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키우는 건 참 어려운 일이예요.

제가 큰 개를 2마리 키웁니다.
동네 공원 뒤에 산이 있는데 며칠 전 그 산으로 산책을 다녀오다 공원입구에서 줄 없이 놀던 요크셔를 만났습니다.
작은 개지만 사람이 많은 곳에 풀어 논게 탐탐치 않았는데 더 큰 문제는 주변에 주인이 없었어요;;
저희 개들은 좋다고 그 요크셔한테 가겠다고 펄쩍펄쩍 뛰고 그 개는 줄에 잡혀있는 저희 개들앞에서 왔다갔다하고요;;
저희 개가 관절이 안좋은데 펄쩍펄쩍뛰고 요크셔주인도 안보이니 제가 당황하고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어요.
'개 데려가세요'라고 2번 질렀는데 사람이 안보여서 짜증내며 '누가 개를 풀어놨어요!'라고 한번 더 질렀어요.
-사실 개 주인이 옆에 있기만했어도 좀 더 침착했을거고 소리도 안질렀을거예요ㅠㅠ-

 

그 와중에 옆에 지나가던 부부 중 남편되시는 분이(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도 둘 있었습니다.) 저보고 '당신 더 잘못했다 왜 큰 개를 키우느냐, 상식이 없다'며 뭐라하시더군요.
흥분 해 있던 저는 그분에게도 소리를 질렀어요.
'작은 개만 키우고 큰 개는 키우지 말라는 상식이 어디있냐, 개를 풀어놓는 게 잘못이지 큰 개를 키우는 게 잘못이냐'

제가 쌈닭처럼 보였는지 아내되시는 분이 남편분을 붙잡아 끌고가셨는데 집에 오는 길에 계속 속상했습니다.
요크셔를 보고 침착하지 못했 던 것과 아이까지 옆에 있는데 아저씨한테 소리지른 게 계속 맘에 걸리더군요.
제 행동 때문에 제 개들이 개념없는 사람이 기르는 무서운 개들이 돼 버린 것 같아서요.

 

개도 사회화가 필요합니다.

아래 글에서 제가 제일 짜증났던 부분은 여자분이 '저희 개가 어릴때 아파서 싸고돌아  질투가 심하고...' 였습니다.

이런식으로 정당화 시키면 안되는 겁니다 이건 그냥 여자분이 개를 잘못키운 거예요.

사람과 같이 살아야 하는 개면 다른 동물과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게 교육시키는 건 필수입니다.

그러지 못했다는 건 책임감이 부족한 거죠.

훈련소에 보내셨다고 하는데 그건 그냥 출산&산후조리 기간동안 맡긴다는  개념이었을 거예요.

6살된 미니핀이면 개체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훈련은 거의 힘들다고 봐야합니다.

특히 훈련이란 게 주인이 자주 들여다보며 같이 받아야 하는 건데 출산하신 뒤라 그럴 여유가 없었을테고요.

 

제 개 자랑이지만;;; 저희 개들이 좀 착합니다;;;;

견종 특성상 공격성이 제로에 가깝기도 하고 어릴때부터 옆집 아이들이나 다른 개들과 어울려봐서 룰을 알죠.

아이들이 물어뜯어 피가나도 눈한번 찔끔 감고 말고요.

어른들한테 잘하는 발장난(앞발로 도장찍기)도 아이들한테는 안하고요.

작은 개들이 무서워서 짖고 달려들어도 뒷걸음 치거나(이건 놀고싶을 때) 앞발을 들어 다가오지 못하게 저지시키는 게 다예요(이건 귀찮을 때;;)

심지어 가끔 벌레(방구벌레나 나비등..)가 집안에 들어와도 같이 기어다니며 관찰할 뿐(-_-;) 발로 툭툭 치는 일도 없습니다.

뭔가 맛있게 먹고있을 때 입에 손을 넣으면 손과 함께 입에 있던 걸 밀어냅니다.

그래도 제 개들이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일단 말못하는 짐승이기때문에 흥분하면 어떤 행동을 할 지 예측할 수 있다고 믿지 않아요.

또 슬프지만 개의 존재만으로 위협을 받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제 개들이 안전하려면 얘네가 다른 사람이나 동물에게 먼저 안전해야하는데 그걸 보장하려면 그저 관리하고 훈련시키고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보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야 저와 제 개들이 행복해져요.

 

개를 키우는 건 정말 힘들어요.

이렇게 힘들 줄 알았어도 내가 키웠을까하는 생각도 많이했습니다.

산책도 시켜야하고 털도 빗어줘야하고 발톱도(이건 산책을 자주시키면 엄지만) 깍아줘야하고 귀 청소도 해줘야하고

철되면 내,외부 기생충약에 항체검사에 청소도 몇배나 해야하고요.

너무 늦게까지 혼자(둘이지만)두면 불안해해서 귀가 시간도 제 맘대로 안되더군요.

 

이것도 힘든데 사회화 훈련까지 시켜야합니다. 사실 이게 더 힘들고 귀찮아요.(참을성이 없는 저한테는 특히)

하지만 인간세상에 사는 개라면 개를 위해서도 주인을 위해서도 타인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저희 개는 안전해요'라는 말 저도 싫어합니다. 제 개들이 좋다고 흔드는 꼬리에 맞아서 사람이 아플수도 있어요.

사람이 아프지 않아야 제 개들이 행복해져요. 이게 개를 키우는 사람이 져야 할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두서없이 적은 글이라 나중에 부끄러워지면 폭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개 키우는 사람-혹은 좋아하는 사람-과 개 안 키우는 사람의 갭이 크긴하죠.
      전자의 사람은 개 표정이나 몸짓만 봐도 얘가 착한 애다, 아니다를 압니다만
      후자에게는 그저 늑대 닮은 큰 개일 뿐이니...
      견주에게 개는 항상 갖혀사는 가련한 존재이니 산책할 때 만큼은 맘껏 풀어주고 싶은 마음도 알겠습니다.
      전 개를 키우지는 않습니만 개를 맡아본 적이 있습니다.
      사람 없는 새벽에 맘껏 뛰어 놀라고 텅 빈 운동장에 풀어놓곤 했는데, 좋아서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짠하긴 하더군요.
      그럼에도 무개념한 견주를 용납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 잘 봤습니다.....만 모든 애견인들이 이 정도의 의식을 가지고 개를 키우는건 무리일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빡세군요;;;; 이정도로 기준치가 하드코어한데 개를 키우는 사람이 이렇게 많으니 이건 어쩔 수가 없어!!라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이건 냠냠님을 비난하려고 쓰는게 아니고 순수하게 글을 읽다가 떠오르는 궁금증인데, 맹인견들은 개의 본성을 극도로 억누르는 삶을 살기 때문에 그 스트레스로 수명이 보통 개보다 훨씬 짧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뭔가 그럴싸한 얘기같은데 확인은 해본적이 없어서 진짠가 싶습니다.
    • 개 키우는 거 힘들죠. 아이 하나 키우는 것처럼 신경이 쓰이는 일 같아요.

      저도 집에 큰 개가 있는데 동물 병원이나 탁견소 같은 곳이 잘 되어있고 개들을 워낙 많이 키우는 곳인데도 신경이 많이 쓰여요.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이웃에게 불편하거나 해 끼치면 안되니까. 작은 개라고 해도 마찬가지고요. 사실 전 큰 개는 처음 키워보는데, 덩치 큰 녀석이 훠얼씬 순하고 말도 잘 듣고 겁도 많고(…) 그래서 좋아요. 문제는 크니까 똥도 크고 털도 많고 짖는 소리도 크고 산책 시킬 때 힘들고 어디 갈 때 애견 가방에 넣고 댕길수 없으니 항상 귀가 시간 신경 쓰고… 하루 종일 집에서 사람 기다리다 식구들 오면 너무너무 좋아하는 게 짠하죠.

      그 여자분은 개를 예뻐하기만 했지 어떻게 키울지는 조금도 고민 안한 것 같아요. 개들도 여러 모로 교육이 필요한 건데…
    • 혹시 리트리버 키우시나요?

      저도 대형견인(제 눈에는 큰지 모르겠던데...) 래브라도 리트리버를 키워봐서 강아지를 키운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가족들을 설득시키는 것도 일이었고, 키우게 되면 청소, 목욕, 산책은 제가 책임지기로 약속했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서는 그 약속을 모두 다 지켰습니다. 제 가족들도 처음에는 말뿐인 약속일거라 생각했는데, 놀랐다고 할 정도였죠. 그렇게 열심히 키우다가 개가 하늘나라로 가게되던 날...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녀석에 대한 기억이 떠올라 가족들과 그 녀석과의 추억을 이야기합니다.

      가끔 어머니께서 다시 개를 키울 생각이 없냐고 물어보실 때가 있는데 그 때마다 아직은 키울 자신이 없다고 말합니다. 한번 가족으로 맞이하면 10년 넘는 시간을 책임져야 하는데 지금은 제가 그럴 자신이 없더라구요. 정말 개를 특히 대형견을 키운다는건 상당한 책임감이 따른다고 생각해요.
    • 이 기준 빡세지 않아요. 아니 빡세더라도 키우는 분들은 필히 지켜야될 규칙같은 거죠.
      저도 대충 키우는 분들 보면 화나요.
      동네에 개 여럿 (서너 마리씩) 키우면서 몰래 문 열어서 개들만 내보내고 아무데나 배변하도록 방치하는 집이 두 곳이나 있습니다.
      둘 다 쫒아가서 경고는 했지만 횟수만 줄고 더 늦은 시간을 택하는지 방법만 더 교활해졌을 뿐인지 매일 길가의 변들이 보이면 개 데리고 산책하는 입장에서도 아주 큰 스트레스예요.
      저도 개를 키우지만 션한냉면냠냠님 수준으로 키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며칠 전 끈에 안묶이고 풀린 채로 산책하던 개한테 다리를 물려서 (제 개를 안고 있었더니 괜히 물더군요. )아직까지 완치가 안된 상태라서만은 아니고요.;
    • 폭파시키지 마세요. 참 좋은 글입니다.
    • 그림니르/의식이라고 말씀하시니 좀 민망하네요ㅡㅡ;;
      키우는 개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훈련시키거나 그게 안된다면 최소한 철처히 관리 단속해야 하는 책임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안내견 수명에 대해서는... 은퇴 안내견을 키우는 분이 안내견 센터에서 들은 '비공식적인'이야기인데요,
      [철저히 관리 받는 것에 비해 수명은 짧은 편이지만 보통 안내견처럼 관리받는 애견은 거의 없기에 평균 수명과 큰 차이는 없다]고 합니다.
      스트레스가 큰 것도 사실이지만 거의 평생을 주인과 항상 함께하는 안내견은 나름 축복받은 행복한 개라고도 하고요.

      Shearer/네 저도 래브라도를 두마리 키운답니다.
      래브라도는 참... 안내견으로 알려진 참해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장난심하고 털도 많이 빠지고 운동량 채워주기도 많이 힘들죠.
      키웠던 아이는 지키기 힘든 약속 다 지킬정도로 애정을 쏟았으니 행복하게 살다 갔을거예요.
      저도 개들 나이가 많아지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게 해줄께 너희가 가더라도 내가 덜 슬플 수 있게라고 약속했습니다.
    • 근데 그림니르님이 말씀하신 맹인 안내견의 수명이 짧다는 얘기는 노견 이야기였나? MBC 다큐멘터리에서도 나왔어요.
      은퇴한 맹인 안내견이 치매에 걸렸는데 관련 설명에서 그런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워낙 하고 싶은 것들을 참아야 해서
      수명도 짧아지고 병도 잘 걸린다고요.
      그 얘기 듣고나니 인간의 필요에 의해 길들여지고 이곳저곳에서 '사용되고 있는 특수견들의 삶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경우가
      많을 것 같아서 녀석들 보면 전에 비해 생각이 많아지네요.
      물론 말미에 언급하신 대로 버려지는 유기견들이나 식육용으로 길러지는 경우와 비교하면 낫기는 하지요.
    • 그쪽에다 말 잘 하셨어요.
    • 정말 좋은 글이에요. 지우지 마세요.^^
    • 왜 큰 개를 키우냐 상식이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참나 그런 사람이 '상식'을 들먹이다니 우습네요. 여튼 저도 개 키우는 입장에서 정말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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