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관련 잡담, 가장 기본적인 여행 스타일에 대하여
처음 유럽 여행을 했을때는 1주씩 파리/런던/베를린 이렇게 할당하려고 했어요. 근데 검색하다보니까 너무너무 가고 싶은 곳이 많아지는 거에요. 뮌헨은 어떻구요, 빈은 어떻구요, 이탈리아(의 도시들을 읊기도 벅차죠 이 나라는 정말!)는 또 어떻고, 또 게다가 스페인은 어떻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유로와 한국 친구가 남겨주고 갔던 가이드북 가지고 저 여행을 계획하기엔 벅차서 듀나에 여쭤봤었죠. 결국은 파리/런던/베를린 합쳐 얼추 보름 정도, 짧게 다녀왔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날짜를 변경할 수가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다시 핀란드로 돌아와서, 5월의 마지막날, 제가 마지막으로 보던 백야가 생각나요. 새벽 네시쯤인가 해가 어둑하게 졌고, 저는 그때까지 잠들지 못했죠. (밀린 짐들을 다 청소하느라 -_-) 아마 그때 어둑하게 지는 해를 기숙사의 발코니에서 보면서, 우유 탄 커피를 마시면서 카멜인지를 피우고 있었을 거에요. 담배 이름은 기억이 안 나네요. 핀란드 담배였나, 말아 피우는 담배였나.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핀란드를 경유하는 수많은, 정말이지 수많은 한국인들과 같이 비행기를 탔어요. 고작 육개월간 타지 생활이었지만 제 옆자리 아저씨가 앉자마자 조선일보를 펼치는 걸 보고 아 그렇지, 조선일보라는 게 있었지, 그런 걸 읽는 아저씨들이 있었지, 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 곳에서 인천까지 오는 데에는 아홉시간 정도 걸리고, 도저히 잠들 수가 없었어요. 데리러 온 아버지 차에 타자마자 저, 다시 핀란드 가고 싶어요, 라고 말했던 게 기억나요.
너무 소중한 기억이었구요.
오월의 유럽은 정말 제 생각보다 한 천배는 더 아름다웠구요.
아름다웠습니다.
정말로.
창문과 허름한 침대와 협탁과 화장실만 딸린 빠리의 낡은 호텔방. 그건 북역 근처에 있었죠.
그리고 내가 혼자 찾은 베를린의 골목들. 까페에서 쓰던 편지들. 도저히 떨쳐낼 수 없었던 기억들. 노틀담 앞. 오르세 미술관 앞의 코끼리 동상. 베를린으로 가기 위해 큰 짐을 들고 혼자 동역으로 가던 동양 여자애. 여섯 명이 들어앉은 콤파트먼트에서 꼬박 밤을 보낸, 정말이지 쏘 어어풀 하던 시간들. (하지만 런던의 장미들도, 정말로 아름다웠어요. 다가와서 너 아름다운 거 아냐고 수작 걸던 영국 청년도 뭐 아름다웠다고 쳐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