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찮은 사람일까.

저는 저 스스로 올곧이 혼자임에 당당할 수 있고, 그래서 씩씩하게, 꽤 괜찮게 혼자로서도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대단한 착각이었나봐요.

부쩍 주변에 치이고, 이리저리 휘둘리며 많이 지쳐서인지, 글쎄요 도저히 혼자로는, 혼자로서는 만족할 수가 없어서

외롭고 쓸쓸하다고 자꾸만 그런 감정들 속으로 쑥쑥 빨려내려가게 됩니다.

 

저를 1순위에 두고 생각해달라고, 그렇게 대해 달라고 조르고 싶진 않았는데-

그래도 제가 생각하는 만큼의 깊이로 제가 사랑하고 아끼는 만큼의 속도로 그들도 저를 대해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그런 기대가 저와 그들, "우리"라는 사이를 갉아먹게 되다니요.

 

제겐 아직 목마르고, 충분치 않은 그들과 저 사이의 관계의 농도가

그들에겐 이미 충분하고, 더러는 저때문에 부담스럽기도 했다는 걸 알게되었는데-

그게 다 제 탓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너무 슬퍼요.

사실 저와 같지 않은 그들의 마음을 이미 저는 눈치채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더 조바심을 내고, 확인받고 싶어했던 것도 있었어요.

 

그렇다고 제가 무슨 집단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저를 그들의 세상으로부터 배척하고, 하찮고 우스운 존재로 대하는 것 같아 서글퍼요.

와, 내가 얼마나 우습고 만만한 사람이면 이렇게 대하나 싶은 마음...

 

그렇다고 제가 5만큼의 애정을 주었으니 다시 5만큼을 받아내고 싶다는 이야긴 아니에요.

사랑을 주는데 그 사랑이 싸구려 애정 취급을 받으며 성가신 감정 덩어리가 되어 무시 당하는게 서글픈거죠.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해서, 니가 나를 함부로 대할 수 있는 권리같은 게 생겨나는 것은 아니잖아?"

라고 마음속으로 수십번도 더 되묻게 되고, 그럴수록 그들이 미우면서도 똑같이 함부로 대해지지 않는 제가 더 밉네요.

 

자존감을 상실했다는 게 제일 큰 문제같은데도, 

제가 원하는 그들로부터 구원받고 싶다는 욕심도 떨쳐버릴 수가 없네요.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생각나는대로 써보았는데, 혹여 피곤한 글이 되었다면 미리 사과드립니다.

"질척거린다."

저 스스로도 이 글이 징글징글하네요...

 

 

 

    • 아아 100%는 아니지만 50% 정도는 이해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관계를 하찮게 여기는 것 같아요. 저는 친한 사이일수록 소중하게 여기고 예의있게 대하고 아껴줘야 한다고 믿지만 다른 사람들은 친할수록 허물없게(=예의없게) 대하고 서슴없이 화를 내고.... 그점이 마음 아프고 괴롭습니다. 관계란 것은 너무나 힘들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로운 '나'는 자꾸만 손을 내밀고, 그런 자신에 환멸을 느끼고... 얼마나 싸구려가 되어야 하는가 하는 자괴감이 들었어요.
      기운 내세요 토닥토닥...
    • 에아렌딜님의 아랫글을 읽었어요. 친하다는 것도 전적으로 저의 착각이었던 것처럼 싸늘하게 말하는 것을 보면서. 쿨하지 못해서 미안해, 라고 말하고 싶어지더라구요. (뜬금없나요..?) 하지만 정말 그랬어요. 마음껏 미워할 수 없는 제가 너무 밉고, 그래요 환멸을 느낍니다. 에아렌딜님께 제가 위로가 될 수 있는 말을 전할 수 없어서 죄송합니다...
    • 우리(?)는 모두 누군가들에겐 메리로군요.
    • 단추// 제게 상처주신 것도 아닌데 왜 사과를 하세요... 하하. + 아니 사과는 오히려 제가 드려야... 제 얘기만 늘어놓았네요 죄송합니다.
      Koudelka// 메리? 어디에 나오는 이야기인가요;?
    • 에아렌딜// 이곳이 공개게시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제가 지금 적절한 수위를 지키고 있는지조차 잘 모르겠어요. 사적인 이야길 털어놓고 사적인 감정을 날 것으로 보여주고 서서히 무너져가는 것까지 묘사해가면서. 순전히 밤이 깊어서라고 조금은 제 책임에서 뻔뻔해지고, 발 좀 빼고 얘길 할까요. / 아래 에아렌딜님께선 있는 힘을 다해 위로의 말들을 적어주셨는데 사실 전 지금 무언가 위로가 될 법한 말을 드릴 수가 없어서...그게 좀 멍청이같이 느껴질만큼 답답하네요...괜한 사과에 대해 조심스럽게 격려로 돌려 말해주신 것도 감사합니다. (제가 지금 온전한 문장으로 말을 못하고 있네요;)
    • Koudelka// 메리,라는 말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는데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 본 적 없지만 제겐 본 것처럼 너무 빤하여 보게 되지 않을 영화 '세상의 모든 계절'에 나오는 여주인공(?) 이름이랍니다.
    • Koudelka // 정보를 좀 찾아보았는데...진상민폐캐릭터, 행복을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행복하고 싶어하는 사람, 관대한 상대로 하여금 자신의 끈을 놓아버리게 만드는 사람. 이라는 비유들이 있네요. 제가...그 캐릭터라는 말씀이신건가요. 결과적으론 끈을 놓아버린 상대를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 맞는 것 같긴 하지만- 글쎄요. 그정도로 가혹한 비난을 들어야 하나...눈물이 찔끔 다 나네요...
    • 단추// 으음... 공개게시판에서 지켜야 할 수위란 욕설과 인신공격, 막말 등 상식 이하의 행위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가보군요;;
      사적인 감정을 이런 인터넷게시판에서조차 감추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지나치게 드러내놓는 건 좀 그렇지만 이런 글타래에서 조용조용 나눌 수 있는 말이라면 전 괜찮다고 생각해요.
      제 변변찮은 말이 위로가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위로라는 걸 잘 못해서; 제 경험에 비추어밖에 생각할 수 없어서 제 얘기만 줄줄 늘어놓은 것 같아서 죄송스럽네요. 기운내세요 토닥토닥...
    • 글 읽으면서 많이 공감했어요. 질척거린다.. 지긋지긋한 말이네요.
    • 먼저 눈물까지 흘릴 만큼 가혹하게, 비난으로 느끼셨다면 죄송합니다. 결코 비난의 의도는 아니었고 쓰신 글의 상황이나 많은 느낌들이 제가 느끼는 것과 감정이입이 되있기 때문입니다. 앞 댓글에도 썼다시피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어쩐지 그 영화의 한 주인공과 비슷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던 건 어쨌든 '우리(나)' 가 결국은 타자일 수 밖에 없는 누군가들에게, 대상에 비해 끊임없이 애정과 관심을 갈구하고 관계를 확인받고 싶어하는 어떤 결핍에 대해, 또는 저의 경우 자신을 스스로 약자의 위치에 두고 자기연민에 빠지는 빈번한 상황들에 대한 자괴감에서 비롯된 표현이었습니다. 어쨌든 저보다 인격적으로나 여러모로 더 나은 분이실 단추님을 섣불리 복수형으로 저와 동급 취급해서 죄송합니다.

      '진상민폐캐릭터, 행복을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행복하고 싶어하는 사람, 관대한 상대로 하여금 자신의 끈을 놓아버리게 만드는 사람' 보다는, 관계에 조금 더 민감하고 여려서 상대방에게 좀 더 밀착하고 싶어하는 성정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케릭터에 포커스를 두고 쓴 글인데 부디 마음 푸셨으면 합니다.
    • 일단 제목보고 박명수 생각났음.. 찮은 형...
      썰렁한 농담은 거기까지고요, 저는 요즘 제가 그렇다는 생각에 괴롭네요. 1000일 열심히 살면 그 중 50일 행복할 것 같아서 그런 삶을 이어야하나 싶고.
      근데 이건 투정이고요. 선택의 여지가 없죠. 어린아이들이 있어서.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9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1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3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2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9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8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4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