰셨답니까.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청포도(靑葡萄)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시를 읽는 것 만으로도

포도를 따며 포도 알알이 손이 젖어 시어지는 것 같아요.

하하. 이육사 님도 차암...








    • 절정 얘기하러 왔는데 마침 글이 있네요. 예고편도 못봤고 하는지도 몰라서 기대가 없어 그런지 재미있게 봤습니다.



      감방 벽에 열리는 창문과 그 밖으로 보이는 절정의 세계, 북경 감옥에서 어릴 적 자신과 재회하는 장면 굉장히 좋았어요.



      아.. 열심히 살아야겠어요.
    • 이육사님 하면 성함갖고 교과서에 장난쳤던 죄송한 기억이 나네요.
      '이=육-사'로 낙서를 하곤 했죠.

      시 좋네요.
    • 절정하니 문득 떠오르는 시



      미완성이절정이다 - 이브본느프와



      파괴하고, 파괴하고, 파괴해야만했다 구원은그댓가로써만이루어졌다



      대리석속에떠오르는벌거벗은얼굴을파괴할것 모든형태의아름다움을파괴할것



      완성이란하나의입구이므로완성을사랑할것 하지만알게되면곧그것을부정할것 죽게되면곧그것을잊어버릴것



      미완성이절정이다
    • 레사/저도 '이만한 광복절특집극이면 아아 좋구나~' 하고 ^_^
      자본주의의돼지/'이=육-사' 라니. 오랜만에 보니까 빵 터집니다! 큭큭
    • 전 요샌 정말 중이병에 쩔어있는듯



      근데정말 한발 재겨 디딜곳이없네요 ㅠ
    • 자본주의의돼지 / 저도 교과서로 수많은 장난을 했지만 저 생각까지는 못했네요. 개그센스가 남 다르셨네요.
    • 세상에서가장못생긴아이/감성과 중이병은 그저 한 발짝 차이인 것 같아요. 제가 세상- 님의 '요새'를 잘 몰라서 괜시리 궁금해 최근 쓰신 글을 몇 개 살짝 찾아 보았는데 감성적이고 좋은 걸요. 사진도 좋고 : )
    • (바낭) 교과서로 하던 장난 중에 페이지 구석에 그림을 그려서(졸라맨 스타일로,) 좌라락 넘기면 애니메이션(!)이 되던 그 장난을 제일 좋아했었는데. 후훗;
    • (시간) - 윤동주


      거 나를 부르는것이 누구요.

      가랑닢 입파리 푸르러 나오는 그늘인데,

      나 아직 여기 呼吸(호흡)이 남어 있소.

      한번도 손들어 보지못한 나를

      손들어 표할 하늘도 없는 나를

      어디에 내 한몸둘 하늘이 있어

      나를 부르는 것이오.

      일을 마치고 내 죽는날 아츰에는

      서럽지도 않은 가랑닢이 떠러질텐데

      나를 부르지마오.
    • 어차피 만드는 거 돈 좀 더 쓰지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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