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 봤어요. (물론 스포 왕창)

제가 이 시리즈의 팬을 자처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원작도 안 읽었고 영화도 3부부터 보기 시작했죠.

마법사의 돌과 비밀의 방은 나중에 불의 잔 개봉 무렵인가.. 케이블에서 틀어주는 걸로 봤습니다. 그런데도

시리즈의 마지막편이 개봉한다고 하니 아련하게 회한이 밀려오고 얼른 보고 싶다는 조급증이 들더군요.

이번주엔 개봉일인 어제 아니면 볼 시간이 없어서 다음주 쯤에나 봐야겠군 하고 있었는데 어제 여기저기서

개봉 첫날 조조 상영 보고 돌아온 열성팬들의 감상들을 보고 있자니 어머 이건 봐야해! 라는 생각이 들어서

별로 자리도 안 좋은 메가박스 3D 상영관을 예매했네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단했습니다.

어마어마하게 방대한 원작의 세세한 설정과 캐릭터와 세계관을 다 살려내는 것은 애초에 무리였고, 그래서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힘들다는 태생적인 약점을 최대한 가리고 살리면서 풍부하게 만들어준, 원작과는

다른 또 하나의 거대한 해리포터 월드에 존경을 표하고 싶은 심정이랄까요..?

 

숨쉴 틈 없이 빠르게 전개되는 내용 속에서 특정 한 장면만 좋았다고 꼽는 게 아쉬울 정도로 재밌게 봤지만

그래도 특히 인상에 남는 장면을 몇 개 꼽아보자면...

 

 

1.  벨라트릭스로 변신한 헤르미온느, 얼굴이 벨라트릭스긴 한데 알맹이가 헤르미온느다 보니 특유의 독기가

하나도 없는 순진무구한 그 표정... 신선했어요! 헬레나 본햄 카터 여사는 역시 좀 짱이신 것 같아요.

 

2. 그린고트의 비쥬얼은 어느 것 하나 뺄 수 없이 다 좋았어요. 지옥으로 향하는 롤러코스터 같았던 가는 길에,

시리즈 사상 최고로 진짜 무서워보이는 비쥬얼의 용과, 그 용을 타고 그린고트를 빠져나오는 장면까지...

특히 드래곤의 머리가 평화롭던 사무실을 깨부수고 튀어나오던 순간은 최고였죠. 3D 효과도 물론!

 

3. 맥고나걸 교수를 비롯한 호그와트 교수들이 방여벽을 만드는 장면, 굉장히 강한 주문들일텐데 주문을 거는

교수님들의 모습은 기도를 외는 듯한 모습이었어요. 원작에 비해 주인공인 해리와 삼총사를 제외한 인물들의

비장함이나 간절함 같은 부분은 생략될 수 밖에 없었겠지요. 그러나 이 장면에서는 길진 않지만 그런 마음들이

잘 표현된 것 같아서 마음이 찡했답니다.

더불더 '이 주문 꼭 써보고 싶었어요!' 라고 하시는 맥고나걸 교수님... 너무 귀여우시잖아요!!!! ;ㅁ;

 

4. 귀여운 맥고나걸 교수님 얘기한 김에 생각난 론과 관련된 깨알같은 개그 대사 두 개,

우선 내 여자친구야아아아!!! 요건 영화 보신 분들이면 다 아시겠죠. 그 심각한 장면에서 빵 터졌어요.

& 6개월만에 만난 지니가 해리에게만 달려들자 서운한 론을 향한 위로, 오빠는 여럿이지만 해리는 하나잖아...

그래도 해리와 지니의 로맨스는 너무 시시하고 재미도 없으니 너희가 이겼단다 론.. 하고 위로해주고 싶었어요.

 

5. 영화를 보면서 3번 눈물이 터졌는데 첫째는 스네이프가 죽던 순간, 그리고 해리를 찾아와 우리는 항상 네 가슴

속에 있다고 알려주는 떠난 사람들, 마지막으로 해리의 생사를 확인하는 척 다가가서 드레이코는 살아있니? 묻던

말포이 부인.. 말포이 부인의 그 대사에 그만 눈물이 빵 터져서 한참동안 울었네요. 덕분에 킹스크로스에 나타난

덤블도어가 가증스럽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원망할 틈이 없었습니다.;;;

 

 

하나하나 꼽다 보니까 영화 전장면 다 꼽을 기세라 이만 할게요. ^_ㅠ

 

상영이 끝난 후 엔딩크레딧을 끝까지 앉아 지켜보는데 가슴이 찡했어요.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마지막편인 왕의 귀환 엔딩크레딧을 보면서 느꼈던, 그 진한 감동과 아쉬움이 뒤섞인

감정을 다시 느끼게 될 줄 몰랐어요.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는 열혈팬이었지만 이 시리즈는 그냥 때 돼서 개봉

하면 가서 보는 게 전부였던 평범한 관객이었던 제가 말이죠.

(한편으론 왕의 귀환처럼 얼굴도 함께 볼 수 있는 엔딩크레딧이 아닌 것이 아쉬웠어요.;;;)

 

 

 

(+) 아, 아무리 모든 장면이 다 좋았어도 언급했어야할 한 장면... 아니, 한 사람을 빼먹었네요.

네빌... 네빌..... 네빌!!!!!!!!!! 아, 이 귀엽고 웃긴 걸로도 충분한데 씩씩하고 용감하고 잘 자라기까지 한 녀석!!! 

    • 저는 마지막에 말포이 일가가 도망가버리잖아요. 참 그걸 보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처세의 달인이라고 해야 하나. 마지막에 정신 차렸다고 해야하나.. ) 모르겠더라구요. 말포이 엄마는 살아있는 해리를 죽었다고 했던거죠.. (강스포 글에 이런거 달아야지..)
    • Weisserose/ 그러니까 그 살아있는 해리를 죽었다고 말한 게 걱정하던 아들의 안부를 전해준 것(말포이 부인의 질문에 해리가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이죠)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했어요. 거기서 해리가 살아있다고 사실대로 말했으면 볼트모트가 다시 해리를 공격해서 완전히 숨을 끊어놨을테니까요.
    • 아즈카반 같은 경우 엔딩크레딧이 호그와트 비밀지도 스타일로 이쁘고? 화려했는데

      데이빗 예이츠가 맡았던 영화들 엔딩크레딧은 잘 생각이 안나네요.

      저도 엔딩크레딧 조용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3총사 이름 다음에 바로 헬레나본햄카터 이름이 나오던 것도 생각나네요.

      저도 은행장면에서 헬레나 연기가 일품이었다고 생각해요!
    • NARI*/ 역시 시리즈의 대단원인데 밋밋한 엔딩크레딧이 조금 허전하죠? 원래 캐릭터 자체도 매력적이고 재미난 건 분명하지만, 이 시리즈 안에서 배우 덕을 가장 많이 본 캐릭터를 꼽으라면 전 벨라트릭스를 꼽겠어요. 헬레나 여사의 연기는 말그대로 미친 존재감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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