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과 을
최근에 금감원이 여기 저기서 깨지며 "갑중의 갑"이라는 말을 듣는 걸 보며 생각난 옛날 이야기.
순진하게도, 전 졸업할 때까지 갑과 을이라는 것이 숱한 익명 표시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졸업 후 생애 첫 직장에 취업했고, 신입사원 연수를 들어가서야 그게 뭔지 알았죠. 물론 제대로 된 회사라면 갑과 을이라는 것에 대해 "갑 : 지 맘대로 다 해도 되는 놈" "을 : 갑의 노예" 라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갑과 을이라는 표현 자체도 꺼리는 경우가 많지요. 그 단어의 의미를 알게된 건 뜻밖의 순간이었어요. "비지니스 예절"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었는데, 강사가 샘플을 보자며 교육생 두 명을 앞으로 불러냈습니다. 그리고 둘에게 명함을 하나씩 주며 "인사하고 명함 교환 해보라"고 했지요.
그때 한 교육생이 질문을 했어요. "누가 갑인데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친구는 사회생활에 대해 들은 게 많았거나, 아니면 다른 직장을 짧게라도 다녔던 친구였던 것 같습니다. 강사는 뜻밖의 질문이라는 듯 놀라며 "이건 갑과 을이 중요한 상황이 아니"라고 답했지만, 나중에 사회생활 해보니 중요하지 않지 않더군요. ㅡㅡ;; 그때 그 질문을 했던 친구는 본인이 갑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려고 했을까, 을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려고 했을까 생각해보니 재미있습니다. "니가 을이야" 라고 하면 정말 "어이쿠 甲님 안녕하십니까.. 외람되오나 명함이라도 좀 받아주시면.." 하며 굽신굽신 하려고 했던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