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나무숲] 이웃간의 소음문제
설마 이런 일이 저에게 닥치리라곤 생각도 못 했어요.
뉴스에 층간소음 때문에 칼부림이 나고 살인이 나는 그런 얘기들 나올 때마다
'아니 얼마나 심했길래 저렇게까지 되나. 서로 조금만 조심하고 이해하면 될텐데.......'
라고 쉽게 생각했어요.
저는 평생 아파트라곤 살아본 적 없고, 몇 층짜리 빌라와 주택에는 살아봤어요.
가끔 주차문제 때문에 이웃간에 감정이 상한 적은 있어도 그게 그렇게 오래 가거나 심각해진 적은 없어요.
그런데 얼마 전 저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던 그 일이 닥쳤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이층 짜리 주택이고 주인은 할머니 한 분이신데 이층에 사시고,
1층은 2세대가 사는데 그 중 한 세대에 제가 삽니다.
애초에 이 지역이 방을 구하려는 사람은 많은데 방이 모자라 경쟁이 셉니다.
저는 이 집이 딱 좋아요. 일터와의 거리도, 주변교통도 좋고, 무엇보다 조용한 환경이 맘에 들어서
몇년 째 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두 번의 이웃이 저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들고 났지만 그 분들도 조용한 편이라
(저저번에 살던 부부는 초등학생, 유치원생 아이들이 있었지만 시끄러운 거 모르고 살았고, 저번에 살던 부부는
돌쟁이 애기 있었는데 가끔 부부싸움 소리 빼곤 조용했어요.)
별로 불편한 적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옆집이 새로 이사오고부터 우려하던 그 일이 현실로 일어났어요.
이 집은 이사오는 날부터 심상치 않았어요.
집 주인 아들이 아파트에서 키우다 감당이 힘들었는지 본가에 버리고 간 강아지가 한 마리 있어요.
할머니가 별로 신경쓰지 않는 듯 그 강아지는 제가 퇴근하다 보면 저희 집 앞에 웅크리고 있을 때가 많더라구요.
제가 가끔 먹이도 챙겨주고 놀아주곤 했습니다.
그런데 옆집이 이사오자마자 이 강아지한테 무한애정을 보이더니, 아무 질문도 없이 우리집 장독뚜껑에 밥을 줬더라구요;;;
뭐 그럴수도 있겠지......마당에 있던 거니 버리는 건 줄 알았나? 하고 제가 씻어다 말렸습니다.
근데 이 여자가 밤 12시까지 강아지와 뛰어다니며 괴성을 지릅니다. 이름도 지었는지 끊임없이 이름을 불러대며
표현하기 어려운 '흐흐흐흐흐' 하는 웃음소리도 연달아 냅니다.
그 집 아저씨는 밖에 나와 담배를 피는 것까진 좋은데 가래끓는 소리, 기침하는 소리를 엄청 크게 냅니다.
전에 살던 사람들도 담배는 피웠는데 왜 이 담배연기가 제 방 창문으로 흘러들어오는지 모르겠어요.
지금은 창문을 자주 열어놓지 않지만 거의 창문열고 생활하는 한여름 되면 어떻게 될지 깝깝해요.
그리고 이사오고 한 달을 뭐 일이 준비가 안 됐다느니 하며 마당에서 놀더라구요.(무슨 공장을 운영한다고 합니다.)
이제 집 앞에 의자까지 내어놓고 꼭 밖에 나와서 이야기를 합니다. 웃음소리가 장난 아니에요.
한창 피크타임때의 호프집에서 나는 소리 같아요.
그리고 자기들끼리 부를 때도 꼭 집 안에 들어가서 부르면 될 걸 밖에서 '누구야!' 하고 집이 떠나가라 부릅니다.
어떤 날은 차를 내 방 창문앞에 대 놓고 씨디를 크게 틀더니 따라부르기까지 합디다.
이쯤 되니 속이 부글부글 끓더라구요.
낮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고, 최근에는 공부까지 시작했는데 그리고 공부중이라는 걸 말했는데도
전혀 조용해질 기미가 안 보여요.
마당에서 농구하고 줄넘기를 부부가 쌍으로 합니다. 그것도 해 다 진 저녁에...... 그러면 가로등에 비쳐 제 방 창문에
널을 뛰는 사람들의 그림자와 함께 집이 무너질 듯 울립니다.
오늘은 더 가관인 게 병아리와 오리를 사 왔더라구요.
저는 잠깐 비가 그쳤을 때 하도 짹짹거리는 소리가 나서 참새가 단체로 운동회하나 생각했는데 아까 나가보니
병아리와 오리가 상자에 한가득입니다. 정말 키울 건가 봐요.
처음에는 마당에서 나는 소리를 상쇄시키려고 음악도 크게 틀어보고 잘 때는 잘 자지 않던 다른 방으로 옮겨보기까지 했지만
어찌나 고함들을 질러대는지 방을 옮겨도 다 들려요.
TV나 음악을 들을 때 옆집 소리땜에 집중이 안 돼서 너무 크게 틀다보니 귀도 아프고 이젠 환청까지 들리는 것 같아요.
정말 정신이 이상해지는 것 같아요/
이제 겨우 한달인데도 스트레스가 끝까지 차 있어요.
항의해도 저만 예민하고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것 같고, 다시 제자리예요.
이사가기도 힘든 상황인데 앞으로 어떡하죠? 막막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