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세일럼스롯 우리말 번역본은 위에 링크한 황금가지에서 나온 책이 전부인가요. 저 책을 읽고 있는 것을 본 누군가가 황금가지에서 나온 책들의 번역 수준이 별로라며 차라리 원서로 읽지 그러냐고 하더라구요; 읽으면서 어색한 번역은 느끼지 못했습니다만 지난번에 읽자고 이야기 나왔지만 절판되어서 구할 수 없었던 제럴드의 게임도 그렇고 의외로 스티븐 킹 정도 되는 작가의 책들도 다양하게 나오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다시금 드네요..
책은 술술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영화화하기에 딱 맞는 줄거리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나 영화가 있더군요.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39872 TV영화네요..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5271 이것도??
완급조절이 잘 되어있죠. 상권은 아무 생각없이 언제 사건이 터지려나 하고 보다가, 아무리 읽어나가도 당췌 일은 일어나지 않고 마을 사람들 얘기만 죽 나와서 지루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상권 끝나갈 무렵부터 슬슬 무서워지더니, 하권에선 사건이 급속도로-그야말로 지옥행 급행열차-전개되죠. 상권의 느릿한 전개가 지루한 시골마을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그리고 이후의 지옥도를 부각시키는데도 한몫했다 싶었어요.
전 상권의 마을 사람들 소개도 재미있게 읽긴했어요. 인간 군상에 대한 묘사가 다양한 사람들을 엿보는 재미같은게 있더라구요. 워낙 온갖 마을 사람들이 나오다보니 헷갈려서 종이에 좀 적어보기도 하고 그러면서요.. 최근 좀 바빠서 어제 밤에 대부분의 분량을 몰아서 읽었는데 여름밤에 창문 활짝 열어놓고 바람 숭숭 들어오는거 맞으면서 읽으니까 오싹하더라구요. 전 드라큐라나 좀비 같은 서양 귀신들은 평소 그다지 무섭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에요;; 드라큐라 소재에 전개도 그렇고 뭐랄까 전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느데 그래서 더 재미있게 읽고 스티븐 킹이 글을 잘쓰는 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뻔한 이야기도 호흡조절하면서 흡입력있게 만들어주는건 정말 순수한 글솜씨의 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가끔 책들을 읽다보면 글솜씨 자체보다는 이야기의 참신함이나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소설들도 많잖아요. 스티븐 킹의 경우에는 그 두가지가 잘 조화되어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제는 정말 으스스했어요. 마치 공포영화를 보는 것 처럼. 무서운 한편 즐겁더라구요. 여름에 스티븐 킹 읽기로 한건 참 잘한 일이다 싶었어요. ^^
Call the roller of big cigars, The muscular one, and bid him whip In kitchen cups concupiscent curds. Let the wenches dawdle in such dress As they are used to wear, and let the boys Bring flowers in last month's newspapers. Let be be finale of seem. The only emperor is the emperor of ice-cream.
Take from the dresser of deal, Lacking the three glass knobs, that sheet On which she embroidered fantails once And spread it so as to cover her face. If her horny feet protrude, they come To show how cold she is, and dumb. Let the lamp affix its beam. The only emperor is the emperor of ice-cream
앗 신부님이 또 등장하는군요!!!! 그럼 다음엔 이 책을?? 의사 선생님 부인은 마을의 다른 사람들 처럼 흡혈귀의 희생양이 되지 않았을까요. 살아남았다던가 살아남지는 못했더라도 주축이 되는 주요 인물들의 묘사는 대부분 긍정적이었던 반면 흡혈귀에 당해서 죽는 대부분의 사람들에 대한 묘사는 부정적이라서 좀 고루하달까 전형적이랄까 하는 느낌도 들어요. 일종의 권선징악? 그 덕분에 좀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면서 볼 수 있었기도 하지만요.. 사실 전 이런 구성이 좋아요. 가끔은 책이나 영화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내가 왜 이걸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나 하는 생각도 들거든요.
인물묘사도 재밌었고, 세일럼스 롯이라는 마을에 대한 묘사도 좋았어요. 평범하게 이기적이거나 혹은 그보다도 못하게 비루하고 심지어 찌질하기까지 한 사람들 속에 매튜 선생이나 마크 소년 같은 인물들을 끼워두니까, 그들에 대한 호감이 절로 일었어요. 소읍 특유의 갑갑하고 단조로운, 오픈마인드의 반대라 할만한 사람들을 주욱 보다가 뭔가 느낌이 괜찮은 누군가를 보면 일단 마음에 담아두게 되듯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들에게 좀 끌렸는데 그래서 상권 막판엔 더 조마조마하고 그랬어요. 아기와 자신 모두 감당이 안 되는 어린 엄마와 퇴근해서 집 현관문 열 때마다 인생 엿같다고 중얼거리던 그녀의 남편, 그리고 세상의 악과 분연히 맞서겠노라 결심했지만 이제껏 살아오면서 별달리 큰 악을 만나지 못해서 투쟁할만한 기회도 별로 없었고 그러다보니 오래된 종교의 보수주의를 상징하는 듯한 인물이 되어버렸다는 캘러한 신부,그리고 마크의 부모가 보내는 교양있는 부부의 일상 같은 걸 읽다보면, 작가가 묘사 한번 참 정확히 했다 싶어요.
아이스크림 황제는 챕터 제목으로도 쓰였길래 찾아봤는데 어렵네요; 두번째 연에 나오는 여자가 죽은 여자고 사람이 죽었지만 그 주변의 일상적인 모습? 뭐 그런걸 묘사했다는것 같고요.. 묘지기인 마이크 라이어슨도 그런 비슷한 생각을 했죠.. 죽음이야 말로 섹스 다음으로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냐 뭐 그런..
매튜 선생님 같은 선생님은 정말... 가상인물이지만 너무 매력적이에요. 다들 마음속에서 한번쯤은 꿈꿔봤을 이상적인 선생님의 모습같달까.. 마크 소년도 그렇죠. 골목대장 리치 보딘이랑 싸우는 모습은 정말. 이런 조금은 영웅적인 등장인물들 덕분에 영화같다는 느낌을 받은것도 같아요. 마크 페트리가 신학교를 나와 사제가 되어서 벰파이어 헌터가 되어서 마구 잘생기며 지적인 포스를 풍기며 벰파이어와 싸우는 모습도 상상해보았어요;;; >_<
작가 되기 전에 영어선생님 조금 했다더니만, 영어교사를 미화하나 봐요.:) 벤이 처음 그 집에 초대되었을 때, 현관문 여니 쏟아져나오던 로큰롤 소리 그리고 좁은 부엌에서 선생님이 만들어주신 맛있는 스파게티 같은 것 읽다보면 따뜻해지더라구요. 마크 패트리는 아동용 히어로물 주인공처럼, 무슨 초인처럼 묘사되다가 나중에 발로우가 남긴 편지를 읽고 보이는 반응은 또 그 또래 어린이 같지요.
마을 사람들 중 가장 불쌍한 사람은 마크가 아닐까 싶어요. 양친의 끔찍한 죽음, 의사 선생님의 죽음을 모두 목격하게 되잖아요. 어린 나이임에도. 미드 수사물에선 이런 경험을 한 아이들은 엇나가더라는.. 게다가 나중엔 벤이 마크를 데리고 뱀파이어 사냥을 나서기까지 하니까요;; 과연 건강한 어린이로 잘 성장할지는..
이야기가 전형적이기도 하고 상징적이기도 하죠? "이 일 전체에서 가장 무서운 부분은 흡혈귀 군락이 쉽게 형성될 수 있다는 겁니다. 언제든 최초의 흡혈귀 하나만 받아들이면 되는 일이니까 말이오.(하권. 93쪽)"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마을은 남아 있지만, 베드타운으로 기능할 뿐이고 학교나 교회가 예전처럼 구심점 역할을 못하기 때문에 마을공동체라 할 만한 것들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 상황, 그리고 텔레비전 덕분에 마을 사람들은 한자리에 모이는 대신 각자의 집에 틀어박히는 분위기에서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효율적으로 모두가 '흡혈귀화'하는 상황은, 흡혈귀 대신 자본이나 보수, 혹은 사물 혹은 이명박 같은 단어로 바꿔넣어도 말이 될 것 같아요.
요즘 저희 동네 지하철 입구에서 젊은 아가씨 한명이 매일 커다란 핑크색 가방을 메고서는 휴지로 추정되는 홍보용품을 남자분들에게만 나눠줘요. 노소를 가리지 않고 남자에게만 주고 여자들이 지나가면 모르는척 딴청을 피운다던가 뭐 그런 분위기로 벌써 몇일째인데 오늘도 우연히 그곳을 지나는데 그 주변에서 노점 장사하는 아저씨들 등등해서 주변에는 온통 남자였고 저와 그 아가씨만 여자인 상황이 벌어졌어요.. 뭔가 샬렘스 롯의 마을 상황과 비슷한것 같다는 느낌도 퍼뜩 들더라구요. 그들간에는 그들간의 묵시적 카르텔 같은게 형성되어있고 그 속에서 저는 생경한 존재... 작은 마을의 배타적인 분위기가 그런것 같기도했고 온 마을이 흡혈귀에 몸살을 앓고 있는데도 겉으로는 아무일 없는 듯한 그런 모순적인 모습? 좀 과장되게 받아들이는 거라고 할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꼭 낯선 곳만의 이야기가 아니다하는 느낌이었어요.
책임있는 부모, 특히 자애로운 엄마 밑에서 안정된 애정을 받고 자란 아이니까 어떻게든 살아남을 거라고 믿어줄래요(너무 해리포터스러운 해석같지만). 마크가 이 소설에서 가장 빈번히 가장 어려운 과제들을 요구받는 이유는 그가 등장인물들 중에서 제일 강해서라고 생각해요. 정신병원이나 감옥행으로 종칠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이 모든 시련들은 소년 마크의 정신적 성장을 위한 걸지도 모르겠어요. 마크에 비하면, 주인공 벤은 그저 보디가드 정도로 보이기도 해요.
저는 조용하던 마을이 관광지화하면서 그 마을에 돈이 들어오고, 한 집 두 집 논밭을 팔고 오래된 가옥들과 문전옥답을 팔고 외지인들이 하나둘 들어와 팬션과 식당들을 지어대고, 산을 깎고 시멘트를 부어대서 인공적인 공원과 전원주택단지와 골프장을 조성하는 장면들이 떠올랐어요. 그건 한국의 소위 '시골'이란 지역들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들이죠. 한 평에 수 만원에 불과하던 땅값은 수십만원으로, 수십만원 하던 땅은 수백만원대로 오르고, 물려받은 땅들을 팔아 돈을 만지게 된 사람들은 마을을 떠나거나 혹은 마을에 남아 시류를 타거나 그렇지 못한 자들은 술에 취하거나 아이들을 방치하거나.. 제가 생각하는 악의 모습과 가까워요.
그냥저냥님 말씀처럼 저도 폐쇄적인 시골 마을의 안좋은 이미지가 조금 더 떠올랐어요. 전원 생활은 환상이다 실제로 시골마을에 살아봐라 말이 얼마나 많고 그런지.. 뭐 이런 이야기 있잖아요. 그런것들이 조금 저에게는 더 다가온달까... 제가 각자 무심하게 살아가는 도시 생활에만 익숙해서 그런가 싶기도해요..
레옴/ 시골분들도 상당히 무심하게들 사세요.:) 특히 가정경제의 원천이 그 마을 공동체에 연루되어 있지 않을 경우엔, 도심의 어떤 아파트단지보다도 개인주의적 생활이 가능한 곳이 시골인 듯해요. 물론 그 마을의 물길을 공유하며 농사를 지어야한다거나 하면 얘기는 달라지겠죠. 저는 지난 몇년간은 300가구쯤 사는, 시골치고는 큰 마을(실제 마을 이름이 '큰 마을'이에요)에 살았지만 지금 현재는 서울의 가장 복잡한 곳 중의 한 곳에 산답니다. (오프모임 물론 가능:P) 왔다갔다 하고 있어요.
경찰도 치안관도 버리고 간 마을에 '말뚝 박겠다고' 다시 돌아온 벤에게서는 항간의 어떤 외부세력들이 연상되기도 해요. 그런데 아직까진 읍단위 시골마을에 이런 분들이 등장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봐야죠. 지방도시까지는 어떻게 침투하시지만, 우리나라 시골은.. 어떤 면에선 정말로 흡혈귀들의 손쉬운 먹잇감이에요.
항간의 외부세력이라면 투자 회사라던가.. 뭐 그런 사람들일까요.. 개발업자들..? 서울 사셨군요! 기회가 되면 오프를 해볼까요. ^^ 연말쯤 모여서 일년동안 읽은 책 이야기를 한다던가.. ㅎㅎ
듀나님께서 우리나라 시골에 침투한 흡혈귀 이야기를 써주신다면 재미있을지도..
그럼 전 이만 자러 가겠습니다. ^^
다음 책은.. 그러고보니 집에 다크타워가 있네요;; 하지만 이거 너무 길군요.. 다음 책은 제맘대로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로 정하겠습니다.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60172272&orderClick=LEA 목요일쯤 공지글 한번 더 올릴께요~ 좋은 밤 되세요~
렛미인 부분도 그렇고, 마늘, 말뚝, 십자가, 관, 햇빛기피 같은 각종 뱀파이어 클리셰들이 잔뜩 등장하는 게 귀엽기도 했어요.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부터 해서 각종 좀비물과 뱀파이어 영화 같은 것들을 작가가 대놓고 즐겁게 편집한 것 같아서요. 발로우는 앤 라이스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같은 세계에서라면 끝까지 잘 살았을 텐데 어쩌다 먼지나는 시골에 내려와 고생한다 싶기도.. 출판연도는 [세일럼스 롯]이 1975년, [뱀파이어와의 인터뷰]가 1976년(집필은 1973년이라는데)이네요.
그냥저냥 / 세일럼스 롯에 나오는 뱀파이어들은 지능이 어느정도 있는건지 없는건지 좀 헷갈려요. 아는 사람을 활용한다는 점에서는 똑똑한것도 같고.. 행동은 좀 맹목적이고 멍청한것 같구요; 초대를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다는건 몰랐는데 이 책을 읽고 알았어요. 뱀파이어 책을 몇개 보긴했는데 그다지 초대라는 것에 신경을 쓰지 못했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