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까지 할머니와의 대화.

심심해서 글로 옮겨보니 이상하게 웃기네요. ㅎㅎ;;

 

이하 말투는 평소의 제 말투가 아닌 할머니와 대화시에만 나오는 말투입니다;; 표기는 어찌해야하는지 몰라 그냥 들리는데로...

 

 

할머니:뭔 마늘씨를 까고 앉았냐.
나:가게서 까놓으리야.
할머니:시방?
나:잉. 내일 아침부터 써야 한다고 혀서.
할머니:깔 줄은 알간?
나:그냥 식칼 갖다가 까면 되는거 아녀?


5분 후
나:할매. 이거 어떻게 까?
할머니:일로 와 봐. 근데 뭘 이렇게 많이 갖고 왔어.
나:그래도 가게서 쓸 긴데 두 접은 까야 안하겄어?
할머니:하이고. 한 접 깔라문 한나절을 까야혀.
나:그려? 그냥 볼 때는 두 세시간이면 다 깔 것 같은디.

 

30분쯤 후
나:하따 그냥 까면 되는 줄 알았는디 이것도 겁나게 어렵네잉.
할머니:어디 쉬운 일이 있는 줄 아냐. 이게 얼마나 대간한 일인디.
나:긍게 말이여. 손도 겁나게 쓰라리고 말여.
할머니:손이 얼마나 애리다고. 잠깐만 있어봐.

 

부스럭 부스럭.
나:뭔 밴드여.
할머니:이거 요렇게 두르면 안 애리고 할 만혀. 이렇게 손가락에다 감싸면.
나:ㅇㅇ.
할머니:영인 엄마는 어떻게 하는 줄 아냐. 고무장갑 있잖여. 그걸 위에만 똑 잘라갖고 낑궈서 마늘씨 까드라.ㅋㅋㅋ
나:ㅋㅋㅋ 바늘질 할 때깜시롱?
할머니: 잉 ㅋㅋㅋ

 

나:하따 근데 겁나게 안 줄어드네잉.
할머니:원래 마늘씨는 하룻밤 물에 푹 담궛다가 까야하는거여.
나:그럼 잘 까지간?
할머니:그려. 얼매나 잘 까진다고. 그리고 이거 마늘이라고 사 온거 봐라. 요래 찌끄만거는 더 까기 힘들어. 동글동글하니 큼직한 게 훨씬 잘 까지지.
나:그려.
할머니:잉 그려.

 

할머니:근데 비가 징그랍게 온다잉.
나:긍게. 찬수(가명)는 언제 온디야?
할머니:15일이나 온댔나. 19일이랬나.
나:금방이네?
할머니:뭘 금방이여. 왔다 바로 간다드만.
나:군인잉게 ㅋㅋㅋ
할머니:대간하겄다. 비가 점드락 오니께. 욕본다 욕 봐.
나:내일도 비 온다드만.
할머니:그래도 곧 그칠 것이여.
나:어찌 알어.
할머니:사람 많이 죽었으니께 곧 그칠 것이여. 원래 큰 비는 사람 많이 죽어나가야 멈추는 것이여.
나:에이. 뭔 소리 하는겨...;;
할머니:어디 봐라. 보면 알지.

 

할머니:근데 요기 앞집 있잔여.
나:어디. 요 앞에 2층집?
할머니:아니, 거기 말고. 쪼 앞에 있잖여. 부엌 앞에.
나:아. 거긴 뒷집이지.
할머니:하여간에.
나:ㅇㅇ
할머니:그 집 아들 있잖여.
나:ㅇㅇ
할머니:일도 안하고 맨날 집에서 놀면서 그 집 할매 얼마나 속썩이는가. 하이고.
나:몇 살인디?
할머니:한 50줄 먹었나. 니 아빠보단 어리다데.
나:근데 그 양반이 뭐.
할머니:저번에 설거지 하다 보니께.
나:ㅇㅇ
할머니:담장 앞에서 하드 먹고 있다가.
나:ㅇㅇ
할머니:다 먹으니께 담장 밖으로 쓰레기 던지드라ㅋㅋㅋ
나:ㅋㅋㅋㅋ
할머니:한 두 번이 아녀. 뭐 먹기만 하면 밖으로 던져 ㅋㅋㅋ
나:ㅋㅋㅋㅋ

 

나:인제 그냥 들어가 자. 내가 알아서 깔 텡게.
할머니:아녀. 좀만 더 까고. 너 혼자서 이거 다 못까. 마늘씨 까기가 얼마나 대간한 일인디.
나:근디 아까도 양로당 갔다 왔스?
할머니:ㅇㅇ
나:가면 뭣 헌데.
할머니:뭣 허긴. 밥도 먹고. TV도 보고. 얘기도 하고. 
나:집 밥보다 맛나간?
할머니:ㅇㅇ 얼매나 맛나는디.
나:뭐 해먹는디.
할머니:집에서 반찬도 갖고 오고. 가끔 돌아가면서 돈도 내고 해서 맛있는거 해먹지. 
나:ㅇㅇ
할머니:그리고 읍사무소서 돈도 주니께 그걸로 뭐 시켜먹기도 하고.
나:뭐 시켜먹는디?
할머니:닭도 시켜먹고 짜장도 시켜먹고.
나:잉? 근데 왜 집에서 내가 시키면 안 먹는겨.
할머니:난 통닭 맛도 없더라 야. 니끼(느끼)하니. 난 그거 뭔 맛으로 먹는가 모르겄어잉.
나:ㅎㅎ;;
할머니:난 신 것도 잘 안먹어. 단 게 좋드라.
나:ㅋㅋㅋ
나:그리고 또 뭐혀?
할머니:뭐 허긴. 화투도 치고 동네 약장시(약장수)들 오면 구경도 가고.
나:약장시?
할머니:가면 재밌어. 볼 것도 많고. 공짜로 휴지도 주고 라면도 주고. 
나:근디 그런 데에 가서 뭐 안 사면 장사꾼들이 눈치 안 주간?
할머니:눈치 주지.
나:근디 뭐 사온 적은 한 번도 없잖여.
할머니:다 뻥인거 아는디 뭣 허러 사. 뉴스 보니까 그거 다 그냥 맹물이라더라.
나:뭔 약인디?
할머니:몰러. 들어보면 뭔 암도 고치고 다 한디야.근디 그거 파는 놈은 삐쩍 골았드라 ㅋㅋㅋㅋ 
나:ㅋㅋㅋㅋㅋ
할머니:ㅋㅋㅋㅋㅋ

 

할머니:시방 몇 시냐.
나:어디 보자. 10시 다 됐네.
할머니:그만 까자. 접새기(접시)나 다라이(대야)하나 갖고와. 다 못 깐 거 따로 담아야지.

 

나:여기.
할머니:몇 개냐 세 봐라.
나:40개 쯤 되는디.
할머니:반 접 좀 더 깠네. 하이고 징그랍다 징그라.
나:긍게 말여 ㅋㅋㅋ 내비두요. 이따 바닥은 청소기로 밀라니께.
할머니:ㅇㅇ손 애리니께 비누로 빡빡 씻어라잉.
나:넹 ㅋㅋㅋ

 

 


 

    • 아...이거 스크랩해놓고 보고 보고 할래요!
    • 아코 훈훈하네요. 연재하세요 ^^
    • 재밌으면서 따뜻하기까지 하네요. 저도 스크랩!
    • 아이고, 재밌게 읽었습니다. 연재하세요^^2
    • 김유정 소설 충청도 버전 보는 것 같네요.
    • 저도 읽어 내려오면서 스크랩 해야겠다 했는데 저 뿐만이 아니었네요.
    • 올리면서도 혹시 나만 웃긴건 아닌가 했는데 다행입니다 ㅎ
    • 읽으면서 저절로 미소가... :-D
    • 할머니가 충청도에서 전라도로 시집오시긴 했는데 저 말들이 충청도에 더 가까운가봐요? 전 사투리 쪽은 잘 몰라서...
    • ㄴ모르겠어요. 했당게,긍게,~하니께 등은 주변 친구들도 자주 쓰기 때문에 전라도 쪽인 게 맞는 것 같은데 나머지는 ㅎ. 적당히 섞어 쓰시는듯 해요. 열 아홉에 할아버지랑 결혼하셨다니. 참고로 전 전북 삽니다.
    • 어떻게 하는 줄 아냐-> 어떻게 허는 중 아냐(하는 '줄' 못하세요.ㅋ) 빼면 몇대째 전라도분인 저희 할머니와 빼다 박으셨습니다!! ㅎㅎ
    • 아하하 음성지원되는 글이에요>.< 잔잔하게 재미있네요. 마늘 냄새 오래 갈텐데 고생하시겠어요
    • 와, 근대 한국소설 보는 것 같아요. 부럽네요.
    • 전라도 사투리 맞네요.
    • 큰비는 사람많이 죽어나가야 그치는 것이다..라는 말이 인상적이군요. 노인들이 저런 주술적인 말씀을 하실때는 뭔가 신비한 원형을 보는 것 같아 흥미롭습니다.
    • 그거 파는 놈은 삐쩍 골았드라 ㅋㅋㅋㅋ
    • 아 이게 전라도예요? ㅎㅎ 저도 한국소설 읽는거 같네요

      봄봄 ㅎ
      • 아 봄봄이 아니라 동백꽃 ㅎ
    • 충청도에서 군생활 했는데, 충청도사투리 냄새도 나요 ㅋㅋㅋ 충청도 인증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6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1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8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8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7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3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