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깝깝한... 등록금 이야기...

1.

 

요즘 등록금 이슈가 뜨거운데 정부의 반응은 매우 미온적이군요. 대통령이 나서서 '천천히 하라'고 했으니 학생들이 원하는대로 다음 학기 등록금이 반값이 되어 나올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대선공약을 3년간 안지켰으면 지금으로도 충분히 천천히 한 것 같은데 다음 정권한테 양보하려는 걸까요? 4대강은 그리 빨리빨리 하더니만.

 

하지만 지금 정부가 좀 억울한 생각이 들 것 같긴 합니다. 대선공약이니 지키라는 압박 말고는 사실 현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이유가 별로 없어보여요. 지금이 군사독재 시대도 아니고 대학들한테 "당장 등록금 반으로 안깎으면 총장을 남산밑으로 끌고가서 인간의 몸이 전기가 잘 흐르는 도체라는 걸 온 몸으로 학습하게 해주겠다"고 협박할 수도 없을 것이고, 그렇다고 지금의 이 높은 등록금을 인정하고 그 반을 국가예산으로 내주는 것도 별로 좋은 대책은 아닙니다. 이 정부가 틈만 나면 전 정권 탓을 하는게 보기 싫긴 하지만, 지금처럼 등록금이 미친듯이 오른 것은 1~2년 사이의 일은 아니고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때의 일이니 하필 지금 독박을 쓰고 있다는 억울함이 들만도 합니다.

 

2.

 

우리 국민들은 "정치도 기업처럼 하면 효율적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환상이 있었고, 그 결과 기업가 출신 정치인이 흥했습니다. 온 나라가 기업처럼 되고나니... 이거 영 별로인데요. 기업들, 그중에서도 대기업은 살 판 났지만요. 그런데 사학재단 주인 출신 정치인들이 정권을 잡으면... 사학재단들은 지금보다 더할까요, 자중할까요. 박근혜, 정몽준, 나경원 등등.

 

3.

 

옛 말에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엉뚱하게 저작권 침해 사범들이 이 말을 들고 나오는 경우엔 그냥 한 대 쥐어박고 싶긴 합니다만,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고 봅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배우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배우지 못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상징적인 말이겠죠. 이렇듯 우리는 다른건 몰라도 '학습권'만은 철저하게 '학습능력과 의지'만 있다면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등록금 투쟁 관련 뉴스에 보면 "대학 등록금 비싼거 모르고 대학갔냐? 대졸자 프리미엄 따겠다고 알면서 들어갔으면서 왜 이제와서 내려달라고 난리야? 수많은 고졸자들은 대학가면 좋은지 몰라서 안갔는줄 알아?" 라고 이죽거리는 리플이 늘 달리는데,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이제 우리도 '학습권'을 얻기 위해서는 '능력과 의지' 외에 '돈'도 필요하다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가 된걸까요. 그나저나 수많은 고졸자들은 나름 사정이 있겠습니다만... 마치 다들 대학쯤은 껌으로 갈 수 있는 성적이었는데 돈이 없어서 고졸에 만족하는 것처럼 묘사한 저런 리플엔 뭐라고 답해야 하는지...

 

4.

 

예전엔 사학재단을 설립한 사람들이 매우 존경받을만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 그런 경우도 많았고요. 그럴 때 제가 가진 생각은 "그 사람들은 본인이 펑펑 낭비하고 남으면 자식에게 물려줘서 펑펑 쓰게 할 수 있었던 돈을 학교 설립에 쓰고 본인 욕심은 버린 사람들"이라는 거였습니다. 그랬기에 원래는 이사장 돈이었더라도, 일단 재단에 냈으면 함부로 손대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요즘 사학재단 이야기를 하다보면 제 생각이 오히려 소수의견이 아닌가 싶습니다. "잉? 그럼 누가 미쳤다고 사학재단을 세우냐. 당연히 본인이 이사장 하고, 아들 딸이 이사 하고, 월급도 받고, 학교 돈도 좀 쓸 수 있어야지. 그래도 그 덕에 학생들은 대학 다닐 수 있잖아. 그게 꼬우면 학교란 학교는 죄다 국립으로 하던가. 나라에 그럴 돈 없으니 돈 많은 사람들한테 손벌리는거 아냐? 그럼 자유도 줘야지." "야, 몰랐는데 이사장이 학교 돈을 꺼내가서 개인적으로 쓸 수 없다며? 자기 돈으로 만든 재단인데 그 돈이 이사장 것이 아니라 사회의 것이라고? 무슨 공산주의야 뭐야. 하여튼 빨갱이들 하고는..." 하는 반응들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그래도 전 아직 설득되지 않았습니다. ㅡㅡ 아 그냥 그럴거면 사학재단 세우지 말고 기업이나 하라고! 사학재단이 받는 세금혜택 같은거 다 뱉어내고!!

    • 4.기업이라고 해도 그것은 말이 안되죠. 사장이 회사돈 빼가서 쓰면 횡령이잖습니까.
    • 3번은 뉘앙스가 안 좋지만 생각은 좀 해봐야 할 것 같아요.
    • 지금 정부가 실시하는 대학에 대한 감사 규모가 근 십 년 간 유래가 없을 정도로 대규모라는 말이 있던데.
      그렇게 털고 나면 대학 쪽도 어느 정도 정부 말을 수용할 수밖에 없지 않을가 싶어요. 진짜 구호처럼 반값은 안되겠지만.
      열린우리당 시절 사학법 개정 싸움할 때도 이런 식으로 정략적으로 처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스타일이 그렇지 않았죠.
    • 4. 거의 모든 사학재단 고위급 인사들은 기름 펑펑 먹는 최고급 대형차를 타고 다니고(세금/비용으로 공제) 1인당 수만원 짜리 점심을 먹고, 골프에 여행에
      아낌없이 쓰면서 거의 모두 비용 처리 합니다. 그래도 되는건지 묻고 싶어요.
    • 3. 굳이 저렇게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금전적 면을 생각해서 갔음 좋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저렴이 국립대 가면 장학금도 받을 수 있는데 무리해서 사립대 가서 비싼 등록금에 허리 휘는 이유가 그 학교가 자기가 원하는 전공을 가르쳐서 혹은 그 분야에 유명하신 교수님이 계서서 이런 이유보다는 단지 그 학교가 간판이 더 좋으니까 인 경우가 훨씬 많으니까요. 이건 학문적인 측면에서 옳은 일이 아니죠.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10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4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5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9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4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6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4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50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7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5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9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9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6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8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