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애(愛) 봤습니다
김태일 감독님과 주로미 조감독님(부부이십니다)은 이 영화를 찍기 전 대학 이상 교육받은 자를 제외하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접근하셨더군요. 어쩐지 그들이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힘들고 열심히 사는 분들이었습니다. 너무 열심히 사는 분들이고,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도 바로 그런 모습들의 이어 붙이기였기 때문에, 전 결정적으로 그게 찡하더군요. 그런 의미로 영문제목인 No Name Stars 는 참 잘 지어진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생각보다 울컥하지 않았습니다. 중간중간 울컥한 장면들이 있긴 한데, 그걸 또 금방 잠재워줍니다. 거의 인터뷰로만 진행된 다큐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인터뷰 속 그 날의 시간이 흐르긴 하지만 그게 참 느리고 병렬적으로 진행됩니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거의 동등하게 양분됩니다. 단적으로, 인터뷰 하시는 분들의 소개, 그러니까 이름 다음 괄호에 나오는 말은 '당시 시민군' 이기도 하고 '농부' 이기도 합니다. 과거와 현재의 소속을 자막을 통해 그냥 왔다갔다 하면서 보여줍니다. 영화의 시선도 그렇게 분산되어 있고 관객들은 그만큼 담담하게 보게 됩니다. 만들려면 한껏 감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다큐멘터리였지만 <오월애>는 그렇지 않더군요. 그러나 그렇기때문에 더 울림이 큰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완강하게 인터뷰를 거절하셨던 과일장수 아주머니가 계셨는데, 어쩔 수 없이 이번이 마지막이여, 이러시며 인터뷰에 응하십니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깔리는데요, 그 노래를 부르시는 분이 그 과일장수 아주머니임을 조금 후에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현장에 늘 나가있게 되니 저절로 노래를 외웠고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는 말씀, 이런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울컥합니다.
이런 다큐를 볼 때 가장 답답한 것은 바로 지금 현재까지 카메라를 들이대도 이 다큐멘터리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는 사실, 그러니까 전혀 종결되지 않은 이야기라는 점이죠. 여전히 광주 사람들을 폭도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고, 여전히 발포명령을 누가했는지 알 수 없는 대한민국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다큐로 찍어 작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대상'을 받고 일반 개봉도 했지만 CGV 저녁 시간 대의 관객은 5명에 불과하다는 사실. 그 극장의 모습까지도 전 이 다큐의 연장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가장 답답하죠. 5월12일에 개봉한 이 영화는 현재 26위에 랭크되어 있고, 총 관객은 770명입니다. 독립영화 1만명 고지를 그간 몇몇 영화들이 넘었지만 그에 비해서도 굉장히 적어보이는 수치입니다. 물론... 이 영화를 보지 않고서도 광주에 관심을 충분히 가질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를 좀 더 많은 분들이 보고 공유하길 바랐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군요. 솔직히 블럭버스터들이 빵빵 터지는 6월에 개봉하게 되는 또다른 다큐 <종로의 기적>은 더 걱정 됩니다.
영화 막바지, 한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십니다. 누군가에게 내가 당시 광주에 있었던 사람이다, 라는 말을 하면 수고했다, 고맙다 하는 말을 듣고 싶다고.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말씀이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