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져 죽을 뻔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아홉 살 때 할머니 댁에 피서를 갔었어요. 그곳에서 친척들이랑 하루 날을 잡고 근처의 큰 계곡으로 놀러갔었는데, 시멘트로 지은 둑길도 계곡 한가운데 있는 큰 계곡이었어요.
사촌들이랑 하루 종일 물 속에서 신나게 놀다가, 물이 얕게 흐르는 작은 둑길 위를 첨벙 첨벙 걸어가고 있었어요. 사촌들은 전부 제 앞에서 걷고 있고 전 맨 뒤에 쳐져 있었죠. 그러다가 둑길 옆부분의
수심을 내려다봤더니 제법 얕아보이길래, '이 길로 가볼까?'하는 생각에 발을 내딛었습니다.
헌데....다음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전 물 속이었습니다. 얕다고 생각했던 그 부분은 사실 제 키보다도 훨씬 높은 수심이었던 거죠;; 갑자기 숨은 안 쉬어지고 눈 앞은 뿌옇고, 귓가에는 '꾸루룽, 꾸루
룽'하는 소리만 들리고....ㅠㅠ
필사적으로 물 밖으로 나가려고 발버둥쳐도 소용이 없었어요. 전 당시 수영도 못했거든요. '아, 내가 이제 죽나보다!'하고 절망하는 찰나에, 정말로 우연히 제가 빠지는 걸 보신 친척 아저씨가 물 위로 건져
올려주셨죠. 그 때 제가 사촌들 중에서도 맨 뒤에서 걷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제가 물에 빠진 걸 보지 못했는데, 물가에서 돗자리를 걷고 있던 아저씨만이 우리 쪽을 쳐다보다가 절 목격하셨던 것같아요.
그 아저씨가 아니었으면 전 아마 그 날 뉴스에 '오늘 경북 청도군의 한 계곡에서 피서를 즐기던 국민학생 ㅇㅇㅇ 양(서울,9)이 물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라고 실렸을 지도 모르겠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