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란과 여성주의





파이란은 연기가 참 좋았어요. 최민식 씨도 이 영화에서 연기의 정점을 찍은 느낌이고, 손병호 씨의 카리스마와 

공형진 씨의 감초 연기도 좋았습니다. 다시 떠올려봐도, 이 영화를 찍는 동안 이 사람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연구하고 

연기했을지를 충분히 상상할 수 있어요. 


장백지의 청초한 매력이나 김지영 씨의 맛깔스러운 사투리도 어우어졌죠. 지금도 아이고 야야, 진지 잡솼어요- 하는 

웃음소리가 귓가에 들리거든요. 


그런데 파이란에 대해 얘기할 때 꼭 나오는 것이 여성주의 시각입니다. 장백지의 역할이 너무 수동적이라는 거죠.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아, 그렇구나. 수긍하게 되는데, 지나면 또 금방 잊게 돼요. 연기 참 좋았지. 그런데 이게 왜 

반 여성주의라는 거지? 하고 말이죠. 


이 영화가 어떤 점에서 문제가 되는지 알려주실 분 계신가요? 





    • 스토리가 이젠 거의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도 부당한 현실(아마 인신매매되어 왔죠?)에 저항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이용한 사람에 대해 고마와 하는 순응적 여성상을 그려서 그런게 아닌가 싶네요.
    • ...팔려와서 몸팔면서

      자기 판 사람이랑 사실상 별 다를 것도 없는 나쁜 사람인데 고마워요 고마워요 내 사랑 하고 울면서 편지쓰다 병걸려서 죽잖아요...



      어제 듀게에서 나온 이야기중에 진국인 남자 이야기 있죠?

      옷에다 돈 안 쓰고 먹는데 돈 안 쓰고 여자가 하는 말 잘듣고 월급꼬박꼬박 가져오는

      월급셔틀 = 진국인 남자

      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남자들이 느끼는 감정이랑 비슷한 거죠.



      여자주인공이 그냥 지고지순 청순가련한 창녀로 그려서 죽인 다음에 남자가 내가 잘못했어- 흑흑 하는 내용이잖아요.

      열여섯에 시집가 열일곱에 과부돼서 목매서 죽은 여자한테 열녀문 세워주는 걸 보는 듯한 아스트랄 한 기분
    • 저는 장백지의 역이 너무나도 비현실적이도록 남성판타지에 맞춰져있어서 영화에 아무 감흥이 안 느껴지더라구요. 술집에 팔려가야 하는걸 기침 몇 번 했다고 세탁소로 가다니..장난하나 싶고. 순수하고 깨끗한 시골처녀 느낌을 줘야하는데 술집 작부는 안 맞으니까 억지로 끼워맟춘걸로 보여서 별로였어요.
    • MarjaneSatrapi/

      매매춘을 한건 원작 소설이고 파이란에선 시골 세탁소에서 일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 맞네요. 원작하고 혼동했어요.

        그 설정에 대해서도 토토랑님의 댓글에 공감.

        남성판타지의 끝에 있는 여자죠.



        순종. 지고지순. 사랑. 가련.

        그녀를 도와줄 수 있는 건 그 남자밖에 없지만 돕지 못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망도 화도 없이..
    • MarjaneSatrapi/

      나는 아사다 지로의 원작소설 '러브 레터'를 읽고나서 한참 후에야 그 아스트랄한 불편함을 느꼈어요. 정작 소설을 읽고 있을 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흐르더라고요. 얼마나 외로웠기에 생면부지의 남자(이름뿐인 남편)한테 그런 절절한 편지를 썼을까하고 말이죠. 아마 그게 필력의 힘이었던 것 같아요.
      • 맞아요. 저도 사실 원작을 참 몰입해서 봤어요.

        소설이나 영화의 힘에 대해서도 공감하구요.

        다만 돌아보면 불편했던 거죠.
    • amenic/

      원작을 읽으면 얼마나 도와준 사람이 없으면 생면부지의 남자에게 그랬을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는 신파이기는 하지만, 현실도 그리 다르지는 않겠지요.

      파이란을 원작처럼 술집작부로 했으면 과거 호스티스가 주연인

      영화들과 겹쳐저서 지금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느끼게 해 주지는 못했을 겁니다.

      우울한 인생들의 플라토닉러브이니....
    • beer inside/지금 우리가 느끼는 감정->바로 이 부분이 완벽한 남성판타지라고 느꼈어요. 그 이유때문에 여성주의 관점에서 더 많이 비판받는 것이구요. 대충 만든 영화이거나, 흔하게 보는 영화가 아니라, 좋은 평가를 받는 영화이니까..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도 마찮가지죠. 잘 만든 영화가 이런식이면 더 불안하거든요.

      개인적인 감상은 그래도 감흥은 없었지만 보는 맛은 있는 영화였어요. 배우들이 다들 미친듯이 연기를 잘 하고(오오오오~~) 장백지는 정말 외모가 아주 미쳤더군요. 왜케 이쁜지...저러니 남자들이 안 좋아하고 베기나 싶고..우어우어..
    • 조건없는 사랑은 고결하지만, 그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어서 여성주의자들이 기겁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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