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삶에 대한 존중

좀전에 sbs에서 해주는 백원만 할머니의 진실과 거짓, 같은 류의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구리에서 백원만 달라고 구걸하는 걸로 유명하다는 할머니가 실은 부자라는 소문이 돌고, 그 소문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파헤치는 프로였는데요.

소문과 달리 할머니는 쓰레기더미 반지하에서 살고 있었고, 사고로 뇌가 다친 작은 아들을 위해 돈을 모으고, 사람들이 주는 쓰레기를 모으며 아들을 낫게 해달라고 기도하시더군요.

끝까지 보지 못해 어떻게 결론이 난 건지 모르겠지만, 소문은 사실이 아니였고, 할머니의 구걸은 작은아들을 위해 시작되었지만 결국엔 그 할머니의 삶이 되어버린 것 같더군요.

그저 이제까지처럼 쓰레기 더미에서 살면서 구걸하고 싶다는 할머니를 보면서 여러 생각이 스칩니다.

처음에는 어휘력도 좋고, 말씀도 정확하게 하셔서, 많이 안타까웠어요. 연세도 적은 편은 아니지만 고령화 사회임을 감안한다면 다른 일을 못할 정도는 아니였고요.

그래서 저 쓰레기 더미에서 나오게 해서, 작은 아들이 이미 기초수급생활자로 정부에서 지원을 받고 있음을 알게되면 할머니의 삶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어떻게해서든 저 곳에서 할머니를 나오게 해서, 따뜻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할머니를 살 수 있게 해야하는 거 아닌가 하고요.

하지만 프로그램이 끝나갈수록 계속해서 이제까지처럼 삶을 살게 내버려 달라고 요구하는 할머니를 보며, 타인의 삶을 존중한다는 게 무엇인지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타인의 삶에 대한 존중이란, 규격화된 사회에 맞춰진 틀에 넣는 거 아닌가 하고요.

그 틀에 벗어난 건, 일반적이지 않은 것, 좀 더 차갑게 말하자면 정상이 아닌 것으로 분류하고 정상에 맞추어야한다고 요구하면서 폭력은 휘두르는 건 아닐까 하고요.

다름을 인정못하고 있다는 생각이요.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게 맞는 거 아닐까, 게다가 할머니는 너무나 정확하게 당신의 삶을 요구하고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지금 백원만 할머니의 삶을 그대로 존중해야 맞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생각할수록 타인의 삶을 존중한다는 게 어떤건지 모르겠습니다.

상대방을 위해서 변화를 요구한다는 생각 너머에는 결국 내 자신의 생각틀을 반영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비단 백원만할머니뿐만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인간다운 삶이라는 명목하에 벌어지는 일들이, 다름에 대한 이해없이 규격에 구겨넣기 위한 포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요.

    • 네..타인존중과 방치의 균형을 잡기가 힘든건 알지만, 모 종교처럼 타인을 돕는다면서 자기 신념을 구겨넣는 인간들이 너무많죠..; 인간다운척하면서 비인간적인 행태를 벌이는 사람들은 더하고 대부분 잘 삽니다.
      어차피 어딜가나 일정 규격이란게 존재하지만 1그람과 미리만 벗어나도 죽을려고 난리치는 사람들만사는것 같아요
      가끔보면
    • 상대방이 원치 않는 호의는 호의가 될 수 없죠. 할머니가 지금의 생활을 원하시면 그대로 두는 게 맞고요. 비슷하게 맥도날드 할머니도 그만 좀 괴롭혔음 좋겠다는 생각이...
    • 동의하지 않습니다. 방송을 보지 않아 방송내용을 대상으로 구체적으로 얘기하긴 어렵지만, 그 할머니가 쓰레기 더미에서 살면서 구걸하며 사는게 단순히 그 할머니 삶에서만 끝나는건 아니겠죠. 구걸행위는 자신이 좋든싫든 타인에게 불편함을 주고, 그렇게 어렵게 얻은 돈이나 쓰레기가 같이 사는 아들의 생활유지나 치료에 어떤 도움이 될까요.
    • 이 주제의 대상이 내 자녀, 특히 성인이 되기 이전의, 양육이 필요한 자녀인 경우에도 참 어렵더라구요.
    • 저도 그 방송을 보았는데요. 제가 느끼기에는 그 할머니가 구걸에 중독된 상태가 아닌가 싶었어요.
      구걸로 얻은 돈이 실제로 아픈 아들의 치료에 도움이 되고 있던 것도 아닌 듯 하던데..
    • 타보/그런가요 ㅎㅎ 살면서 점차 모르는 일만 많아져요.
      숲으로/네 맞아요. 갑자기 좀 명확해졌어요 ㅎㅎ
      메피스토/말씀하신 그 부분이 바로 우리가 만든 규격화에 대한 답습 아닌가 싶습니다.
      brunette/이 경우는 정말 어려운 거 같아요. 부모의 역할은 어려움 투성이지만 이 경우가 제일 큰 난관이 아닌가 싶어요
      오리젠/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데 그 중독이라는 표현도 사회가 정의내린 것이니, 그 분의 삶을 중독이다로 규정하는 건 우리들의 오만이 아닌가 싶기도 해서요.
    • 그 분의 삶을 존중해야할지 말아야할지에 대해선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분은 길에 있는 사람들의 권리를 제대로 존중해 주시지 않죠..
      맥도날드 할머니는 적어도 맥도날드 매장 말고는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백원만 할머니는 길 다니는 사람들을 괴롭힌다?는게 차이점 같아요.

      이렇게 말하면 꼭 서울역 노숙자를 다 없애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 같..지만
      백원만 할머니 보셨으면 어떤지 아실거에요.
      건널목 건너려고 서있는 사람들 잡아당기며 구걸하시는 분이기에...
      그렇기에 유명해진 분이시기도 하구요.

      타인의 삶을 존중해야 하는건 당연한 일이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구걸'이라는 삶을 존중해 줘야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구걸'이 아닌 다른 길이 없으면 모르겠지만. 충분히 있다면 다른 길을 찾도록 도와주는게 좋은거겠죠.
    • 가정폭력에 길들여진 중년의 여성이 남편의 폭력을 애정의 표현이라 믿고 제3자의 개입을 뿌리치는 광경을 연상하게 된다면 클리셰인가요? :)
      구걸행위가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를 주느냐가 아니라, 그걸 과연 인간다운 삶이라 할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할 것 같군요.
      충분히 인간적이라 답한다면, 그건 우리 사회가 그 외에 다른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일 듯.

      저 할머니가 디오게네스 같은 광인/현자라면 또 모를까.
    • 저 정도는 좀 참고 삽시다 누가 누구 삶을 존중해주고 말고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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