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카피하다-존대말과 반말 사이

영화는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어쩌다보니 줄리엣 비노슈의 홀몸(?)으로 애 키우며 골동품 가게하는 중년여성역에 엄청나게 공감하면서 보게 되었네요.

 

영화를 보고 나니 한글자막이 역시 좀 아쉽긴 합니다. 이 영화는 남녀 주인공이 전반부는 처음 만난 사람들처럼, 후반부는 결혼 15년차 부부처럼 연기하는 묘한 상황을 풀어 가고 있습니다. 배경은 이태리지만 영국인 남자를 고려해서 처음에는 프랑스 여자가 영어로 이야기 하다가 두 사람이 부부로 설정된 이후 감정이 고조되면서 각자 모국어로 소리치며 싸우거나 불어로 이야기하는 쪽으로 옮겨갑니다.

 

근데 전반부 만남장면 한글자막에서는 둘이 서로 존대말로 대화하는 걸로 나옵니다. 교양있는 초면의 중년남녀라면 우리말로는 당연히 존대말을 하는게 맞지요. 하지만 후반부에 둘이 부부처럼 대화할 때는 자막이 반말로 바뀝니다. 결혼 15년 차에 장거리 결혼생활을 하며 독립적인 삶을 사는 부부라면 아마 서로 반말을 쓰겠죠. 근데 영어로는 두 상황이 그렇게까지 차이나지 않겠지만 우리말로는 완전히 다른 표현이 되기 때문에 둘이 처음 본 사이-결혼한 사이 둘 중에 어느 쪽도 해석이 가능하다기보다는 중간에 완전 딴 영화를 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 참, 중간부터 [존대말 반말 표현이 존재하는] 불어도 나오지만 여기서부터는 부부행세를 할 때니까 불어 반말은 큰 의미가 없을 거에요. 제가 불어 대화를 알아들었다는 건 아니지만.  

 

** 듀나님도 지적하셨지만 "한때 사랑에 빠졌던 미국남자와 프랑스 여자가 10여년 만에 유럽의 도시에서 만난다. 남자의 책 출간 기념회를 계기로 만난 그들은 남자가 도시를 떠나기 전 한나절을 보내며 과거를 회상하는데 . . ."로 요약할 수 있는 줄거리는 정말 <비포 선셋>과 비슷하네요.

 

*** 마지막으로 줄리엣 비노슈의 하이힐을 보면서 어떻게 저걸신고 자갈깔린 이태리 길을 돌아다니나 했는데 역시나 나중에는 벗어버리네요.

    • 맞아요. 제 생각에도 자막이 좀 그랬어요.
      영화는 소품을 늘려놓은 느낌이고, 개인적으로 큰 감흥은 없었어요.
      영화 보고 나서 급여행가고 싶더라구요. 극장 나와서 경비 계산해 본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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