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독서모임] 6th. 다음 책은 <우리들의 하느님>입니다.

 

 

아이 엄마가 되어 좋은 것 중의 하나는 아이 핑계 대고 동화책을 마음껏 본다는 점입니다.

제가 권정생의 이름을 인식한 것도 아이에게 <강아지똥>이란 동화책을 사주면서에요.

흰 강아지가 똥을 누고 있는 그림이 구석에 조그맣게 그려진 간판을 달고 있던, "강아지똥"이란 이름의 어린이서점에서 <강아지똥>을 사주었답니다.

그 서점은 주인을 바꿔가며 어렵게 칠 년여를 버티다가 생협 공간으로도 좀 쓰이다가 지금은 그냥 구멍가게가 되었습니다.

 

어릴 적에 저희 집 위에 윗 층에는 창비에 근무하셨던 아버지를 둔 친구가 살았습니다.

그 덕분에 창비아동문고에서 나온 <몽실언니>나 <점득이네>를 빌려 읽긴 했는데,

다리를 절룩이며 전쟁통에 갖은 고생을 다 하는 몽실언니가 가여워 훌쩍인 것도 같은데,

TV드라마로도 몽실언니를 본 것도 같은데, 어째 권정생의 이름은 모르고 있었어요.

 

그러다 살림하고 아이를 기르면서 언제부턴가 권정생의 이름이 여기서 불쑥 저기서 불쑥 자꾸만 보이더라구요.

다른 작가분 글에서 갑자기 튀어나오기도 하고, 민들레나 녹색평론 같은 잡지에도 여러 번 언급되시고,

아이를 데리고 종종 들락거렸던, 위에 말한 그 어린이서점의 이름은 아예 그 분의 동화책 제목을 따서 지어졌고 말이지요.

그래도 막상 책을 구해 읽는데는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몇 년간은 권정생을 그야말로 '눈팅'만 하다가, 재작년쯤에서야 

제가 살던 지방도시에 생긴 소박한 인문학공간의 서가에서 권정생의 <우리들의 하느님>을 꺼내 읽기 시작했습니다.

 

빨리 읽어버리고 싶지 않은 책이어서 천천히 읽었습니다. 배우자와도 같이 보니 좋았습니다.

저는 절에 가면 절하고 예배당 가면 기도하는 정도의 사람이고, 부처나 예수를 훌륭한 분들이라 여기지만

한편으론 그렇게 밖으로 나돌면서 사람들 우르르 모아 설법하고 떠돌아다니는 대신에

그냥 집에 들어앉아서 아이 여럿 낳아 키우고 조그맣게 농사짓고 살림일구고 살아가는 모습을 남겨주고 가셨더라면

차라리 낫지 않았을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기독교를 비롯한 여러 종교들에 대한 비판에도 대략 공감하는 편이구요.

또한 이 게시판에서 간혹 불거지는 기독교에 대한 혐오감도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제목을 가진 책을 추천하기가 좀 망설여지기도 했습니다. 권정생은 기독교를 빼고 이야기할 수는

없는 분이니까요. (하지만, 이 제목은 이 책을 출간한 녹색평론사의 김종철 편집인이 작가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멋대로 붙인

제목이기도 합니다. 원래 저자가 지었던 제목은 "태기네 암소 눈물"이라고 합니다.)

 

또한, 한없이 따뜻한 분이시지만 세상 문제에 관해서만큼은 무섭도록 단호하고 급진적인 태도를 보이셨던 분인지라,

(가령, 이라크파병반대를 위한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전국을 운전해 다니는 김종철 편집인에게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승용차가 이라크 폭격을 위해 날아가는 전투기와 하나도 다르지않다"라고 대놓고 얘기하셔서

그 얘기가 실린 잡지를 구독하던 여러 독자들까지도 움찔하게 만드신다거나

권정생의 조탑리 오두막에 찾아온 기독교인들이  예배드리고 나서 "하느님이 왜 여기에 자신을 불렀을까"를 묵상한 소감을

나누는 장면에서 "승용차를 타고 오라는 것도 하느님의 뜻입니까?"라고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하시던)

자의든 타의든 도시적인 삶을 꾸려가시는 분들이 많으실 이 게시판에서 어떤 반응이 나올지 염려도 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내(권정생)가 믿는 하느님과 목사님이 말하는 하느님이 달라서 이따금이 아니라 자주 낭패시더."라시는 분이니까요,

제가 그렇게까지 방어적일 필요가 있겠는가 싶습니다. 지난 모임 때 나왔던 종교에 관한 고민들을 더 얘기해볼 수도 있겠구요.

이 책은 권정생이 여기저기 썼던 산문들을 모아 낸 산문집인데요, 이 책 대신 최완택 목사의 민들레교회 주보에 연재하셨던

소설 <한티재하늘>이나 <몽실언니> <점득이네> <나사렛아이> <무명저고리와 엄마> 등 권정생의 여러 동화책들 중 

어느 것이라도 한번쯤 읽어보신 분이라면 부담없이 오셔서 댓글 달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다음번 느슨한 독서모임은 4월 26일 화요일 저녁 9시입니다.  

 

    

 

추신 :  지난번 독서모임 때 제가 옴진리교를 정토회에 비교한 댓글이 있었습니다. 다음날 그 부분과 관련된 쪽지 한 통을 두리번님께 받았지요. 주고받은 쪽지들은 두리번님의 양해를 구해 지난 느슨한 독서모임글에 댓글로 올려놓았으니 혹여 제 댓글로 인해 정토회에 오해를 품게 되신 분이나 관심있으신 분들은 참조바랍니다.

http://djuna.cine21.com/xe/?_filter=search&mid=board&search_keyword=%EB%8A%90%EC%8A%A8%ED%95%9C&search_target=title&document_srl=2089038

 

    • 강아지똥만 알았는데... 몽실언니도 있었네요
    • 독실한 기독교 신자셨지만 어찌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산 절간의 스님같은 삶을 사신 분이지요. (스님도 스님 나름이니까, 꼭 산 절간에 사시는 스님으로...) 듀게에 퍼져있는 혐오감정을 일으키는 기독교와 권정생 선생님이 믿으시던 기독교는 전혀 다른 것 아니겠어요. 그게 이어지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겠죠. 독서모임 참가자는 아니지만 저도 오랜만에 권정생 선생님 책 읽어야겠어요 :^)
    • 어렸을 때 몽실언니 정말 좋아했어요. 되풀이 해서 몇 번이고 읽었던 책이에요. 저도 독서모임 참가자는 아니지만 반가워서 써봅니다.
    • Nari, 푸른나무/ 독서모임 따로 참가자 받는 거 아니니까 나중에 토론 게시물 생기면 덧글 달아주셔도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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