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왜 괴로운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괴로워요.
기역자형 아파트에요. 저희 집은 모퉁이에 가깝고 모퉁이에 엘리베이터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 집과 일직선상이지만 거리는 먼 복도 저 끝에 엘레비에터가 또 하나 있죠.
당연히 모퉁이 엘리베이트를 써왔는데 거기로 가자면 다른 집 현관문이 제 집 복도에서 정면으로 보입니다. 그 현관문이 늘 열려 있는게 그게 너무 괴로워요. 무슨 설계를 그 모양으로 했는지 그냥 그집 현관문 폭이 복도폭과 거의 일치하거든요. 문도 열 수 있는 데까지 다 열어젖혀 놓고. 엘리베이터로 가다 보면 그집 안이 다 보이는 게 괴로워서 먼 엘리베이터를 사용해 왔죠.그 집에서 엘리베이터가 멀 뿐 아니라 제가 이용하는 아파트 단지 출입구와도 반대 방향입니다. 아무래도 제 쪽이 예민한 것 같아서 뭐라고 말도 못하고 그냥 제가 피하는 수밖에 없죠.
그 집에서 툭하면 사람들이 모여서 노는 바람에 -역시 문 열고 놀죠- 괴로운 건 있지만 제 괴로움은 그일 때문은 아닙니다. 그 집에서 사람들이 모여 놀기 이전에 문이 훤히 열려 있고 별로 보고 싶지 않은 그집 사생활이 눈에 들어온다는 것때문이죠. 덕분에 그집 사람들 얼굴은 모르지만 독신 남자이거나 남자들끼리 살며 식탁과 의자 디자인이 어떻다는 것까지 알고 말았어요. 집 구조가 현관 열면 복도 등등 그냥 지나가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 머무는 공간이거든요.
떠들고 놀아준 덕분에 명백하게 항의할 거리가 생겼건만, 뭐 꿈쩍 안 합니다. (저 말고 다른 사람이 소음 때문에 항의했는지 엘리베이터에 경고 문구가 붙었더라고요.엠티 수준으로 놉니다.)
오늘은 아침에 너무 바빠서 그 엘리베이터를 타려다가 그 집 남자 팬티만 입고 거실 오가는 꼴을 보고야 말았네요. 안 볼 수가 없는 위치라니까요. 저희 아파트 복도는 꽤 어둡고 그 집 안은 밝으니 아무 생각 없이 가다 보면 밝고 뭔가 움직임이 있는 그 집으로 시선이 가고 말죠.
남의 집 문 열려있다고 제가 왜 신경을 써야 되는지 저도 모르겠는데 아무튼 뭐라 말도 못하고 속으로 쌓고 있다가 오늘 아침의 팬티 사건 때문에 결정적으로 터졌습니다. 전 히치콕의 이창 주인공이 이해가 안 돼요. 도덕이나 정의 문제가 아니라, 보여줘도 보기가 싫단 말입니다. 엉엉 아..당시엔 인터넷이 없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