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면접의 기억, 넥타이

이번주는 좀 바쁠 것 같네요. 본격적으로 시동걸기 전에 일단 좀 놀아놓고 시작하고자.. ㅡㅡ; 아침에 회사에 와서 양치를 하는데 후배 직원이 들어와 넥타이를 매고 있더군요. 아마 바쁘게 나왔나 봅니다. 그걸 보니 문득 옛날 생각이 났어요. ㅎㅎ

 

1.

 

졸업 학기가 되어 구직 활동을 시작했던 때에, 처음으로 면접 일정이 잡혔습니다. 사실 그땐 아직 학생이었던데다 졸업이 많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철없게도 그걸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고 준비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그때까지 몸에 맞는 양복이 하나도 없었는데 양복도 한 벌 샀으니 준비 많이 하긴 했습니다. ㅎㅎ 넥타이와 와이셔츠는 뭐 내일 아버지거 훔쳐 입고 가기로 하고... 별다른 코디를 준비하지 않고 그냥 잠들었어요.

 

다음날 겨우 시간에 맞춰 일어나 옷을 챙겨입는데... 하나 깜빡한게 있더군요. 넥타이. 아버지 옷장에 넥타이는 많았으니 하나 빼서 차는 건 일도 아닌데, 문제는 넥타이를 할 줄 모른다는 거. ㅠㅠ 마침 마루에서는 어머니와 어머니 친구분이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어요. 휴, 됐네.

 

엄마, 나 넥타이 좀 해줘. - 응? 나 넥타이 할 줄 모르는데?

 

전 왜 어머니는 넥타이를 할 줄 아실거라고 생각했을까요? 생각해보면 본인은 평생 할 일이 없으실텐데 말입니다. 이게 다 드라마에서 아내가 남편 출근할 때 넥타이 해주는 장면을 아주 습관적으로 보여주니까 이렇게 된듯. ㅠㅠ 이때 본의 아니게 깨달았어요.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는 그런 알콩달콩한 아침 풍경이 평생 없었다는 걸ㅋ. 하필 어머니 친구분도 할 줄 모르시고... 다급한 마음에 같이 면접보러 가는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마침 이 친구는 고등학교 때 교복에 넥타이가 있어서 할 줄 알더군요. 그냥 넥타이 가방에 쑤셔넣고 출발.

 

뭐 결론은 그렇게 가는 길에 집앞에서 마침 아버지를 만났어요. 아버지도 평생 남의 넥타이를 해준 적은 없으시다보니 본인 목에 채웠다가 풀러서 주셨어요. 체형 차이가 있어서 길이가 좀 이상해졌지만 그래도 아버지가 해주신 넥타이 하고 가니 기분은 이상하게 안정되더군요. 다행히 그날 결과도 좋았습니다.

 

2.

 

그렇게 취업한 직장에서 연수를 마치고 사무실에 배치된 건 여름이었습니다. 인사 하고 멍 때리고 있는 생활이었죠. 더워 죽겠는데 점심 먹고 오는 길에 팀장님 왈. "여름엔 꼭 그렇게 타이 하지 않아도 되네. 노타이로 다녀." 오 이런 감사할데가. 신입으로서 쪼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사무실 자리에 앉자 마자 넥타이부터 풀렀습니다. 잠시 후 팀장님이 슬쩍 하시는 말.

 

"근데... 반팔 와이셔츠는 없나? 긴팔에 노타이는 전형적인 노숙자 복장인데..."

 

그게 정말 비지니스 세계에서 일반적인 드레스 코드인지는 모르겠지만, 전 그날 이후 긴팔 와이셔츠에는 노타이를 잘 못합니다. 스스로 자꾸 노숙자처럼 느껴져서. ㅠㅠ

    • 2.그렇게 따지면 애초에 반팔 와이셔츠가 정석이 아니죠. 와이셔츠는 입으려면 긴팔입는거고..반팔은 애초에 드레스코드상 존재하지 않는 옷일걸요.
    • 비지니스 세계의 엄격한 드레스코드로 유명한 업종에서는 반팔 와이셔츠 아예 안입는데요... -_-;
      근무시간이 끝나고 야근을 한다거나, 회식을 한다거나 하면 노타이가 허용되어 긴팔에 노타이 복장이 되는데...흠.
    • 와이셔츠의 정확한 의미에 대해서 사실 다들 잘 모르더군요. 와이셔츠가 사실상 속옷의 개념이기 때문에 양복 상의를 함부로 벗는게 아니라는 사실도 모르는분들이 많고..
    • 1. 넥타이 자주 매지는 않지만 할 때마다 이거 만든 인간 욕해요.

      2. 반팔 셔츠 잘못 입으면 여름에 흉하죠. 겉옷이나 잘 입으면 괜찮은데 더우니까 벗게 되고 그럼 살이 비치거나 겨드랑이가 드러나는 사태가 발생하죠.
      어디선가 본 걸론 양복에 반팔 셔츠는 미국식이라는 데 미국이고 유럽이고 가본적 없으니 모르겠고, 몰몬교 선교사들이 겉옷 없이 타이+반팔로 다니는 건 종종 봤어요.
    • 매일 정장을 입는 직당입니다. 드레스코드가 엄격한 곳이구요. 드레스셔츠가 속옷 개념인건 맞습니다만, 우리나라에 100%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고요. 냉난방 완벽하지 않은 사무실에서라면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하지 않을까요... Global IB 애들도 케바케에요.
    • 저는 중고등학교 6년간 계속 타이 있는 학교를 다녀서, 학교 공식 행사 때 당시 1학년 후배들이 넥타이 못 매는 것이 컬쳐쇼크(까지는 아닌데 여튼..)였습니다.
      후배들 말로는 요즘 학생들은 대부분 지퍼식이나 아니면 칼라에 살짝 끼우는 걸 쓴다고 하더군요.

      ㅡ 이리 와, 타이가 비뚤어졌잖아. [.....] (학과장님이 보고계셔..)

      그보다도 더 나중에야 제가 늘 하고 다닌 방식이 윈저 스타일 놋이라는 걸 알았죠. 처음에 빡시게 배웠더니(?) 유용하게 써먹은 사례.. 랄까요.
    • 나름 드레스 코드에 민감하다는 외국계 금융사 사람들을 아는데.. 넥타이는 안 매고 다녀도 셔츠는 긴팔로만 입더라구요.
    • stardust / 그러고보니 와이셔츠 안에 따로 런닝셔츠는 안입는게 정석이라는 말도 기억나네요. 와이셔츠 자체가 속옷이라서 그랬던건가. 우리나라에서 정말 와이셔츠 안에 속옷 안입고 게다가 양복 상의까지 벗어버리면 대참사가...

      inmymusic / 오. 제 옛 팀장의 관점에 따르면 노숙자들이 모인 외국계 금융사.. 외국계 금융사를 다니다가 노숙자가 되는건가..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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