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나 고시에서, 개인 사정에 따라 시험점수를 보정한다는 걸 어떻게 생각하세요?

세상이 다 불공평 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는 최후의 성역이라고 여겨지는 곳이 대입과 고시인 것 같아요. 물론 그것도 더 파고 들어가면 부자집 애들과 가난한 집 애들은 공부 환경이 다르니 또 불공평 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일단 부자나 빈자나 똑같은 시험지 봐야하고, 1점에 얼마씩 내고 점수를 확실하게 살 수 있는 길은 없으니까요. 오죽하면 많은 사람들이 고시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행정고시를 폐지하고 특채를 늘리겠다고 했을 때 그 난리가 났을까요.

 

하지만 이미 말했듯 그 두 영역도 근본은 별로 공평하지 못합니다. 그나마 대입은 미성년자들의 리그이고, 정규교육이라는 최후의 발판이 있으니 가난해도 기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시험 기회도 얻을 수 있죠. 하지만 고시로 건너오면 이건 뭐... 부잣집 애들은 학원 앞에 오피스텔 얻어놓고 학원, 독서실 다니면서 종일 공부만 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애들은 밥벌이 해가면서 학원비, 책값 내야하고 학원까지 몇 시간씩 통학하고 그러느라 공부할 시간도 자연히 줄어들죠. 장기적으로는 가난한 애들은 얼른 돈을 벌어서 집에 갖다줘야 한다는 압박에 고시 좀 해보다가 안되면 포기하고 취업길로 가지만, 집이 부자면 될 때까지 할 수 있죠. 돈으로 합격증을 사지는 못하지만, 합격증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은 조성하기 쉬운 셈입니다.

 

그렇다보니 숫자로 표현되는 점수만 보지 말고 이걸 보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95점을 받은 부잣집 애와 93점을 받은 가난한 애가 최후의 1개 자리를 두고 다투고 있다면, 이 상황에서 엄청난 경제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2점밖에 뒤지지 않은 가난한 애가 사실은 공부를 더 잘 하는 애니까 그 애를 뽑아주는 것도 가능해야 한다는 거죠. 지금 그나마 비슷하게 적용되는 제도로 농어촌 등 교육 인프라가 도시만큼 좋지 않은 지역에서 온 학생을 따로 뽑는 제도가 있는 걸로 알고있어요. 연평도 포격이 있었을 때는 서해5도 학생들을 그렇게 정원외로 따로 뽑아주자는 말도 있었고.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게 거꾸로 적용되는 것 같더군요. 최종 재판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고려대가 소송을 당한 고교등급제 논란이 결국 이거였잖아요? 학생들 전체 레벨이 훨씬 높은 외고 출신들의 내신 성적을 보정해서 일반고 출신들보다 유리하게 만들어주는. 예를 들어 일반고 5등보다 외고 20등이 앞설 수도 있도록 해준다 이거죠. 대부분 집에 돈 좀 있어야 외고를 다닐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위에서 했던 이야기랑은 정 반대로 적용한 셈이죠. 본인이 선택하지 않은 가난에는 가혹하고, (본인이 선택한) 외고라는 경쟁 심한 리그에는 관대한.

 

휴.. 이런 보정이 자리를 잡으려면... 그런 보정이 약자들을 배려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것이라는 믿음이 사회 전반에 퍼져야 하는데... 그럴리가 없는 지금으로서는 아예 금지되는게 나을 수도 있겠네요.

    • 그런거 때문에 입학사정관이 있는거겠죠. 그리고 돈 있어야 특목고 다닐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특목고 다닌다고 딱히 사회적 강자가 되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 그런데 2점 뒤지는 애가 좋은 환경에서도 여전히 2점이 뒤질 지는 모르는 거니깐 어려울 것 같아요.
    • 최근의 어떤 기사에 따르면 서울 강남의 학생들이 고등학교때 고의적으로 농촌으로 전학한 후 우수한 내신 성적을 받아서 수시로 명문대에 입학하는 케이스도 있는 모양입니다. 저런 경우야 당연히 농어촌특별전형의 대상이 될순 없지만 내신에서 압도적이니 유리할수밖에 없겠죠.
    • 그런 보정이야말로 정말 불공평하게 들리는데요. 그런 환경이라는게 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한 것도 아니고요. 그리고 내신은.. 백분위로 봤을때 특목고 애들은 전체 인원수도 적은데다 잘하는 애들만 모아놨으니 그점을 인정해줘야된다고 생각해요.
    • 특목고 다닌다고 딱히 사회적 강자가 되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2
    • 글쎄요 외고나 과학고에 대한 형평성 논란은 전부터 있어왔지만, 지금 상황에서 애초에 그런 고등학교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예상 못 했을리는 없고, 이리저리 따져보고 결정한 걸텐데 그걸 굳이 대학교에서 '봐줘야' 하나요?
    • 외고생들의 내신성적을 '보정'한다는 말은 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네요.
      잘하는 애들끼리 모여 있으니까 내신 성적에 있어서 불리한 점이 있죠.
      고교 등급제는 외고생들을 일반고 출신보다 유리하게 대우하는게 아니라 불리한 점이 있다는 것을 고려하는거죠. (외고의 문제는 외국어 영재 육성이라는 설립 목적을 잊고 입시학원화되었다는데 있어요. 특성화 교육을 제대로 한다면 그런 불리한 점을 고려해주는 것이 무슨 문제가 있나 싶네요)
      저는 고교등급제에도 정당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신, 수능 성적을 넘어서 평가 기준을 다변화하고, 공정한 평가를 한다면요.

      농어촌 특별전형, 장애인 특별전형 등은 '정원 외'선발이지 점수를 보정하는 것이 아니에요.
      경제력은 객관화할 수가 없어요. 말씀하신대로 하다가는 부정으로 이어질 수 있죠.
    • 경제력이 학생들의 성적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지만 곧바로 인과 관계로 설명하는 주장에는 납득이 어려워요.
      그리고 우리나라만 부모의 학력이 자녀의 학업성적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에요.
      다같이 못살았던 시대를 벗어나 사회가 안정되고 계급이 고착화되니 이런 점이 눈에 띄는 거겠죠.
      고학력자가 아니라도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다면 지금과 같은 사교육 과열이 지속될까요?
      근본적인 문제는 입시제도가 아니에요.
    • 개인사정에 의한 보정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반대 안 하겠습니다. 그런데 개인사정의 심각도를 잴 수 있는 기준을 누가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거기 끼어드는 비리들은 어찌 대처할 것인지를 생각하면 제대로 이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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