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맑고 일 배우는 게 느린 직장후배는 어디나 있나봐요;; 얼마 전에 친구랑도, 그 전에는 전 회사에서 같이 일하던 다른 회사 과장님하고도 그런 얘기를 했는데요;; 그나저나 정말 꼼꼼하게 가르쳐주시는군요. 전 제가 그렇게 못해서;;; 저랑 일하는 친구는 일년쯤 같이 일하고 나니 많이 좋아졌어요.
저도 비슷한 인턴을 받아 4월부터 지금 이때까지 똑같은 걸 반복해서 가르치고 있어요. 다행인지(?) 전 이울진달님보다 훨씬 냉정하고 싸가지가;; 없는 편이라서 얼굴 굳히고 '니가 한 일은 쓰레기다, 내가 혼자 한것보다 훨씬 못한데다가 내가 널 보조하려니 내 시간마저 빼앗긴다, 고로 너랑 나랑 같이 한 일의 효율은 현재 마이너스다,이렇게까지 반복해서 알려줬는데도 못하면 너 이 일이 적성에 안 맞고, 팀한테(특히 나한테) 피해만 끼치는 것이니 당장 관둬라!' 라고 몇번 일갈했더니 그래도 제 눈치는 봅니다 =_=;;;;;
꽤 이쁘장하게 생긴 친구라 남자팀원들이 대부분인 저희 팀에서 호감도가 높은 편인데, 다른 팀원들은 제가 저 친구를 들들 볶아 잡는 줄 알아요.일도 엄청 많이 준 줄 알고요.. 허허 참. 자기 일 처리 못해서 다른팀 인턴들 칼퇴근 하는데 혼자만 6시에 퇴근 못하고 동동거리고 있으면 되게 불쌍하다는 듯이 다가와서 QQ씨 일이 제일 많네~ 이렇게 위로해주고 가서 제 복장을 뒤집죠. ㅎㅎ 사실은 지금껏 거쳤던 인턴들의 70% 정도의 업무밖에 (그것도 허덕이면서 & 저의 보조를 받으면서) 하고 있지 않아요. 넉달동안 제가 뺑이를 돌려서 일 솜씨는 뭐 개미눈물만큼 나아졌는데 이 친구 경우엔 인턴이고, 연말까지만 일할 거라서 쉬운 업무만 주는 걸로 전략을 선회해서 나아진 것처럼 보이는 것 뿐이죠.
글만 읽어도 이울진달님의 고충이 느껴저서 정말 진심으로 애도를 드리고 싶습니다. 전 이 친구 입사하자마자 한달동안 반복해서 왕 친절하고 상냥하게 가르쳐주며 시켜보다가 영 이해력도 떨어지고 집중력도 떨어지고, 열의도 없는거 같길래 - 딱 두달째 되던 날에 싹 안면을 바꿔서 좀 대놓고 무시를 해줬거든요 (이건 일주일째 하는 건데 왜 틀렸지? 저건 내가 오전에 얘기한대로 안돼있는데 QQ씨는 내가 말할때 집중해서 안 듣나보지?) 그렇게 석달 넘어가니 자존심 상했는지 쪼오금 나아지더군요. 하지만 여전히 남들 1시간에 할 업무를 7시간 걸리는 건 여전합니다. 그냥 그렇게 타고났나보다 하고 어느정도 포기했어요. 인턴 성과평가는 제가 하는데, 이 친구는 당연히 아웃입니다. 착하고 성실하게 보이고(?) 용모도 단정하고 다 좋은데 일을 못하니 어쩔 수가 없어요. 전 상전을 모시고 살고 싶지 않거든요.
댓글 주신분들 감사합니다..그런데 역시 별 뾰족한 수는 없는건가 싶네요. 이 친구는 심지어 이 일의 (복수전공이긴 하지만) 전공자 입니다. 문과에서 이과 정도로 아예 다른 일도 아니고, 이 일을 꿈으로 삼아서 복수전공을 하고, 배운 건 없는 것 같지만 인턴 경험도 있어요. (그게 더 신기하고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의 실수를 커버쳐 주지 않으면 일이 진행이 안됩니다. 지금 어떤 업무의 전체를 맡긴 게 아니라 아주 일부만 맡긴 것이라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가 없고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냥 넘길경우 이정도 급의 실수라면 계약이 끊어지는 사태가 발생할 것입니다. 가장 기초적인 단계이고 기계적인 일인데 아예 데이터 자체가 잘못되거든요. 꿈이 이쪽 업종이라 하여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해 보았는데..댓글들 보다보니 역시 냉정해지는 게 맞겠군요.
익염/ 회사는 학원이 아니라서, 신입사원 배우라고 계약 끊어지는 걸 감수할 수 있는 조직은 아니지요. 그래서 커버는 쳐주는데(저인들 원해서 그러겠습니까), 제가 커버쳐주는 거 자체가 본인이 틀렸다는 얘기인데, 손실이 나고 회사가 뒤집어져야 실수했구나 라고 생각하는 거라면 문제가 더 큰데요.
듣기만 해도 식은땀이 납니다. 일단 저라면 신입에게 리뷰까지 시키고 오류가 발견되면 쥐잡듯 잡습니다. 뭐가 틀렸는지 다 발견할때까지 잡습니다. 퇴근이나 주말같은건 알아서 해결하라고 내버려 두고, 도와주거나 설명해주는것은 그만둡니다. 설명 한번 해서 모르는 사람은 두번해줘도 모릅니다. 그냥 남의 설명을 흘려듣는겁니다. 자기가 아하, 하고 알아야 하는타입. 적응해서 일을 할수 있게 되거나 나가겠죠. 저도 멍때리는 밝은 직원두고 밥숟가락에 밥얹어줘가며 가르쳐본적 있는데 받는 사람은 그게 고마운줄 모르더군요. 나는 잘할수 있는거니 좀 해도 되고 자기는 모르는거니 대충하고 마무리는 제게 맡기면 된다는 식이죠. 좀 잡다 보면 긴장해서 발전하는 사람도 있고, 포기하고 나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좋은 상사는 못하는 사람을 잘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안될 사람을 빨리 걸러내는 거라는걸 알았죠. 어차피 못하는 사람은 못합니다. 제 경우 후임 하나는 정말로 약한 난독증이 있어서 정말 병적으로 숫자를 바꿔쓰는데 본인은 그게 문제라고 생각을 못하더군요. 상사 방번호 세자리를 바꿔 전달할 정도였습니다. 아마 어떤종류의 ADHD일것 같은데 남들보다 훨씬 노력해야 남들만큼 할수 있을겁니다. 잘해주고 고쳐주면 평생 안바뀝니다. 좀 무섭게 하셔야해요.
이울진달 / 근데, 이울진달님이 회사 사주거나 차기 회사의 사주가 되실 분이신가요? 회사의 계약이 끊어짐을 왜 걱정하세요. 그건 그 친구를 뽑은 사주나 간부급이 자신들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할 문제인게죠. 그 친구도 자기의 실수가 어떤 결과가 나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게 장기적으로 보면 그일을 하고 싶어하는 후배를 위하는 일이에요. 회사에 손해를 입히면 사수인 님께서 조금 귀찮겐 되겠지만 FM대로 하셨고 지금까지 하신걸 봐서는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없겠네요. 그리고 솔직히 그래도 회사는 별 문제 없이 또 다 잘 알아서 굴러갑니다. 그게 바로 회사란 조직 아니겠습니까?
저희 회사 부사장님하고 사장님은, 신입때는 라인몇번 끊어먹어야 큰다고 가끔 말씀하세요 물론 라인끊어먹으면 진짜 큰일이지만, 그래도 신입이나 처음들어온사람이 그럴수 있다는것도 어느정도 아시고, 또 그렇더라도 회사라는 조직이 함께 감내할수 있다는 점도 알려줄려고 하시는거 같아서, 이울진달님의 신입에 대한 의견에 저는 조금 다른생각이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졸려님 댓글을 보다보니 제 성격도 문제인 것 같아요. 저는 제 손을 거쳐가는 업무에 대해서 대충 이라든가 이정도면 하고 넘기지를 못하는 타입입니다. 제가 후배에게 이렇게 고민하며 가르치려 한 것은, 후배를 가르치는 것도 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요. 딱 한번, 너무 너무 바빠서 이를테면 약 30% 정도 후배를 믿고 넘긴 적이 있는데 난리가 났었죠. 다른 업무도 있는데, 만회하는 것도 살인적인 스케쥴이었어요..다른 문제와 겹쳐서 더 그랬기도 하지만요.
모두 감사드립니다. 아웃풋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기, 책임을 지도록 하기, 계약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업무 주기, 안되는 사람 빨리 걸러내기 등 당장 적용은 하지 못하더라도 앞으로 계속 참고할만한 좋은 댓글들이 많아서 도움 얻었습니다. 앞으로 새로운 후배를 받았을 때에도 계속 기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