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논쟁글이 아닙니다

 

이것은 논쟁글이 아닙니다.

며칠 전부터 머릿속에서 맴돌며 쉽게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어서요. 그것을 글로 옮겨서 좀 정리하고 싶어요. 정리.

 

 

며칠 전, 그러니까 이 '성매매' 논쟁이 막 시작됐을 무렵입니다.

의미 없다고 생각했었으니 설왕설래하는 논쟁에 내 말을 한 숟가락 얹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논쟁이 워낙 확전에 확전 양상으로 진행되다보니 관련글들을 하나씩 둘씩 보게 되더군요. 사람 마음이 참.

 

 

그러다가, 한 분이 쓴 글을 읽었습니다.

<이 마당에 업소 나갔었다고 고백하면 어떨까요> 정확하진 않지만 이런 제목의 글이었습니다. 거기에서 많은 말이 오갔습니다.

그리고 약간 시간이 지나고, 그분이 다시 글을 올렸습니다.

 '과거형으로 썼고 2차는 나가지 않았다고 했지만 사실은 아니다. 2차도 나갔었고 현재도 일은 나간다'는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내용은, 담담한 어조로 얘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다 읽고 나니 참, 뭐라고 할 수 있는 말이 없었습니다.

위로나 격려, 내지는 조언, 뭐 그런 것을 바라는 글이 아니었으니까요. 그저 담담했습니다.

사실, 두 번째 글은 처음 글에 달린 댓글들에 의해 끌려나온 글이었습니다.

어떤 비난들. '2차도 안 나가본 인간이 화류세계를 다 아는 것처럼 말하지 마라'

몇몇 분들도 저와 비슷한 마음이 들었는지 '잘 읽었습니다' 같은 짧은 댓글이 몇 개 달렸습니다.

그리고 그 밑으로 조금 다른 글들이 쓰였습니다.

19금 표시 하세요. 미성년들이 봅니다.

이 글을 읽어보니 더욱 확신이 생기는군요.

장담하건데 다른 커뮤니티에서 이 글 퍼갈 겁니다.

확인해보니 벌써 퍼갔군요.

그런 식으로 댓글들이 툭 툭 이어졌습니다.

................아니, 19금 표시라니, 이 글이 그런 수위라면 모든 성매매 논쟁 글에 19금 표시를 해야할 텐데.

아니 아니, 그건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고. 어쨌든 당황스러운 마음이 일었습니다.

뭐라고 직접적으로 얘기하지는 않지만 댓글들에서 각지고, 모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런 댓글들이 당연한 반응인데, 평소 고민글에 서로 토닥토닥 따뜻한 글을 잘 써주시는, 눈에 익은 이름의 분들이라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댓글을 하나 달았습니다. 스스로를 조금 보호하시는 게 좋겠다고.

그리고 다시 두 번째 글을 읽었습니다. 다시 읽으니 처음엔 그저 담담한 어조라고 생각했던 글 중간중간에 혼란스러움이 읽혔습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고, 한 시간 정도 지났나. 그분은 미안합니다, 라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글이 지워졌습니다. 탈퇴하셨고요.

 

 

그분은 왜 그런 글을 썼을까. 요즘 같은 세상에, 오픈된 인터넷 커뮤니티에.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여기다, 털어놓듯이 썼을까.

............ 뭔가 주장하고 싶었고, 논쟁이 있고, 다시 자기 생각을 글로 옮기는 와중에 스스로 혼란스러워졌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할 수 있는 말이 점점 없어졌습니다.

며칠이 지나며 논쟁은 진흙탕이 되어갑니다. 하지만 역시 별로 할 얘기가, 할 수 있는 말이 없었습니다.

그분의 담담했던 글, 그리고 혼란스러운 여운, 그런 것은 같고 다르고 비슷한 많은 주장들의 어느 쪽에도 해당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 그 분이 글을 지우고 떠나신 이유는 그 글들의 관련 내용이 더 이상 언급되지 않기 위해 그러는 게 아니었을까요?
      그런데 이 글만으로도 어떤 글이 있었는지 파악이 되잖아요. 그 분은 아예 얘기가 안 되기를 바라실 것 같은데요.

      그리고 이 글을 읽어보니 더욱 확신이 생겼다는 말을 쓴 사람으로서 그거 진심이었습니다. 비아냥도 아니고요 모진 기분도 아니었는데요?
    • 두 개의 게시물 모두 읽기만 하고 댓글은 안 달았는데 읽으면서 암담했습니다. 그 글이 또 얼마나 입맛대로 요리되어 이용당할 것인가 하고요. 하기야 그게 모든 공개된 글의 숙명이긴 하지만 일단 재료가 입맛을 자극하는 거였으니까요.
    • 비밀의 청춘/ 첫째둘째 줄은, 그건 모르겠어요. 셋째 줄은, 네,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안녕핫세요/ 네. 스스로 보호하기를 포기한 것처럼 보여서 당황스러웠고, 슬펐습니다.
    • 논쟁글이 아니라기에 댓글을 올립니다. 그 글의 반응을 보고 여기에서 논쟁하는 많은 이들은 진정 당사자를 위하여 논쟁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 그야 남을 위하여 대신 논쟁을 해주는 사람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답니까? 누구나 다 자신을 위해 자기 하고 싶은 말을 할 뿐이죠...
    • 지나가다가/ 동감이에요. 위선을 떨든 구역질을 하든 사실은 자신을 위해.
    • 당연히 자신을 위해서죠. 사회의 모든 일들을 결국 자신의 입장을 위해서 생각하는 게 대체 뭐가 그릇된 겁니까? 시작은 자신부터라고 생각합니다. 흔히 쓰는 공감된다라는 표현도 내가 너를 이해한다, 라는 의미이죠. 그리고 제가 보기엔 liece님도 충분히 자신의 입장을 위해 논쟁을 하시는 것 같은데요?
    • 비밀의 청춘/ 이런, 제가 언제 그걸 두고 그릇되었다고 했나요.
      예전에 이 사안에 대해 처음이자 마지막 논쟁글을 올릴 때 저는 그러하다고 했습니다만.

      뭐 근데 솔직히 보면서 대놓고 구역질하는 건 그렇다 치는데 위선을 떨 거면 좀 티안나게 떨든가 하는 감상이 종종 들긴 했습니다.
    • 위선을 떨든 구역질을 하든 이라는 말이나 그릇된거나 그게 그거 아닌가요?
      그리고 하긴 저도 티나게 치우치는 분들 보면 자제하시지 라는 생각 하긴 했습니다.
    • 제가 신도 아니고 뭘 두고 옳다 그르다하고 단정하겠습니까. 그건 오만이죠.
    • 제가 요즘 누굴 비난하고, 시시비비 가릴 힘이 없어서요. 허허.
      그런데 마음에 계속 남아서, 뭐라고 쓰기는 써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최소한의 맥락을 위해서, 내가 뭘 왜 안타까워하는지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서 그 글의 내용을 일부 언급했고요.
      고민해봤지만, 그날의 댓글을 일부 기억나는대로 쓸 수밖에 없었어요. 사실 그 내용들이 좀 아쉬웠거든요.
      그렇다고 분노하거나 비난......할 의도 없습니다. 그렇지도 않고요. (그렇지 않은가하는 언급에)
      오히려 이해해요.

      이건 논리적인 글이 못됩니다. 경제학이나 페미니즘, 이런 거 고민 안하고 썼으니까요. 그냥, 감정풀이입니다.
      요즘 안쓰런 사건들이 많아서, 그 여파가 좀 겹치기도 했고요.
    • 어떤 분 댓글에서, 분명 전체적인 분위기는 걱정하는 느낌으로 다셨던 것 같은데 '평판 나빠질까봐 걱정된다'고 한 부분을 보고 마음이 싸했어요. 마치 '오늘 길 가다 성추행 당할 뻔 했다'는 말을 했더니 부모님께 '여자애가 조심히 다녀야지'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기분이랄까요. 걱정은 걱정인데 핀트가 미묘하게 어긋나서요. 평판이라...
    • (아이고...지우셨네) 네. 그러니까 요즘같은 세상에, 인터넷 커뮤니티에 그런 글을 쓸 수 있나 싶었어요.
      스스로를 좀 보호하시라고 하고팠고요.
      토닥토닥 거리는 걸 바라는 글은 아니었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다만. 관계없는 제3자가 봐도 그 글 밑에 툭 툭 달리는 댓글이 가볍지는 않아서.

      그런 상황, 논쟁이 확전되는 상황이 아니라, 다른 날, 다른 상황에서 글을 올렸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런 상황이 아니면 이분이 이런 글을 쓸 이유가 없었으려나 싶기도 하고요.


      그리고
      제가 이 글을 쓰고 나서 술을 꿀럭꿀럭 마시기 시작해서, 한 됫박을 거의 다 마셨거든요.
      그러니 혹시 본문과 관련해서 어떤 얘기를 하신다면 내일 답하고 싶습니다. 해서 미안합니다.
    • (아이고.. 지우셨네;;) 네. 사실 이 글 자체가 '오만'과 '몸 사림' 사이에서 나온 글일지도 몰라요.
      써놓고 보니까 전형적이네요. (그러네요. 감사합니다)
      동의합니다.
      다만 '탈퇴'라는 사건에서 느낀 감정이 갈리나봐요.
    • 구구절절 적어놓으니 역시 좀 제 자신이 위선자 같아서 (큰고양임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지웠는데 그새 보셨네요, 죄송합니다.
    • 몸 팔아서 먹고 사는 짓이라는거, 자기 환멸감이라는 것을 동반하지 않을 수 없는거죠. 서비스업 종사자는 대게 그런 환멸감과 맞닥드리게 됩니다.
      제조업도 그런 시절들이 있었죠. 물론 요즘도 그런 사업장 있어요. 그래서 귀족노조라는 말장난 하는 것들 보면 돌로 처 죽이고 싶어요. 신체(육체)를 구속 시켜 돈을 벌고
      먹고 살 수 밖에 없는 처지의 느낌을 굳이 상기시켜주고 그에 따라 자기 삶의 근간이 불필요하게 흔들리게 되는 모든 불우한 사람들에게 평화가 있기를
    • 2차도 안 나가본 주제에 뭐냐는 어조의 리플을 단 유저의 닉네임은 확실히 기억에 박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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