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으로 일한 적이 있어요.

GM = Game Manager 즉 게임 운영자입니다.

이 일을 하다 보면 온갖 불평불만들을 다 듣게 돼요. 이거 안돼요. 저거 안돼요.

사실 제가 운영했던 게임은 업데이트도 멈춘 지 3년이나 지나서 운영 중단을 기다리는 시한부 게임이나 마찬가지였어요.

그래서 불평 불만을 전화로 듣다 보면 딱히 할 말이 없어질 때가 많아요.

 오류가 있는데 게임 개발진이 최소한의 인력 밖에 없어서 수정이 불가능 했거든요.

그래서 말로만 고치겠습니다. 수정하겠습니다. 말만했지 패치를 시행한 적은 한 번도 없었죠,.

인력이 있어야 고치든가 말든가 하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유저들과 말싸움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늘 일어나요  얼굴 붉혀가면서 서로 큰소리로 싸우는 게 아닌

조곤조곤한 어투로

"유저 님 ~♥ 유저님의 불편 사항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의 의견 반영하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이런 식으로요. 그런데 항상 전화 통화는 길어만 져요. 저도 뭔가 도와드리고 싶곤 한데 개발 인력이 없다시피 하니 팔다리 없는 동물이나 다름 없었죠.

요구 사항을 곧 하겠노라고 말하면 유저는 언제 할 거냐? 라고 되물으면 그럼 저는 언젠가....곧... 빠른 시일에... 그럼 그게 언제냐? 최대한 빠른 시일에.....

아니 그게 언제냐고 언제까지 될 건지 말을 하라고  말을!!!!!.....아 그게...최대한 빠른 시일...에.....☞☜

이런 식으로 통화는 길어지고 같은 이야기 계속 반복하게 되는 무한 연쇄 루프를 타죠.

여자 친구하고도 한시간 이상 통화해본 적이 없는데 짧으면 20분 길면 두시간 동안 같은 이야기를 계속합니다.   

 

그래도 항상 지켜야 할 것은 고객이 화내지 않게 말싸움에서 이기는 것이었어요.

처음에는 이게 안되서 울그락 붉그락 해가면서 통화하고 끝나고 나서 겨우 끈었던 담배를 피우곤 했죠.

콜센터에서 일하시는 분들 정신적인 데미지가 장난 아니에요. 별별 진상들이 전화해서 자신의 여과되지 않는 분노를

대방출하거든요.

 

사실 이게 익숙하게 된 계기는 선배의 조언 덕택이었어요.

 

" 넌 기계다. 전화받는 기계.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마. "

 

그리고 맘을 비웠죠. 전화 수화기로 상욕이 날라오면 잠시 수화기를 놓고 그냥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수화기에서 여보세요 소리가 들리면 다시 받아서 "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는 요령 같은 게 생겼어요.

회사에서 일년차 이상되고 익숙해지니까 무감각해지더군요.

 

서비스업이 참 사람을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단지 전화통화를 하면서 대화하는 사람이 한명의 사람이란 걸 잊게 만들어요.

뭐 "나도 사람이니 인격적 대우를 해달라" 이런 뉘앙스는 아니고 사람도 아닌  비인격화되서 그저 기계같은 존재가 되버린다랄까요.

114나 통신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도 상담원이 기계처럼 대답하죠.

 업무적인 말투일 수도 있겠지만  정신적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한 이유도 있다고 생각해요.

고객은 돈은 돈대로 쓰고 상담원도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한 정당한 보수도 못받고  참 서로가 힘들어요.

 

    • 진짜 GM님들은 힘들 거에요;; 게임하다 보면 느끼는데 연령이 낮을 수록 별 생트집을 잡는 사람들이 많아서; 저도 어차피 GM들이 딱히 권한이 있는 게 아니고 고객응대만 할 뿐이니 화내서 뭐하느냐 싶어도, 어떨 땐 정말 화나서 GM한테 퍼붓고 싶을 때가 있더라고요. ㅠㅠ(상담이 몇 시간이 지나도 응해주질 않는다든지 할 때)
    • 성매매 얘기할 때도 가끔 생각해보는 건데, 정말 '인격'이 파괴되는 직업, 혹은 그 중 최고는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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