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에 밥 볶아먹기


즉석 떡볶이를 먹어도, 찜닭을 먹어도, 닭갈비를 먹어도, 해물탕을 먹어도,

순대촌에서 백순대를 먹어도, 샤브샤브를 먹어도, 곱창볶음을 먹어도

마지막 남은 국물 + 건더기에 밥을 볶아 먹는 이 문화;가 언제부터 정착이 된걸까요?


남아있는 갖은 양념에 참기름까지 넣어 볶아 먹는 밥은 정말 맛있기도 하지만

나는 정말이지 거의 모든 요리에 밥을 다 비벼먹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요.


역시 밥을 먹어야 든든하지, 이런 생각에서 비롯된 걸까요 아님

마지막까지 남김없이 다 먹어야 아깝지 않아, 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걸까요.


역시나 단순히 맛있기 때문에 그런걸까요?ㅋㅋ

    • 두 가지 설이 있습니다.
      1. 일본쪽 요식업계에서 요리 마지막에 잡탕죽을 쑤어주는데 그게 한국에 들어오면서 밥 볶는 문화로 변화했다는 설.
      2. 원래부터 남은 탕이나 국 등에 소면이나 칼국수 같은 걸 말아서 먹는 습관이 있었는데 이게 변화했다는 설.

      - 1에 대한 보론 : 의외로 일본 식문화가 한국 쪽에 많이 침투했습니다. 대표적으로 고춧가루도 있고, 또 불고기가 있죠(...) 숯불 양념갈비 같은 건 꽤 오래 전부터 있었던 모양입니다마는, 이와 달리 (그 어복쟁반처럼 생긴 철판에 올려놓고 지져먹는) 불고기는 구한말 일본인들이 왜간장 문화를 갖고 들어오면서 폭발적으로 퍼져나갔다는 설도 있더군요.
      개인적으로 이런 식문화 침투에 대해서 별 거부감은 없지만(문화는 섞일수록 발전한다고 생각하므로...), 단지 '그릇'에 대해서는 조금 우려가 있습니다. 요즘 나오는 반찬 도기들 보면 거의 다 일본 그릇처럼 생겼더군요. 심지어 식당에서 흔히 보이는 플라스틱 물병도 죄다 돗쿠리처럼 생겼음.
    • 제가 처음 본 것은 1980년대 후반 대전 지역에서 삼겹살을 먹고 남은 고기와 밥을 볶아 먹는 것이었고, 그 당시 서울에서는 그렇게 해서 먹는 곳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부터 사람들이 육식을 하기 시작한 것으로 아는데 불고기 문화가 그리 빨리 퍼졌나요? 간장으로 버무리는 풍토를 말씀하신 건가요?
    • 저도 꽃개구리님과 비슷하게 참 많이도 볶아먹는다, 라는 생각 했습니다. 제 첫경험은 닭갈비였어요. 춘천이었고 90년대 초반쯤? 그때는 닭갈비 말고는 음식막판에 뭔가 볶아(비벼)먹는 것을 보지 못했더랬습니다. 그 이후 서서히 여러 가지 음식에 막판에 볶아먹는 식문화가 보이더라고요. 근데 이렇게 먹는 거 과식의 지름길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 왜가리/ 왜간장이나 비슷한 조미액에 절인 후 구워먹는 '즈케' 조리법이 1890년경 전후 해서 들어왔다고 합니다. 이 때는 이미 일본인들이 조선에 깊숙하게 침투해 있던 시점으로, 심지어 공주와 대전의 일본인들이 각자의 애향심(?!)을 발동하며 관공서 위치를 놓고 기세 싸움을 벌일 지경이었죠.;;
      곁다리. 1890년대면 이미 육식이 널리 퍼진 시점일 겁니다. '해군카레'와 '고로케'가 유명해지던 시기죠.
    • 설거지의 용이성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_-
    • 과식의 지름길 맞아요 너무 맛있거든요;;
    • calmaria/ 설거지의 용이성이라면 스님들 식습관을 그대로... 남은 김치조각으로 밥그릇 다 닦아서 국에 휘휘 저은거 먹는 건 저 도저히. 설거지는 거의 필요없다지만. 흙.
    • 01410 / 불고기가 야끼니꾸로 건너간 거 아닌가요? 아니면 왜간장을 사용해서 달아진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 저도 정말 좋아하는데, 건강에는 여러모로 최악인것 같아요ㅠㅠ 잉여 기름찌꺼기니 비계를 나도 모르게 먹게되는데다가 위생은 말할 것도 없고 염도나 화학조미료도 남김없이 훑어먹는 결과에 탄수화물도 잔뜩 추가로 먹게 되니.. 아 아무래도 그래서 맛있는 걸까요.
    • 제가 처음 경험했던 기억은 아마도 90년대 후반 이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지금은 거의 모든 곳에서 밥을 비벼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에요.
      식사하면서 2/3공기 먹고 볶아서 반공기 정도 먹게 되니; 돼지가 안될 수가 없어요;;
    • calmaria / 볶아먹으면 팬에 음식이 들러붙어서 설거지가 더 불편하지 않나요?
      (그야 물에 주구장창 불리면 해결되기야 하지만...)
    • 01410/불고기를 일본 역수입으로 보는 견해는 꽤 신선하긴 하지만 그냥 설일뿐이죠. 고추역시 일본으로부터 들어왔다는 설도 있고 중국으로부터 들어왔다는 설도 있습니다. 고추문화가 일본으로부터 이식된건 아니었고 고추 종자만 이식되서 고추문화를 자체적으로 발전시킨건 후기시대의 조선이었죠.
      아무튼 야키니쿠는 일본에서도 조선食이라는 인식이 대부분이고, 간장조리법은 수천년도 더 된 조리법인데다가 고추문화라는게 일본엔 없는 식문화니 불고기/고추식문화 일본도래설은 그다지 의미를 찾긴 힘든 설이네요.
    • 빠삐용/ 밥과 볶으면서 양념 부분이 훨씬 줄어들고 들러붙은 부분을 떼어내기가 더 쉬우니까요. 집에서 볶는 경우지만.
    • 다른 음식은 모르겠고 남은 삼겹살을 밥과 볶아먹는 건 ggaogi님 말씀처럼 대전이 시작점이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당시 서울은 물론이며 대전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그리 먹는걸 본 적이 없습니다.
      전 대전 태생이고 대학도 그곳에서 다녔는데요. 참고로 90년초반 혹은 중반(중반까지는 솔직히 자신없습니다만) 정도까지 저희 학교에서 학회가 열리면 전국 곳곳에서 오신 교수님들이 삼겹살에
      밥 비벼먹는 그거 먹고 싶었어! 라는 외침을 꽤나 하셨던 걸 보면 역시나 대전을 제외한 다른 지역엔 그런 음식이 없었다고 생각됩니다.
    • "즈케" 라는건 일반적으로 한국식 "절임"을 의미합니다. 즈케라는 요리법이 조미액에 절인후 구워먹는다는 건 좀 생소한 얘기네요.
      윗분들 말씀대로 육식문화는 모두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간것이 정설입니다.
    • modify/ 불고기를 왜간장에 절이는 걸 말합니다. 야끼니쿠 자체야 조선에서 건너간 게 맞죠. 오사카 내장탕이니 뭐니 죄다 동포들 음식 아니겠습니까. 일식 야키니쿠는 불고기처럼 국물에 지지지 않고 숯불갈비처럼 구워서 장에 찍어 먹는 게 그 증거겠죠.
    • 01410/불고기를 왜간장에 절인다는게 고기를 양념에 절여놓는걸 말씀하시는거라고 이해했는데, 고기를 갖은 양념에 재어 먹는 식풍토는 맥적이라는 이름으로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겁니다. 제가 보기엔 그런 식의 고기조리는 아마 대륙이나 몽골쪽에서 흘러들어온거 같구요. 그리고 일식 야키니쿠에서 조성된 식문화도 대부분 야키니쿠점을 운영하던 교포들이 일본인들 입맛에 맞춰 발전시킨 것들이죠.
    • 대전설을 저도 지지. (적어도 삼겹살은)
      대전에서 대학을 다닌 오빠가 삼겹살의 마무리는 당연히 볶음밥이 아니냐며 타지역에서 삼겹살을 먹을때마다 궁시렁거리고 저는 그때마다 대체 어디다가 볶는다는 소리? 하고 어리둥절해 했어요.
    • <마지막에 밥 볶아먹기>가 대전이 원조였군요. 아무튼 정말 돼지가 안될 수가 없어요. 너무 맛있어서 바닥까지 삭삭....T.T

      댓글들 감사합니다. 덕분에 재밌는 얘기들 많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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