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오늘 여자친구와 밤 10시에 '제인 에어'를 보러가기로 약속하고

7시부터 함께 침대에 누워 '제인 에어'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읽다 보니 영화가 보고 싶지 않다는

여자친구의 의견으로 영화는 접고

우린 책을 마저 읽고 수다를 떨었습니다.

 

연애 경험이 풍부한 여자친구가 말했습니다.

"제인 에어를 읽으면, 이 작가 연애 못 해봤구나, 하는 생각이 절절히 들어.

로체스터같은 남자는 어떤 여자들의 환타지 속에서만 존재한다고.

이렇게 말하는 남자 없고, 이렇게 연애하는 남자 없어."

 

"하지만 히스클리프같은 부치는 존재할 거 같지?"

 

우리는 파핫 웃었습니다. "그런 정서의 십대 부치는 분명 존재하겠지."

 

" 십대 시절 '폭풍의 언덕' 을 좋아하지 않은 레즈비언은 없다고 친구가 말한 게 기억나."

 

" '폭풍의 언덕'보다 '제인 에어'를 더 좋아하는 레즈비언도 별로 없는 듯....."

 

'폭풍의 언덕'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은, 사실

여자친구가 "에밀리 브론테, 어쩐지 레즈비언 같지 않아?" 라고 말하면서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저 역시 '폭풍의 언덕'을 선호합니다. 제인보다 캐서린이 훨씬 좋고

로체스터보다 히스클리프가 낫고, 미쳐 날뛰는 사랑이 좋아요.

다만 손필드 저택이 워더링 하이츠보다 몇 십 배 더 좋고....

'폭풍의 언덕'에는 템플 선생이 없지만 말이예요.  

 

 '제인 에어'는 분위기도 좋고 사건들도 흥미롭지만  

결정적으로 중심 캐릭터들에게 매력을 못 느낍니다.  

 

난 못생겼으니까,를  반복하며 소심한 자조에 움추려 있는

반듯하기만 한 제인 에어도 재미 없고 ....

(어린 시절의 제인 에어는 어디로 간 걸까요?!

저는 열 살의 제인 에어가 좋습니다.)

  

특히 로체스터가 싫습니다. 본디도 호감가지 않은 인물이었지만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본 이후 반감이 제어가 안 되더군요.

두 작품의 인물을 구별 못 하는 것이 성숙한 독서 자세가 아니라는 것은 알아요, 하지만.... 

 

<제인 에어>를 다시 읽으면서,  진 리스가 왜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썼는지, 이해가 간다고 생각했습니다.

로체스터가 버서를 대하는 태도와

버서를 회고하는 대사들은 잔인하고 비열합니다.

그녀가 얼마나 사악하고 비천한지 저주하듯 말하지만

실제로 그녀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는 언급되지 않아요.

어쩌면 아무 잘못도 안 했는지 모르지요.

 

결혼 베일을 써보고 거울을 보는 미친 버서의 모습에는 어딘지 애처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광기 속에서도 로체스터를 알아보고 그에게 달려들어 분노를 표현하는 부분도 그렇지요.  

 

제 여자친구는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읽지 않았지만

<제인 에어>만 읽어도

버서가 제인보다 훨씬 매력적인 여자처럼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물었습니다.  

 

"어떤 여자였어?"

"열정적이지만 섬세하고 섬약한 여자."

"어울린다."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는 슬픈 소설입니다.

아름다운 소설이지만, 두번 읽기가 두려울 정도예요.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의 버서 앙투아네트가 자꾸만  떠올라서

<제인 에어> 를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습니다.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의 버서 앙투아네트는

가장 마음이 쓰이던 소설 속 캐릭터 중 하나였어요. 기꺼이

소설 안으로 들어가 구해주고 싶던....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튀었군요.

 

다음 주 주말에는 <폭풍의 언덕>을 다시 읽어야겠어요. 

다시 보면 예전만큼 좋지 않을까 봐 조금 저어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대사들이 보고 싶습니다.

 

" <폭풍의 언덕>의 관계와 인물들이 비현실적이어서 <제인 에어> 가 더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래? <제인 에어>가 훨씬 비현실적이지 않아?  이 소설의 로맨스 장면은 그야말로 환타지 같던데."

 

"응, 나도 <폭풍의 언덕>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다가왔어...."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대사, 감정들은 손 대면 탈 것처럼 생생한 진짜였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반면 로체스터가 능글능글 둘러치는 작업멘트들은.....모르겠어요,

저에게는, 좋으면 좋다고 하지 왜 어린 애 데리고 놀고 있나, 하는 생각만 들게 하더군요 :-/

 

 

 

+ 귀여운 아델의 운명에 대한 한 줄이

제가 이 소설에 심정적 거리를 두는 이유를 정확히 설명해주는 것 같습니다.

"그녀가 자라남에 따라, 건전한 영국 교육은 그녀의 프랑스적인 결점을 많이 교정해주었다.

그래서 그녀가 학교를 졸업했을 때엔 붙임성 있고 얌전한, 양순하고 상냥하고 절조 있는 나의 친구가 되어 있었다."

 

흑. 아델이 매력을 잃었어요 ㅠ

 

 

    • 폭풍의 언덕도 가슴뛰게 재미있게 읽었고, 저는 캐릭터 제인 에어에도 완전히 몰입했었어요.
      영화에서는, 어린 시절에 대한 묘사가 많이 안 나와 아쉬웠는데요,
      나라면 회초리를 부러뜨렸을 거라고 말하는 어린 제인 에어가 너무 좋았지요.
      로체스터는 예나 지금이나 이해가 안 가지만.. 그런 남자를 fantasize한 적이 없어요.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가 읽고 싶어져버렸네요.
    • 이상하게도 저는 폭풍의 언덕의 그 캐릭터들을 싫어했습니다. 현실적이냐, 비현실적이냐를 떠나서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 않는 인물들이었다고나 할까요. 폭풍의 언덕에 빠지려면 히스클리프에 빠져야 하는데 저는 히스클리프를 진정으로 싫어했으니 책 읽는내내 고역이었어요. 지금 다시 보면 달라질까요.
      제인에어의 로체스터는 저도 싫어합니다. 저는 제인에어 딱 이여자 때문에 제인에어를 좋아해요. 저도 컸을 때의 제인보다 어렸을때의 제인이 취향이긴 합니다만.
    • 제인 에어는 재밌었지만 버사나 아델같은 여자들에 대한 묘사는 불편했어요. 작가가 그런 가치관을 가졌구나 생각했어요. 광막한.. 읽고 나니 그런 생각이 더 들더군요.
    • 전 미쳐날뛰는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에게 강한 비호감을 느꼈어요; 폭풍의 언덕을 읽는 내내 마음이 불안하고 불편했죠; 그것 역시 브론테의 재능이 아닐까 싶지만서도;
    • 흠..저는 암것도 모르는 중학교때 폭풍의 언덕을 읽고 굉장히 재밌게 빠져서 봤지만 딱 한번 실제로 연애하고나서 다시보니 히스클리프..정말 살의가 들더라구요;;
      두 작품다 그렇게 두번 보았는데 제인에어의 로체스터는 처음엔 아무매력도 거의 느낌도 못 느꼈는데(뭐하자는거야?라는 생각만) 지금은
      비겁하고 제인보다 좀 수준낮은 인간이란 확신이 들지만 나쁜남자의 매력은 보여요.
      제가 보기엔 비슷하게 비현실적입니당.
    • 미쳐날뛰는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에게 강한 비호감을 느꼈어요 22222
      어릴 때는 그들에게 도저히 공감을 할 수 없어서 폭풍의 언덕을 이해할 수 없었고
      나이 먹어서는 이해는 가지만 여전히 공감할 수 없는 비호감 인물들이네요;;;
      그 시대에 그런 인물들을 창조해냈다는 게 재능은 재능이겠죠.
    • 가부장적인 남성에게 종속되는 결혼을 거부할만큼 시대를 앞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자매들이 평생 독신으로 게다가 짧은 생을 살았다고 하더군요. 세명이 다 그랬던가;; 그런 정확히 모르겠어요
    • 저도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재독 삼독을 해도 워더링 하이츠요.
      캐서린과 히드클리프가 사랑과 증오 광기에 시달려 깃발처럼 마구 나부끼다가
      결국 차례로 자폭하고 마는 전개의 엄청난 에너지가 정말 대단했어요
      캐서린이 병으로 세상을 떠난 후 , 네년이 감히 나를 두고 죽어 지옥까지 쫓아가 주마 흑흑 캐서린 떠나지 마
      이렇게 울고 불고 발광하는 히드클리프, 캐서린의 유령을 찾아 헤매이는 히드클리프
      정말 좋아했습니다. 캐서린이 히드클리프와 자신의 관계에 대해 유모에게 서술하는 장면도 참 멋졌어요.

      제인에어도 브론테 특유의 어두운 스멀스멀 에너지가 있긴 한데 끝까지 폭발하지 않고
      잘 억압돼 있다 잦아든 느낌이 들어요 그건 그대로 매력이 있지요만
      역시 워더링 하이츠!!!
    • 광막한 바다는 학교 다닐 때 어거지로 읽었을 땐 별 감동이 없었는데
      요즘 들어 다시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어요

      로체스터는 버서를 냄새 나는 스튜에 제인 에어를 상큼한 입가심에 비유하기도 했죠
      제인 에어는 나름 멋진 구석이 있는 여자였는데,
      대체 로체스터의 어디에 그렇게 마음이 끌렸을까요 잘난 척하는 목사보다는 최소한 나은 선택이었던 것 같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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