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통일에 대한 딸바보 아빠의 단상

hubris님이 본인의 블로그 (http://seoul.blogspot.com/)와 이 게시판에, 경제학적 관점에서 볼 때 한반도 통일이 멀지 않다는 요지의 글을 올리신 적이 있죠.


경제학 전공자는 아닙니다만,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을 접하다 보니, 통일은 우리가 준비할 새도 없이 갑자기 찾아올 것이라는 예측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두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이런 갑작스러운 한반도 통일은 별로 반갑지가 않아요.


굳이 독일 통일의 예를 들 필요도 없습니다.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에서만 보더라도, 우리에게 통일이란 "굶주림에 시달리는 극빈곤층 2000만명의 인구 증가"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통일 이후의 양극화 현상은 현재 수준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우리가 겪고 있는 심각한 사회문제들이 상상하기 싫을 정도로 커진다는 뜻이죠.

굶주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안타까움과는 별개로, 이건 정말 내키지 않는 결과입니다.


저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지원해야 한다는 명제에 저는 적극 찬성합니다.

하지만, 생존을 위해 자기 자식을 잡아먹었을 지도 모르는 사람들과 제 딸들이 한 사회에 섞여 살기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또한, 지금의 여당이든 야당이든 저의 이런 불안감을 안심시켜 줄 만한 역량을 지니고 있다고 보지도 않습니다. (김대중 선생의 빈자리가 안타깝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민주 정부 10년간의 대북 경협과 햇볕정책이 이명박 정부에 의해 박살난 것이 안타깝습니다.

통일이 되더라도 그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거나, 무조건적인 통일이 아닌 두 나라로서의 공존으로 갈 수 있는 길이 막힌 것이죠.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은 역설적으로 남한에 의한 일방적 흡수통일을 앞당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을 느낍니다.


덧붙여, 약간 엉뚱한 생각이기는 합니다만, 이런 일방적 흡수통일을 가장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은 이 나라 개신교계 인사들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갖고 있습니다.

개신교 신자 수가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단번에 뒤집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신시장이 북한이죠.

만약 통일이 되면, 몇 년 안에 유명 교회 체인에 소속된 초대형 개신교회가 평양에 들어설 것이라는 쪽에 내기를 걸겠습니다.

    • 저도 분단체제가 장기화될수록 통일을 안 하는 편이 낫다 생각합니다. 당장 조선족과의 갈등도 심한데 북한의 2천만명이라..
      경제불황 와중에 국민 중에서 다음 세대를 위해 자신의 일생을 희생할 사람 그리 많지 않을거고요
      그리고 가진 것 없는 북한인 입장에서 통일 후에 가장 빠르게 부를 거머쥘 방법은 용역이죠. 북한인들이 건설, 유흥, 조폭시장에 개입하면 ㅎㄷㄷ.. 그걸 통제 가능키나 할까요? 인구비가 1:2 밖에 안 되는데 우리나라가 군사국가도 아니고 내부의 지하시장도 완전통제 불가능인데..
      그래서 통일을 하더라도 별개의 연방으로 통치하자는거죠. 그런데 이러다 쿠데타 일어나면 답이 없단..
    • 저 실례되는 말씀입니다만, 이미 한국에서 살고 있는 북한 출신 주민의 숫자는 2만명이 넘었습니다...
    • 괴영감오비완님/ 그렇죠. 그 2만 명의 북한 출신 주민들이 겪는 정신적, 육체적 건강의 문제, 사회적응의 문제, 빈곤 문제 등이 지금도 심각한데, 정부에서 체계적으로 지원을 못 하고 있어요. 그래서 더 걱정하는 겁니다.
    • 통일이 된다면 또는 갑작스레 들이닥칠 경우 당시의 정부 역량이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조금의 상식만 있다면 통일(북한정부의 붕괴)가 오더라도 국경이 전면적으로 개방하는 식의 정책은 어려울 겁니다. 엄청난 혼란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으니까요. 기본적으로 북한주민의 남한 방문은 비자를 얻는 식으로 제한 될 것이고, 북한지역에 대한 개발이 상당히 이루어지기 전에는 국경이 개방되긴 어려울 겁니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었을 때를 생각해보면 쉽게 예상할 수 있지요. 물론 아무리 막아놔도, 미국 멕시코 국경처럼 밀입국(?)을 하거나 브로커를 끼고 우회적으로 들어오는 북한주민의 수자도 상당할 수 있으나 갑자기 (독일처럼) 국경이 개방되어 카오스가 들이닥치는 환경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햇빛정책은 통일을 앞당길수도 있고, 북한을 관리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지만, 통일후 남북한이 격차를 줄이고 안정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서로간의 연습의 기회이기도 하지요. 그런 것을 아무대책없이 지금 정부는 뻥 차버렸고...
    • http://cafe.daum.net/tslounge?t__nil_cafemy=item
      그간의 시국좌담회 녹취록들이 있는 카페입니다. 자료 게시판에 들어가시면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통일과 통일정책, 그리고 남북간의 대치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재법 있습니다.


      지난 5월에 북한측과 남한측이 비밀리에 회담을 가졌는데 6월 중에 회담을 하자고
      했다는 뉴스가 뜨더군요. 천안함과 연평도 껀에 관한 사과 이야기도 있고...

      복잡한 이야기인지라 잘라 말하긴 그렇습니다만 암튼 경협이나 대치상황, 대북 강경책에
      대한 책임소재에 대한 이야기는 뭐 여러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습니다만 이 정권 들어서만의
      문제라 하기엔 남한의 역량도 한계가 있고 북한의 엄청난 폐쇄성도 정말 쉽게 문제에
      접근하기 힘들게 하지요.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그냥 넘기기 안타까워서 댓글 남겨봅니다.
    • bankertrust님/ 네, 저 역시 그렇게 예상하고는 있습니다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생각해요.
    • 두 딸을 앞세우니 이해가 되기보다는 제건 이기적으로 느껴지는군요. 물론 사람은 이기적이지요...
      굶어죽을 정도로 굶주린,굶주렸던 그들과는 격리 되어야겠죠. 음 그런가요? 불편하군요

      개신교가 북한땅으로 진출하는 것은 당연하겠네요.
    • 우아한유령님/

      갑작스러운 일방적 흡수통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과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실 의향이 있으신지요?

      지금 남한 내부에서의 양극화와 빈부격차 만 해도 해결방법을 못 찾아 갈팡질팡하는 상황입니다. 이로 인한 사회갈등과 불안은 개인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빈곤층에만 국한되지 않은 경제적 압박, 빈부격차에서 그대로 이어지는 계급 고착화, 이로 인한 좌절감의 확산, 세계 최고의 자살율, 범죄의 증가, 세대간 계급간 극한 대립,

      이에 대응하는 부패한 권력의 공권력을 통한 폭력 등등...

      지금도 이런 상황인데, 북한의 체제 붕괴와 이에 따른 일방적 흡수통일, 그에 따른 북한 주민의 급격한 유입이 어떤 결과를 가져 올 지는 별로 생각하고 싶지도 않군요.

      전 모든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행복하게 사는 안전한 세상이 좋아요. 그런 세상을 위해 세금을 더 내라면 기꺼이 내겠어요.

      하지만, 제 아이들의 미래에 있어서 위험과 불확실성을 높인다면, 그게 통일이든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이든 반대합니다.

      이기적이라고 하시면 할 말은 없는데, 평균보다 훨씬 더 이기적인 생각인 것 같지는 않군요.

      그 모든 위험과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러운 흡수통일을 지지하는 게 특별히 이타적인 것 같지도 않고요.
    • Damian/ 우려하신 바에는 저도 공감합니다.
      다만 북한 주민들에게 너무 막연한 두려움이나 거부감을 가지실 건 없다고 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접한 탈북자들은 나름대로 정부의 지원을 잘 받아 적응도 잘하고 있었고...그들이 버리고 온 북한체제에 대한 증오심 만큼이나 남한 체제를 동경하고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보였습니다.
      걱정하시는 바는 잘 알겠습니다만 먼저 선입견을 가지실 필요는 없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북한 사람들도 결국은 '사람'들이거든요. 자신들에게 신뢰와 인정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적대적이 될 거라고 먼저 걱정할 필요는 없을것 같습니다.
      • 탈북 주민들에 대해 적대감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죽음의 고비를 넘어오신 분들이 잘 되시길 바래요. 제가 걱정하는 건 준비되지 않은 통일 이후의 사회경제적 위험입니다. 두려워 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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