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 마지막 공연.

*씨네코아라는 극장을 기억하시나요? 기억하신다고요?


여러분 나이를 알만 하군요...


시비를 걸려고 했던건 아니고...


저는 그곳에서 제 인생에 단 한명 존재했었던 (그리고 앞으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여자친구와 히로스에 료코가 주연한 '비밀'을 봤고

전역한 뒤 얼마 되지 않아 미셀공드리의 '수면의 과학'을 분명히 졸면서 봐놓고 무슨 이유에선지 그 앞에서 팔던 수면의 과학 티셔츠를 사왔는데 작아서 입지도 못하고...

이케와키 치즈루가 제 앞에서 미소지으며 무대인사하는 것도 봤습니다. 바로 그 곳에서요. 여러모로 애착을 가질 수 밖에 없던 공간이지요.

그래서 마지막 상영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도 굳이 또 봤습니다. 그냥 그 공간에 대한 추억을 하나 더 가지고 싶었어요.





*


라이브 클럽 쌤이 이제 문을 닫는 답니다. 아 이게 왠 청천벽력같은 소식이란 말입니까. 멍한 눈으로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눈을 부라리고 말았지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요. 마지막 공연을 4일에 걸쳐서 하는데, 세상에 내일 모레부터 입니다. 이번 주말이 지나가면 클럽 쌤이 없어지는 거에요.

아직도 잘 믿어지지 않네요. 현실감이 없어요.


저는 바세린을 문샤이너스를 페퍼톤스를 그곳에서 맨처음으로 봤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여러 밴드의 음악을 서서 혹은 앉아서 소리지르면서 때때로는 졸면서 들었지요.

요새는 자주가지 않지만... 가장 최근에 쌤에서 봤던 공연이 작년 구남과여와 프렌지의 공연이었네요. 그때 프렌지 보러 온 참 예쁜 아가씨가 있었는데... 프렌지가 중요한게 아니죠. 아가씨도..

항상 공연 시간에 늦어 홍대역에서 공연장까지 숨을 헐떡거리며 뛰어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공연보면서 뛰다가 지치면 잠깐 나와 그 앞 구멍가게에서 쮸쮸바 사먹던 기억도요.

돌이켜보니 그 모습들이 아련한 추억처럼 느껴지는 것이지 사실 그건 저같은 사람에게 일상이 아니었겠습니까. 누가 일상을 추억할까요. 누가 맨날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겠어요.

더 이상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으니 그 시간들을 추억으로 남기는게 아닐까요?


많은 기억과 사연을 품고 있던 공간이 사라져, 다시는 그곳과 관련된 기억을 남길 일이 없다는게 참 슬프고 안타깝습니다.

새삼 나이를 먹는다는게 싫어요. 내가 자꾸 현실이 아닌 기억속에만 존재하는 사람이 되어가는거 같아요. 오늘은 흐리고, 내일은 막막하네요. 오직 어제만이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시네코아때처럼, 이 곳에서의 마지막 추억을 만들기 위해 마지막 공연에 가야 할텐데,

마음같아서는 목요일부터 주구장창 앉아있고 싶지만 그럴수는 없겠죠. 언제가도 제가 보고 싶은 밴드들의 공연은 만날 수 있을거 같아요.

워낙 많은 밴드가 참여하는거라... 라인업보니 무슨 추모공연 같습니다. 그나마 할로우잰에 가장 눈길이 가네요. 이 친구들 일년에 공연 한두번 하잖아요.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요. 고작 공연장한테. 수고했어요. 잘가요. 기억할께요.

이런 말들 자주하지만 할때마다 어렵네요. 마지막 꼭 함께할께요.



    • 고등학생 때 처음으로 인디밴드 공연을 보러 갔던 클럽이 쌤이라 사라지는게 무척이나 아쉽네요 금요일에 가보려구요 마지막으로 ㅜ
    • 시네코아에 참 많은 청춘의 기억과 아픔과 방황을 묻어 놓고 왔는데 말이죠.
      저도 조제 마지막회도 보고 왔어요. 일부러 찾아가서.
      한 공간이 사라지는 건 타의적으로 기억이 잘라져 나가는 것 같아요.
      쌤에도 또 많은 걸 묻어놔야 겠지요.
      출연진이 많다보니 토 일요일공연은 너무 많이 사람들이 몰릴까 걱정도 좀 되더라구요.
    • 저거 먼가요. 집들이 떡인가요. 맛있겠다.
    • 코아아트홀이 문닫고 시네코아마저 문을 닫았을 때가 생각나네요. 키노마저 폐간됐던 시절.
      일상을 떠나보낸다는 게 참으로 먹먹했었죠. 그 때, 이렇게 이별하는 것만 남은 삶을 사는 게 아닌가 두렵기도 했었습니다. 그 두려움이 다시 엄습하네요.
    • 요일별 라인업은 이렇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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