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에 대한 실망

영화주간지 씨네21(일명 씨네리)을 창간호부터 읽고 있는 독자입니다.

매주 빠짐없이 읽었다! 라고 장담은 못하지만 창간호부터 지속적으로 읽고 있으니 그간의 흐름을 알고 있는 독자 정도 될겁니다. 가판이나 서점에서 사서 보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무료로 읽기도 하고, 정기구독으로 읽기도 하고 참 다양한 방식으로 읽었네요.

 

최근 몇년 사이 씨네21이 (제 개인적인 기준으로) 참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죠. 씨네21 내용을 떠나서, 제가 나이가 들어 가치관이나 태도, 관심사가 조금 달라진 탓도 있을게고

또 씨네21이 다루는 한국영화 산업이나, 국내 영화소비 시장도 많이 달라져서 그런것 도 있을거에요.

 

씨네21이 마치 블로그 글처럼 변한 면이 있기도 하고,

한국영화 산업이나 비즈니스 측면과 묘하게 얽히면서 영화주간지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회의감도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씨네21이 잘 되길 바라는 응원을 음지에서 하는 독자 중 한명입니다.

 

모든 잡지시장이 그렇지만, 씨네21 역시 외적인 상황이 좋지 않죠.

요즘은 과거와 달리 한국영화 제작편수가 많이 줄어들었죠.

또한 개봉영화들도 광고를 전처럼 지면광고 등은 안하고 (그래서 씨네21에 보이는 영화 광고가 많이 사라진듯 합니다.)

과거 씨네21 주독자층 이었던 '대중문화에 관심있는' 대학생이나 20대 들이 이제는 씨네21을 과거처럼 많이는 안사보는 것 같아요. (어쩌면 웹으로만 읽을수도 있겠네요.)

또 어디선가 듣기로는 영화전문 주간지가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소문도 있더군요.  좁은 한 시장의 전문지가 주간지로 나온다는 것은 특수한 상황이기도 할것 같습니다.

 

잘 모르는 제가 봐도, 안팎으로 씨네21 상황은 좋지 않아보입니다. (잘못된 추측이길!)

그래서인지

이번에 씨네21에 캠퍼스탐방이라는 기사로 3페이지나 동국대 기사가 실렸는데,

동국대 연극영화과 소개인가 싶어서 봤더니

일산에 생기는 바이오 메디 융합 캠퍼스에 대한 자세한 홍보기사더군요.

씨네21 기사가 맞을까 싶을 정도로 영화와 전혀 상관없는 동국대 일산 바이오 캠퍼스 관련 홍보 기사였어요.

 

 

지난주에 동국대가 제일 뒷표지에 떡하니 광고가 붙었더니만

다음 호에 이런 홍보기사를 내다니요.;

흔히들 '업계소식'이라고 있는 PR광고나 기사인줄 알고 봤더니 목차에도 있는 정식 기사네요.

 

이번주 씨네21에 'KAI'라는 한 사설교육기관 광고가 실렸으니

아마 다음주나 조만간 KAI에 대한 소개 및 홍보 기사가 실릴것 같은 예감이...;;

 

뭐, 그동안 종종 있어왔던 영상관련 교육기관들이나 학과들을 홍보,소개하는거야  아주 나쁘게 볼건 없지만

씨네21이 다루는 문화쪽과 전혀 상관없는 내용의 홍보기사를 , 해당 업체 광고게재 뒤에 접하는 것은 좀 좋게 볼수는 없더군요.

제가 씨네21에 대한 기준이 높아서 일까요.

 

씨네21이나 잡지시장이 어려운 것은 알지만,

그 해결책은 광고나, 기존의 수익방식에서 오는것이 아니라

좀 더 다른 방식을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광고 뒤에, 다음주에 어디 홍보 기사가 나오는 식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 씨네21 보면 영화관련 내용보다는 이제는 다른 트렌드, 대중문화, 등을 블로그처럼 소개하는 것이 더 많아졌죠.

영화기사 조차도 개봉전 홍보랄까, 소개 기사가 많은 것 같고요. 그나마 읽을 거리는 인터뷰 기사들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씨네21 영화평 기사 역시 일반상영 전에 많이 실어서, 정작 개봉 후에 그 평이나 논쟁을 보려고 하면 한참 지난 호를 찾아볼수 밖에 없더군요.

영화 개봉전 홍보나, 분위기 띄우기 측면도 있겠지만 주간지 특성인 시의성도 좀 떨어지는 것 같고...

보지도 않은 영화를 스포일러가 포함된 평이나 논쟁부터 읽어야하는;;)

 

차라리 칼라 지면을 줄이거나 해서라도(비용적인 측면을 줄여) 철저하게 더 영화 전문지로 개편을 한다면... 씨네21이 더 어려워질까요.

 

 

    • 더 어려워지겠지요....

      과거 키노같은 잡지를 생각해보면.....

      이제 살아남은 것은 Cine21 밖에 없지 않나요?
    • beer inside / 네, 그래서 씨네21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존재해요. 무비위크에서는 읽을수 없는 기사들이 사실 씨네21에는 아직도 있거든요. 영화와 관련된 비평이나 최소한의 '저널리즘'이 그나마 씨네21에는 조금 있는 것 같은데...
    • 영화를 진지하게 보는 사람들의 지지와 사랑으로 커나간 대중잡지였는데 그 대중들이 변한게 아닐까 싶네요. 영상엔터테이먼트쪽으로 방향을 전환하자니 웹기반 컨텐츠들에 밀릴거 같고 전문잡지로 가자니 볼 사람 없을거 같고....진퇴양난인거 같은데, 제 생각에는 영상엔터테이먼트로 이미 많이 기울어져 가던것을 확 전환시켜 본격적으로 가고 웹기반을 강화하고 그 쪽에서의 수익창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아이패드전용 모드도 개발하고.... 그 와중에 조그마한 섹션이라도 짬을 내어....구색을 맞추고
    • 여전히 진지한 글들 많이 있죠. 전영객잔이나 씨네산책같은 것들. 기획이 좀 아쉬울 때도 있긴 합니다.
    • soboo// 돈이 없으니 진퇴양난이겠지요. 전방위로 잡지를 만들고 있는 중앙일보를 보면 돈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 제가 다니는 곳이 바로 그 예의 '광고 안싣는 월간지'인데요... 정말 입바른 소리 하기 위해 고생하는점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하긴 하지만 남에게 추천하기는 힘들달까...



      우리월간지는 광고를 아예 없앤 대신 이 분야에 괜찮은 책이 나오면 거의 무료로 실어주고 그러거든요. 조그마한 장르라 동종 경쟁잡지중 판매량 일위를 하니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무척 힘들었지 싶어요
    • maxi/혹시 어떤 월간지인지 알려주실수 있을까요?^^ 추천삼아...
      • 어....보면 놀라실건데 밀리터리 리뷰라고 있습니다. 완전 마이너 잡지라 추천은 좀..ㅠ ㅠ 그리고 잡지 이름 보면 아시겠지만 정부 돈 관련 큰 사업도 연관되어 있는 잡지입니다.
    • 씨네21에 있는 트렌드 관련 글이나 '블로그같은' 기사를 안읽는 이유가 사실 인터넷 취미 게시판이나 일반 사람들의 블로그 등이 더 재밌죠.
      유가지에는 사람들이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읽을 수 있는 글보다는 돈을 지불해서라도 읽을만한 글을 가려서 실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열심히 정기구독하다가 끊은지 몇 년 되었네요. 재미없어진 게 제 내부적 요인인지 아니면 씨네21이 변해서인지, 그 구별이 저에겐 모호하더라구요.
      영화전문으로 가는 건 좀 어려울 거 같아요. soboo님 말씀처럼 대중이 변했어요.
      다른 잡지에 없는 톤의 기사들이 있기에 아쉽고 안타깝다는 말씀에 저도 동감해요.
    • 저도 오랫동안 매주 열심히 사보다가 요즘은 가끔 사보고 있는데요. 제가 변한 탓도 있는데 씨네21이 예전만큼 재미가 없는 탓도 있는 것 같아요. 마침 씨네21을 보고 있던 참이라 댓글 달아봅니다.
    • 저도 윗분들 비슷한 상황인데요. 본문내용에 정말 동감합니다. 근래 재미없어진 거 같다고는 오래전부터 느꼈는데 매주 꼬박꼬박 사보다가 정말 맘에 드는 기사나 꼭지가 있을때만 그러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뒤끝강한 독자라서겠지만, 일년전쯤 에디토리얼에서 폴란스키와 이경영과 송영창을 옹호하는, 관용의 필요성과 가식적인 도덕 운운하는 글을 읽다가 학을 떼고- 잡지의 방향을 결정하는 분이 이런 글을 쓰는 씨네 21을 계속 읽어야 하나 고민을 했습니다. 필름 2.0도 없어진지 오래고 영화잡지가 점점 줄고 있는데 씨네21이 계속 나오면 좋겠다고는 생각하지만, 잡지를 들고와 첫장을 펼칠때 이번호엔 뭐가 있을까 하는 기대감은 이제 많이 줄었어요. 아마 김혜리 기자님의 글이 실리는 한은 계속 보겠지만.
    • 2005년 이후로 영화 주간지 안사봅니다. 아직도 씨네 21 창간호~71호까지 가지고 있는데...이때가 저에겐 씨네21이 가장 좋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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