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가 잘된 거
지금 제가 말하는 이 나라는 미국이에요,
미국 좋은 점도 많고, 나쁜 점도 많은데
전 적어도 한가지에서는 우리나라보다 탁월하단 걸 느껴요.
제일 좋아하는 수업에, 굉장히 밝은 얼굴에 뭔가 말씨가 사랑스러운 아가씨가 있어요.
다정하고 할말은 하지만 여기사람 같지 않게 약간 수줍음도 타고
이 동네의 분위기와 다르게 이론이론이론 하는 타입도 아니고.
그냥 처음부터 인상이 좋았어요. 그렇게 숱많지 않은 붉은 갈색 머리를 종종 고데기를 하고 다니는데
참 못해요. 고데기 모양대로 층이 딱딱 져있는데, 그것도 좋아보이도록
정말 원래 착하고 마음도 좀 약하다 싶은 사람이에요.
제가 수업에 시간 딱맞춰 들어와서 끝나면 바로 날아가기 때문에
별로 이야기할 기회는 없었어요.
어느날 어쩌다 좀 일찍와서 학기 중반 대학원생실에 앉아있는데
그 전 수업을 빠졌던 그 아가씨가 꽤 절뚝거리면서 들어오는 거에요.
전 깜짝 놀랐어요. 수업빠진 이유가 다리를 심하게 다쳐선줄 알고.
정말 걱정스러워서 괜찮아? 하니까 아, 괜찮아, 다 나았어 하면서 환하게 웃네요.
한 5초쯤 후에 아 원래 다리가 불편하구나, 알았어요.
평소에는 휠체어를 타고다니고 짧은 거리만 걸어서 다니더라구요.
좀 많이 저는 편이라 오래 걸으면 피곤할 것 같긴 해요.
한국이라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몸이 약간 불편한 친구들은
자기가 똑같이 밝아도 주변사람들의 미묘한, 꼭 나쁘지도 않은 행동의 다름, 으로
그걸 거의 금방 눈치를 채게 되거든요. 그런데 정말 전혀 몰랐어요.
다른 사람들도 다 좋아하는 친구고, 또 원래는 스웨덴 사람이에요.
석사는 영국에서 하고 여기서 박사를 하고 있는. 여행도 꽤 다녔어요.
애초에 그런 것 때문에 뭔가를 특별히 못하고 달라지는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친구를 보면 정말 그렇네요. 뭐 심한 장애도 아니지만, 아 정말
서로 별거 아니게 생각하고 조금씩만 도와주면, 조금의 제도적 배려만 있으면
정말로 괜찮구나.
실제로 그걸 알고도 처음에는 좀 놀랐지만
좀 지나고 저 또 잊어버렸거든요.
그래서 커피사서 나오다가 휠체어탄 그 친구랑 인사하면서 또 순간 깜짝 놀랐잖아요.
그러고보니, 지금학교에서 전국 1위인 프로그램에 종신직인 교수님이 계세요.
그 교수님도 눈이 안보이세요. 그런데 개가 너무 예쁘고 둘이 다니는 모습이 너무 자연스럽고 교수님의 표정이 좋아
그것도 역시 처음에는 몰랐어요. 건물안에 개가 들어오는 걸 보고 겨우 안 제가 눈치가 좀 느리긴 하죠.
근데 사람도 정말 쉽게 비켜가고, 하루는 그 점잖고 잘생긴 래브라돌이 횡단보도 앞에서
기다리는 것을 보고 예뻐서 잠시 쳐다봤더니, 교수님도 쳐다보시잖아요,
깜짝 놀랐어요. 느껴지시나? 인사를 하고 싶었는데 맹인견은 건드리는 게 아니란
이야기도 듣고 순간 부끄럽더라구요.
한국도 사람들이 좀 더 다양한 모습으로 태어나도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어요.
뭐..복싱 선수까진 못하더라도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일들이 가능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