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잠자리가 아니라 거미에게 감정이입하게 되는군요.

시골에 살고 있습니다. 이 곳도 어느 정도 제 나름의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아파트는 읍내에 몇 채 없고 하천 옆으론 논밭이 대부분이죠.

 

밥때가 되면 뒷마당 밭 한구석엔 길고양이들이 드글드글하고 그거 보고 개는 폴짝폴짝 뛰면서 짖어대고. 요새는 익숙해졌는지 제 물통만 안 건드리면 신경도 안씁디다만.

 

하여간 이런 시골인지라 벌써부터 잠자리가 날아다녀요. 학교 근처에선 코빼기도 안 뵈던 녀석들인데.

 

오후에 잠깐 비가 그쳤을때 밖에 나가봤습니다. 아버지랑 아버지 친구 분들이 주말에 만든(완전 맥가이버들) 차고 지붕 밑에서 개 밥주고 놀았죠.

 

그러다 문득 위쪽 모서리 부근을 보니 잠자리 한 마리가 거미줄에 걸려있더라구요. 걸린지 얼마 안 된듯 거미줄이 부르르 떨리고 있고.

 

어렸을 때 같으면 어디서 나뭇가지라도 주워 거미줄을 걷어냈을 텐데 지금은 그냥 좀 쳐다보다 금세 딴 짓을 하게 되더군요.

 

잠자리만 놓고 보면 불쌍한데 거미를 생각하면 '저거 없으면 또 며칠을 굶어야겠지.' 하는 마음도 들고. 게다가 집이 망가지면 또 새로 지어야 하잖습니까.

 

먹은 것도 없는 빈 속에 거미줄을 만들어내야 한다니!

 

아침밥 안 먹고 논일하면 얼마나 힘든데!

 

음, 요샌 그렇습니다.

 

 

    • 잠자리가 그 잠자리인줄 알고
    • 저도 모기, 파리, 그리마는 동정심 가져본 적 없습니다 바퀴벌레도 포함.
    • Josh님 저두요 ㅋㅋㅋ
      근데 이런글 쓰고있는 상황이 너무 웃겨요 ㅋㅋㅋㅋㅋ
    • 제목만 보면 참 슬프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데
      본문을 보니 잔잔한 전원의 일상을 그려 주셨네요.
      오랜만에 눈 감고 고향 냄새 물씬 맡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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