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에 관한 몇 가지 기억

개인적으로는 채식보다는 육식을 좋아하긴 하는데... 하도 육식이 건강악화의 원인으로 많이 지적되니 이제 좀 바꿔야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채식은 배고프고.. 맛도 없고.. ㅠㅠ 전에 육식 이슈가 한참 시끄러울 때 육식에 관한 몇몇 기억을 정리했던 것들입니다.. 뭐 딱히 결론이 있는 글은 아니고 그냥 그런게 있었다는 이야기..

 

1.

 

보스턴리갈 시즌 4에서 새로운 인물인 칼 색 이사가 등장합니다. 데니 크레인 이사와는 견원지간. 칼 이사는 업무 회의에서 "법원에서 강제로 맡긴 형사사건"을 떠맡을 사람을 구하는데 이 사건이 알고보니 닭싸움을 시킨 닭 주인 사건입니다. 동물학대로 기소되었는데, 결국 칼이 이 사건을 맡아 이길 수 있는지를 두고 데니와 내기를 걸고 치열한 변론을 합니다.

 

(보스턴리갈에 보면 내기 하는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닭싸움 사건은 20만달러를 걸었죠. 달러로 말하니 별로 감이 안왔는데, 문득 생각해보니 이거 2억이잖아요????)

 

그 사건에서 최종변론에 나선 칼의 이야기.

 

닭으로 사는 건 행복한 일이 아니다. 서로 쪼지 못하게 부리는 자르고, 빨리 자라도록 각종 약물을 투여받고, 좁은 곳에 갖혀 살고, 그러다가 얼마 살지도 못하고 도축된다. 그런데 이 싸움닭은 어떤가? 이 싸움닭은 진짜 음식을 먹는다. 충분히 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주어지고, 첫 싸움에 나서기까지 2년 이상 살게된다. 어찌보면 이 닭싸움꾼이야말로, 닭에게 정말 닭다운 삶을 살게 해준 것 아닌가?

 

오... 그럴듯한데? 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결국 닭이 선택할 수 있는건 나름 행복하게 살다가 죽어라 닭싸움하다 피흘리고 죽는거랑, 한 번도 행복하게 못살다가 도축당하는 거 두 개밖에 없는건가 하는 생각이... 닭답게 살다가 늙어죽는건 애초에 없는 옵션 ㅠㅠ

 

2.

 

한편 영화 날아라펭귄에 보면 채식주의자라서 살기 힘든 청년이 나오죠. 왜 채식주의자가 되었냐고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합니다.

 

"언젠가 바지락을 요리하려고 사왔다가 냉장고에 넣는 걸 잊고 그냥 두고 잤다. 그런데 자는데 밖에서 계속 바스락 바스락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 너무 무서워서 나와보니, 그 바지락들이 내는 소리더라. 아... 저것들도 살려고 저렇게 움직이는구나. 생명이 있는 거구나... 그 이후에 이런 데에 관심이 생겨 동물 도축하는 것도 보고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육식을 못하게 됐다."

 

3.

 

예전에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트위터에 "잔치날에나 먹던 고기를 매일 먹을 수 있게 된 건 공장식으로 동물들을 키우게 된 것 덕분이다. 이렇게까지 육식을 많이 해야하나 생각해봐야 한다"고 한 게 생각나네요.

 

4.

 

전에 본 동자승 관련 다큐 프로에서 동자승들을 키우는 스님이 무려 고기를 주면서 "나중에 본인의 삶을 어떻게 선택할지 모르는데(아마 스스로, 혹은 부모가 선택한 게 아니라 키워줄 사람이 없는 아이를 절에서 자연스럽게 동자승으로 키운 경우였던 걸로 기억)... 성장기에 고기도 안주고 정말 절 식으로만 먹이면 키 안클까봐... 어쩔 수 없이 주면서 나중에 계속 절에 살고 싶으면 먹으면 안된다고 가르친다"고 한 걸 보니 육식을 마냥 포기하기도 그렇고... 아 난 다 컸으니까 괜찮나 ㅡㅡ;;

    •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고기가 맛없어서 안 먹는 사람으로써 채식이 배고프고 맛없다는 것은 동의할 수가 없네요. 채소 과일 정말 좋아하거든요. 입맛이라는 것이 다양하기는 하지만 제 입맛은 확실히 다수의 입맛을 따르고 있지는 않나봐요.
    • 풀 맛있는뎅.. 나물도 맛있고 샐러드도 맛있고~~
      고기도 맛있어요~
    • 채소 맛있죠. 그런데 소화 잘 안되고 몸 아픈경우도 있어서 몸에 좋은지도 모르겠고, 고기도 소화 잘되고 그래서.
      전체적으로 균형이 중요한 것 같아요.
    • 주인공이고 그 잘하는 변호사들 중에서도 제일 잘하는 앨런쇼어의 연봉이 375000달러인걸 감안하면 정말 큰 내기였었죠. 근데 왜 누가 이겼는지 기억이 안나지..
    • 전 고기를 너무 좋아해서...=_=;; 도축당하는 짐승들에게는 미안합니다만 끊을 수가 없어요;;;
    • 저는 채식을 1년 반가량 하다가 사회생활로 포기(인내부족 노력부족)하게 되어 다시 고기를 먹게 되었는데요.
      그런데 채식시절보다 몸이 더 좋아졌네요... 고기체질인가 봐요. 물론 과학적인 결과는 아닙니다. ㅎ
    • 투우의 잔인성을 지적하는 사람들에게하는 반론도 그런 거죠.
      당신들이 즐겨먹는, 태어나서부터 고기공장에 갇혀 살다 도축당하는 소들은 투우에 쓰이는 소보다 형편이 나아보이느냐고. 틀린 말은 아니죠.

      채식과 육식은 윤리나 정서의 문제이지 건강하곤 별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채식만으로도 건강을 망칠 방법은 뭐 무궁무진.
    • 제 미국인 동료가 채식을 하는데 (유제품, 달걀은 먹어요) 상당히 비만입니다. 하루종일 먹는 것을 지켜볼 기회가 있었는데
      아침: 도넛 2개, 크림 얹은 냉커피
      점심: veggie 버거, 감자튀김, 아이스크림
      간식: 컵케익 2개
      저녁: 치즈피자, 콜라, 브라우니

      채식=다이어트가 아니라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줬습니다.
    • 짐승들이 요리되기전에 살라고 버둥거리는 것들 참 많이 보았고(하나 기억 나는 것은 게를 사왔는데 살아버둥거려서 부모님이 어찌하질 못하시는겁니다, 그래서 전 물을 팔팔 끓인뒤 그 위에 부어버렸죠), 동물 도축장면을 실제로 본것은 아니지만 동영상으로도 몇번 접했습니다만, 전 육식을 끊을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나의 입을 만족시키기 위해 너희는 희생되어야한다, 다만 너희의 불쌍한 생명은 기억해주겠다'라는 정도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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