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독서모임] 약속된 장소에서

느슨한 독서모임 오늘도 느슨하게 시작합니다. ^^

 

느슨한 독서모임에 관해 궁금하신 분은 게시판에서 느슨한 으로 제목 검색하시면 지난 과거의 행적을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 나눌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언더그라운드 2 - 약속된 장소에서』 입니다.

 

옴진리교의 도쿄 지하철 사린 사포 사건 이후 그 피해자들을 인터뷰한 『언더그라운드』에 이어

 

무라카미 하루키는 옴진리교 신자들을 인터뷰하였고 그 이야기를 담은 책이 『언더그라운드 2 - 약속된 장소에서』입니다.

 

 

 

이 책을 통해 현대 일본 사람들이 가지고있는 사고방식은 물론 저 스스로의 세계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것 같습니다.

 

 

오늘도 다양한 이야기 나누는 시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전 약속된 장소에서를 먼저 읽고 읽는김에 언더그라운드도 읽었는데 제 개인적으로는 언더그라운드 쪽을 조금 더 흥미있게 읽었던것 같습니다. 현실과 유리된 삶을 살고 있는 옴진리교 신자들의 이야기에도 공감가는 부분이 분명 있었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조금 더 많이 다가왔습니다. 오늘 다룰 책은 약속된 장소에서 이지만 언더그라운드와 함께 읽으면 더 좋을것 같습니다.
    • 옴진리교에 대해서 정리해놓은 블로그가 있길래 링크해봅니다. 약속된 장소에서를 보면 이들도 그냥 평범한, 혹은 조금은 독특하지만 나쁘지 않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런 글들을 보면 사실 조금 무섭고 이상한 종교다하는 생각도 들어요...
      http://ax1sz30n.egloos.com/2571966
    • 하루키 소설과 수필집들을 나름 챙겨보는 편인데, 언더그라운드와 이 책만큼은 이상하리만치 관심이 가질 않았었어요.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옴진리교가 그만큼 제게는 무관심과 약간은 냉소의 대상이 아니었던가, 마치 기나 도를 아세요 하고 다가오는 사람들을 슬며시 비껴가듯이 이 책도 그렇게 대해오지 않았나 싶더라구요. 저의 그런 태도가 지하철 사린사건 직전 옴진리교를 바라보던 일본 경찰 및 관계자들의 태도와도 어쩌면 비슷한 거 아닌가 싶어 반성도 됐어요. 하여간 덕분에 진지하게 이 책을 읽게 되었고 좋았다, 라고 평하기엔 무거운 소재긴 하지만, 잘 읽었습니다.
    • 레옴/ 저도 이 책 먼저 읽고 언더그라운드를 읽었어요. 약속된 장소에서는 옴진리교 내부 이야기를 다룬 책이라 해서 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었는데, 의외로 이 신자들의 이미지는 제게 익숙했고요, 반면 언더그라운드는 읽다가 힘들어 혼났어요. 지난번 독서모임때 언더그라운드는 다소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라 임팩트가 강하지 않았다는 글을 본 것 같아서 편하게 읽기 시작하다가, 이건 뭐..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에서 아리마 할아버지 이야기 같은 것들이 연달아 팡팡 나오니까 마음이 어찌나 힘들던지요..
    • 책을 읽으면서 종교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보게되었어요.
      전 불가지론자이고..
      종교에 대해서 어떤식으로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종교를 갖는 것도 그 나름대로 좋다고 생각하는데
      옴진리교에서 처럼 나쁜쪽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다면 그걸 종교 자체의 문제라고 생각해야할까..
      혹은 이 사회가 그렇듯이 언제나 일부의 나쁜 사람들은 존재한다고 이해해야할까..
      옴진리교에서 처럼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 최근 문제가되는 기독교나 혹은 통일교, 대순진리회 같은 종교들은 어떻게 생각해야할까
      하는 고민도 하게되었구요..
    • 저도 여러가지로 흥미롭게 읽었어요. 종교라는 게 선악을 분명하게 결정지으려고 한다는 것, 그리고 그 결정을 나 대신 다른 이가 판단해준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문제의 씨앗을 안는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물론 문제의 씨앗이 그 자체로 문제인 건 아니겠지만요.
    • 저는 옴진리교에 대한 신자들의 태도가 사회의 시스템을 대하는 일반인들의 모습과 많이 겹쳐져서 놀랐어요. 아니, 우리 모두가 이렇게 종교적이었던 거야? 싶었달까요.
    • 옴진리교의 모습이 종교적이었다기 보다는, 반대로 사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관료형이었다는 게 더 맞지 않을까요? 어느 조직이나 덩치가 커지면 수직적 관료 시스템이 구성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제가 맨날 배우자에게 당신은 '학교'라는 종교가 있는 거 같다고 얘기하거든요. 제게 배움이란 건 학교 안에만 있는 게 당연히 아니고 학교를 관둔다는 게 배움을 관둔다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현재 한국의 공교육 시스템은 반교육적이기 그지 없어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안 보내면 불안해하고, 애들을 밤늦도록 학원버스에 꾸역꾸역 집어넣는 일련의 행위들, 그건 종교행위 같아 보이는 거에요.
      또 언더그라운드, 그 두꺼운 책 속에 실린 많은 피해자들 대부분은 사린가스를 마시고도 기어이 회사에 출근했잖아요. 언젠가 하버드대에서 종교학을 가르치던 교수가 '현대 사회의 가장 큰 종교'라는 제목의 강의에서 자본주의를 가르쳤다라는 그런 맥락에서 대부분의 현대인들도 종교적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의심할 수 있다는 게 종교와 종교 아닌 것들의 가장 중요한 차이인 것 같아요. 그래서 때때로 틀리더라도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평생 포기하지 않아야 하나봐요.
    • 저는 옴진리교 시스템을 종교적인 시각보다는 사회적인 면에서 많이 바라 봤는데요, 공무원이나 기업의 중추적 일원이 되면 스스로의 가치 판단은 거의 힘들어 집니다. 조직의 유지가 자기의 삶의 가치가 되거든요. 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 간에 말이죠. 옴진리교 교단의 덩치가 커지면서 이런 폐혜가 극단적으로 나타난게 아닌가 싶었어요
    • 호레이쇼/ 동감해요. 책 말미에 하야오라는 의사가 소년연쇄살인범이 발생했을 때 아이들이 어두운 곳에 숨어 나쁜 짓 하지 못하게 한다고 주변 나무를 모두 베어버린 일에 막 분개하잖아요. 아이들은 어른이 보지 않는 곳에서 나름대로 나쁜 짓을 하면서 성장하는 거라고요. '때때로 틀리는' 것이 어쩌면 핵심일 수도 있지 않겠나 싶어요. 그런데 아이를 키워보면, 내 안에 독재의 성향이 얼마나 강하게 내재되어 있는지를 또 알게 돼요. 그 무력한 존재에게 얼마나 쉽게 힘을 휘두를 수 있는 건지. 아이가 때때로 틀리더라도 스스로 판단하게 내버려두는 부모가 되는 게, 요새는 예전처럼 아이를 열 명씩 낳고 하는 시대가 아니니까 더더욱,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더라구요.
    • 하하하/ 분명히 그런 면도 있지만, 옴진리교는 관료제랑은 좀 다르게 스스로 조직의 유지를 불가능하게 하는 쪽으로 움직였던 게 아닐가요? 숫자가 늘어나면 그 자체로 폭주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과 그냥 효율성이 떨어지는 시스템의 차이라든가.
    • 저는 종교에 빠진 사람들의 상황이나 심정을 이렇게 자세히 들여다본 건 처음이라 상당히 흥미로웠어요. 처음으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도 해봤고요.

      옴진리교의 내부 얘기는 정말 일반 기업이 유지되는 방식과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이 많더군요. 그리고 신도들이 조직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었느냐에 따라 조직에 대한 이해의 수준이나 경험이 전혀 다른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 호레이쇼 / 그게 바로 조직을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의 차이인 거라고 생각했어요. 옴진리교가 파괴적인 교리나 성향을 내재하고는 있었지만, 교단 초기에는 단지 관념적이었을 거라고 봐요. 그 정도 규모가 아사하라가 꾸리기에도 적당했고요.
      조직의 덩치가 큰 규모로 불어나면서 휘청거리고, 자신들이 갖게된 힘을 주체하지 못하게 된거죠. 결국 이런 힘들로 인해 관념이 실생활로 튀어나오게 됐다고 봐요. 원전 제어의 상실 상태랄까요^^
      독일이 이차 대전때 히틀러의 지휘하에 폭주한 것과 유사하지 않나요?
    • 신자들 이야기와 하루키의 코멘트를 읽다보면, 일본 사회의 메인시스템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안착할 수 있는 서브시스템의 부재가 옴진리교의 발호를 가져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일본 하면 그렇게 고지식하고 갑갑한 이미지도 있지만 한편으론 생협조직을 비롯한 여러 공동체들이 그래도 활발한 나라 아니었나 싶기도 했어요. 야마기시즘? 이랄지 하여간 옴진리교처럼 폭주하는 집단 말고 수십년간 자급하고 아이들 교육도 나름 자리잡힌 그런 공동체들이 꽤 있을텐데 말예요.
    • 하하하/ 확실히 히틀러 독일 생각도 많이 났어요. 파시즘이라는 게 ism이라는 이름이 붙기 민망할 정도로 논리적 일관성이 떨어지는 정치체제인데, 파시즘이 종교와 비슷한 체제라는 것도 기억해둘만한 것 같아요.
    • brunette/ 그리고 일본은 특정 종교를 믿는 비율이 한국보다 훨씬 낮다고 들었는데요, 옴진리교를 믿을 정도의 사람들이면 스스로 찾는 건지 다른데서 알아보고 이끄는 건지 여러 잡다구니 종교 이야기가 많이 나온 것도 신기했어요. 종교 외에는 커버해 줄 수 없는 어떤 구석이 있나 싶기도 하고요.
    • 키브린/ 그러고보니 말씀하신 것처럼 어떤 위치에 있냐에 따라 바라볼 수 있는 모습이 전혀 다르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네요.
      저도 종교인의 심리에 대해 직접 들어본 일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조금 이상한 말이지만 제가 평소에 품고 있는 기독교에 대한 의아함이 누그러드는 점도 있었어요.
    • 일본은 우리나라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사회 낙오 시스템이 단단하게 갖추어져 있다고 들었는데요, 낙오자들의 마음을 잘 달래주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나를 낙오시킨 이 세상의 모습을 잘 납득시켜 주는 거죠. 그리고 그런 세상은 파괴되어야 하고요. 주류 종교는 결코 이런 말을 할 수는 없죠.
      예전에 옴진리교 교인들 중에 고학력자들이나 전문직들도 아주 많았다는 얘기를 듣고 의아해 했는데, 혹시 그 직업군 세계에서도 비주류들이 아니었을까, 이런 이유로 마음을 받아준 옴진리교에 귀의한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 이 책에 나온 분들은 고독한 유년기를 거쳐 현세와 이질감을 느끼며 살다가 건강상의 문제를 갖게되고 그러다 옴진리교의 식이요법과 요가로 건강을 회복하고, 몸 뿐만 아니라 마음의 안정도 찾고 하는 공통점들이 있죠. 신성화된 의미의 종교라기 보다는, 동류들이 모여있는 공동체의 장으로서의 종교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 하루키가 제일 뒤의 대담에서 '본능적인 커먼센스'를 이야기하는데요. 정상적인 삶을 위해서는 현실의 부조리함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며 살아갈 수 밖에 없다면, 그 '어느정도'를 어떻게 봐야할 지는 상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나하는 것도 마음에 남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보수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고요.
    • 그러고보니 말씀하신 것처럼 어떤 위치에 있냐에 따라 바라볼 수 있는 모습이 전혀 다르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네요. 22
    • 옴진리교에 귀의한 사람들이 사회의 낙오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낙오자라서 종교에 귀의하게 된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이 등장하고..
      특히 간부급 사람들을 보면 동경대를 나오고 21살에 사법고시를 패스한 사람부터..
      엘리트 코스 의사들도 여럿 되구요.. 물리학자 화학자 들도 많죠..
      저는 호레이쇼님께서 언급하셨듯이 종교만이 받아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저 스스로도 제가 이해하지 못하지만 현실의 차원을 넘어서는 또다른 차원의 무언가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믿는 편이라서 그런지...
      (이런걸 보면 저도 위험인물;; 그래서 약속된 장소에서를 읽으며 조금 무서웠어요.. 그들이 생각하는 방식이 이해가 갔기에..)
      그래서 제가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편이구요.
      그들을 포용할 수 있는 어떤 힘이 종교에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종교의 역할이 의미가 있는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최근 유행하는 도킨스주의?(이런 사고 방식을 뭐라고 부르죠; 뭔가 이름이 있었던듯한데;;)에도 조금 거부감 들어요.
      설사 그들이 이성적으로 옳을지는 몰라도 포용력 없기는 기독교나 매사 일반이다 싶구요.
    • 회사에서 버텨볼까 했더니 시간대가 애매하군요. 귀가 뒤에도 모임이 진행되고 있으면 참가하겠습니다.
    • 히틀러 생각은 저도 많이 나더군요.
      본능적인 커먼센스가 어느정도 가이드라인이 되어줄 수 있다는 점에 저도 동의해요.
      이건 확실히 나이가 들수록 심해지는것 같은데 예전에는 무엇이 옳은가에 집중했고 반드시 어느 한쪽으로 결론이 나야하고 옳은 쪽을 택해야한다고 생각했었다면.. 요즘은 확실히 절대적인것보다는 현실에서 자주 택하는 어중간한 모습을 스스로 긍정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게 어느 정도 한쪽 방향으로 치우지는 폭주를 막아주기도 하지만 보수적이 된다는 점도 사실이긴해요.
    • 옴진리교의 조유선사던가요, 사람들의 질문마다 그가 아주 적확하게 답을 내려주어 감탄을 샀다던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정토회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이 떠올랐어요. 딱 그런 분위기로 주부들(을 비롯한 많은 신자들)을 압도하신다는 법륜스님. 노희경과 배종옥과 김여진도 갔다는 정토회에서 운영하는 깨장(깨달음의 장) 생각도 났구요.
      여러 신흥종교를 가봤지만 그 현실적인 수행모습에서 옴진리교만큼 일관되고 깐깐한 데가 없었다고 한 신자가 있었잖아요. 저는 전업주부라는 직업상 주부들을 꽤 만나왔는데요, 성실하고 똑똑한 부류의 주부들이 꼭 같은 이유로 정토회에 들어가 수행을 명목으로 한 무급 자원봉사를 기꺼이 맡는 걸 여러 번 목격했어요. (일례로, 정토회 건물에 일반 사람들도 이용하는 접대용 화장실에는 화장지가 비치되어 있지만, 정토회원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에는 휴지가 없고 알아서 천조각이든 물로든 나뭇잎으로든 뒤처리를 해결할만큼, 그 꼬장꼬장함의 정도가 장난이 아니라고 해요.) 그냥.. 그 생각이 났어요.
    • 간다 미유키 같은 사례는 상당히 특이하더라고요. 이 사람은 현실에서의 좌절 같은 것과는 전혀 무관하게 종교적인(또는 수행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게 태어난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하루키 말대로 결국 낙원 같은 것은 어디에도 없는 것인지...이상적인 공동체라는 게 실제로 존재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특히 옴진리교의 교리는 그렇다 치고 아사하라 쇼코라는 개인을 신격화하는 건 참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아무리 범상치 않은 사람이어도 그렇지.
    • 잠시 개인적인 경험담을 꺼내보면 제가 아는 분중에 대순진리교에 소속되어있던 분이 있어요..;;;
      듀게에서도 엄청난 지탄을 받는 "도나 기를 믿으십니까"의 대순진리교죠..
      제가 아는 분도 전도 활동인지 수익활동인지 알 수 없는 "도나 기를 믿으십니까"를 말하고 다녔는지 까지는 모르겠지만..
      그분도 대순진리회에서 무료로 노동력을 제공하며 단체 생활을 했었죠;
      가족들은 사이비 종교에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어떻게든 그 생활에서 빼오려고했구요. 물론 잘 되지 않았죠; 가족들과 갈등도 심하고..
      지금은 그 단체 생활에서는 나왔고.. 단체 생활에서 만난 순박한 아저씨랑 만나서 결혼하고 애낳고 잘 살고 있습니다.
      대순진리회를 아직 믿는가 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다만 이분은 좀 가족내에서도 낙오자 취급을 당하기도 하고 했던 분이었는데 지금은 잘 살고 있다는 정도죠..
      종교가 가지는 해악을 어디까지 부정하고 어디까지 긍정해야하나 하는 의문도 많이 들었어요..
    • 그리고 한 가지 기준에 동의하는 사람들끼리만 모이면 위험한 게, 백지 위에 독창적인 의견을 딱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드물잖아요. 서로 다른 태도 사이에서 거리를 잡다보면 내 생각이라는 것도 생기는 걸텐데, 옴진리교처럼 모아놓으면 제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독립적인 사고를 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아사하라 쇼코 본인도 계속해서 전지전능해야 한다는 주변의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거란 말도 고개가 끄덕여졌고요.

      그리고 옴진리교가 외부로부터 공격 당하고 있다는 과장된 걱정 같은 게 굉장히 컸던 것 같은데, 어느 정도는 내부 통제를 위해 일부로 조장했겠지만 실제로 저렇게 믿을 수밖에 없는 집단적인 피해의식이 있었겠죠?? 폐쇄된 사회는 이런 심리가 생기는 걸까 궁금하네요.
    • 레옴/ 사린 가스 사건 이후의 옴진리교는 그들이 바라던 대로 삶의 의미를 주는 소박한 공동체로 돌아갈 수 있었을까요? 그럴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옴진리교가 극단적인 경우고 대순진리교나 그 밖의 작은 (그러나 삶에 관여도가 매우 큰) 종교는 큰 문제 없나 모르겠어요.
    • 간다 미유키 같은 경우는 옴진리교 내부의 사린가스 피해자라고 할 수 있고(163쪽), 이와쿠라 하루미(미인인 신자)는 교주로부터의 성관계 요구를 거부한 후 전기충격으로 이 년여의 기억을 상실한 채 구금상태에 있었던 그야말로 피해자인 셈인데도 경찰로부터 가해자 취급을 받잖아요. 본인도 그런 흉악범죄를 일으킨 곳에 몸담았다는 것만으로도 자신은 이미 가해자이고 아이를 좋아하지만 결혼을 해서도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하구요. 그런 부분들에서는 2차대전 종전 직후 소련군에 성폭행 당한 베를린 여자들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분명 피해자인데 일종의 입막음 상태에 처한 것 같달까요.
    • 예전에 읽었던 어떤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 단편 소설.. 어떤 생활 공동체(종교는 아니고 꼬뮨 같은 느낌의 공동체였어요)가 있었는데 어떤 여성을 중심으로 상당히 번창했다가 어느 시기가 지나니까 구심점이 될 사람이 필요해서 그 중심에 있던 여성을 살해했나 가뒀나 해서 신격화 했다..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라는 내용의 소설을 읽은적이 있어요. 여전히 이해가 안가긴 하지만 개인의 신격화가 필요한건지.. 잘 모르겠어요..
    • 빵집을 열어도 경찰들이 와서 적극적으로 방해했다고 하죠. 그 정도면 분명 사회가 꼬리자르기 하려고 과잉반응 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보다 근본적으로 어디까지 일반 신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걸까요.
      적절한 예인가 모르겠으나 기독교의 '일부 잘못된 기독교인' 발언도 생각나고, 흠... 제가 저희 회사에 고객서비스 부서에 있을 때 분명히 회사가 잘못한 것 같은데도 내가 그런 건 아니니까 하고 넘어갔던 일들도 생각나고.
    • 저도 일부 잘못된 기독교인 발언이 떠오르더군요.. 어디까지 책임을 물어야하고 어디까지 인정해야할 것인지..
      제가 정리한 수준은..
      해당 종교에 내포된 모순 같은 것을 일부 신자의 핑계로 넘어가는 것은 분명히 잘못이다.
      옴진리교의 경우 폭력을 긍정한다던가.. 포아라는 이름으로 다른 차원에 있는자는 다른 사람의 구원을 위해 살해해도 된다던가.. 교주라는 일개 사람에게 엄청난 권능을 부여한다던가.. 하는 것들은 교리 자체의 문제고 믿은 사람들에게도 잘못이 있다.
      기독교의 경우 지나치게 배타적이고 독선적인면.. 이런것들은 그 교리를 믿는 사람에게도 얼마간의 책임이 있다.
      고 생각해요..
      그 외에 공동체 생활을 할것이냐 노동력을 기부할것인가 등등의 문제는 그게 사이비 종교 처럼 보일지라도 본인이 만족하면 그걸로 된게 아닌가 싶구요.
    • 음.. 조금 전에 듀게에 올라온 글... 종교 관련 글이고 제가 생각하던 내용과 통하는 부분도 있고해서.. 신기하네요. ^^;
    • 이와쿠라 하루미 같은 경우는 정말 호러 그 자체에요... 전기 충격같은것도 이니시에이션의 이름으로 행해졌다고 하더라구요..
    • 테러에 관여하지 않은 신도들이 사회적으로 책임을 질 부분은 없겠지만...감시나 차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래야 한다'라기보다는 '그럴 수밖에 없다'랄까요.
    • 오늘 주제가 어렵긴 어렵네요. 댓글을 차마 쉽게 적을 수가 없어요.
      옴진리교가 잘못되었다는 걸 파악하고서도 이미 교단 내에서 성취한 지위라든지 그 조직에 이미 융화된 마음 등으로 계속 머무르는 신자..의 모습이 그 아이템만 바꾸면 얼마든지 저나 제 이웃의 모습으로도 보여요.
    • brunette / 맞아요.. 지위도 재산도 다 버리고 출가해서.. 교단 내에서 성취한 것도 있고.. 이런 상황에서 무언가 잘못되었다 싶은 마음이 있더라도 그걸 벗어나기가.. 참 쉽지 않았을것 같아요. 저희도 어쩜 비슷하겠죠.. 그저 그 대상이 "운좋게도" 싸이코 교주가 아니라는 점만 빼면요..
    • 그러게요... 특히 인생을 통해 투자한 게 많다고 생각하면 이제 정말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는 거.. 이게 종교 이야기만은 아니겠죠. 누구였더라, 겨우 이십대인데 이제 인생에 더 물러날 곳이 없다고 했던 옴진리교 신자. 하루키가 대단하게 잃은 것도 없지 않냐고 지적하자 다시 자기 합리화를 하는데 저도 뜨끔하더라고요.
    • 싸이코 교주를 섬기고 있다면 내가 아니라 내 주변에서, 사회에서라도 막 비난이 들어오고 항의가 들어오고 할 텐데,
      주류사상을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마냥 미망에 잡혀 살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어쩌면 그닦 운이 좋은 게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요.
    • '리아의 나라' 읽으신 분들은 몽족 생각은 안 나셨어요?
    • brunette / 그래도 사람죽이는 집단에 가담해서 결국에는 스스로도 죄책감에 시달리고 남들에게도 손가락질받고 하는 것보다는 그냥 좀 궁상스러워도 주류사상을 받아들여 그럭저럭 사는게 나은것 같아요.. 제 요즘 사고방식이 조금 이렇게 가더라구요. 그냥 어우렁 더울렁 살다 가는거지 뭐..; 이런..;;
    • 저 책에 나오는 사람들 중 일부는 몽족 사회에서라면 잘 살았을 수도 있겠다 싶고, 사람들은 오랜 시간 그렇게 살았을텐데요.
      꼭 종교가 아니더라도 뭐랄까.. 합리성 따지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긍정해주는 공동체 같은 게 있으면 흡수할 수 있을까 싶고요.
    • 출가한 신자들의 아이들 이야기도 잠깐 나오는데, 항상 아이들의 선택권을 따지게 되면 이야기가 복잡해지는 것 같아요.
      제가 절이든 교회든 성인이 믿는 건 범죄만 아니면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보통은 그러면 아이들한테 종교관을 주입하게 되잖아요. 그건 그대로 괜찮은 건지.
      물론 대형 종교를 일찍 접한 사람들, 혹은 심지어 옴진리교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이 더 불행한 거냐, 혹은 무신론? 합리주의?가 무조건 옳으냐, 그건 함부로 재단할 일이 아니지만 찜찜해요.
    • 모든 걸 버리고 입신했다고, 출가했노라고 하면 그래 물러설 곳 없이 벼랑에서 몸을 던진 기분이겠다 싶다가도,
      아, 잠깐, 근데 그때 스무살이었잖아요. 대단하게 버리고 올 만한 게 있었던 것 같진 않은데... 하면
      뭐, 그때까지 써오던 일기장도 다 태워버렸고 여자친구와도 헤어졌고... 이런 식이죠. 우습기도 한데, 근데 이건 하루키가 뒤에 적은
      '팩트와 진실'이란 관점에서 보면 또 말이 돼요. 그 사람에겐 벼랑에서 몸을 날리는 기분으로 출가했다는 게 진실인 거죠.
      근데 우리도 그런 게 얼마나 또 많겠어요.
    • 몽족 생각은 못해봤는데 그럴수도 있겠다 싶네요..
    • 전직 교사였던 데라하타 하몬이 공동체 내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이야기를 하면서 엄청나게 에너제틱한 아이들이라고, 옴진리교 망한 후에 그 애들 데리고 간 시설에서도 아마 꽤나 힘들었을 거라고 웃음짓잖아요. 저는 대안학교 아이들이 떠오르더라구요. 혹시 보신 적 있으신지 모르겠는데 116쪽에 묘사된 것과 매우 비슷하거든요. 거의 교사 학대에 가까운 일상이지만, 갑자기 억압기제가 없어잔 상황에 놓이면 아이들은 그런 지도 모르죠.
      아미쉬 아이들은 성년이 되면 스님들 만행하듯이 세상으로 내보내진대요. 어떤 삶을 살지 선택권이 주어진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절반 이상의 아이들이 되돌아온다고 해요. 가족과 떨어져 사회에서 자존감을 지키며 돈벌이할 수 있는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아미쉬 교육과 문화의 성취일 수도 있겠죠. 아이들이란 부모세대의 한계를 고스란히 물려받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어른들이 제멋대로 뿌려놓은 나쁜 씨앗들(하루키 표현을 빌면 나쁜 이야기들)을 커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히 있다고도 믿어요.
    • 호레이쇼/ "꼭 종교가 아니더라도 뭐랄까.. 합리성 따지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긍정해주는 공동체"에 관해서는 다음 책들이 혹시 조금이나마 힌트가 될 수 있을런지요. 간다 미유키도 그렇고 교단을 나와 현세에서 생계유지를 위한 돈 벌 일이 불안했다는 신자들을 보면서 남인도의 오로빌이나 영국/독일의 브루더호프 공동체가 떠올랐어요.
      - [웰컴 투 오로빌]
      - [핀드혼 농장 이야기]
      - [마을에서 길을 찾다(인드라망)]
      - [브루더호프의 아이들, 잃어버린 교육, 용기]
      - [떼제로 가는 길]
      - [세계 어디에도 내 집이 있다]
    • 옴진리교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다 양도했는데, 거기서 자라는 아이들은 '옛날 개구쟁이'처럼 터프하다니 그것도 재밌는 이야기네요.
    • brunette / 아 저도 그런식의 공동체에 관심 많은데.. 책 소개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관심은 많아도 저런것들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가능할지.. 잘 모르겠어요.. 사람들이 생각하는게 다들 제각각이고 그게 당연하고 자연스러우니 공동체라는것도 그만큼 힘들지 않을까 싶고.. 지금은 나중에 어느정도 나이가 들어서 동생과 함께 두식구가 같이 사는 공동체 정도는 안될까.. 하는 생각도 하고.. 그렇네요..
    • 참참.. 다음책은 brunette님께 부탁드립니다.
    •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공동체들이 있지만 종교가 없는 곳들은 내부 분열로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경향들이 있어요.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명제의 산 증거들이라고나 할까요. 옴진리교나 아가동산처럼 파시즘으로 가는 곳들은 끔찍하고 단연코 거부하지만, 실상사와 작은학교를 중심으로 형성된 인드라망 공동체(제게는 '지리산 산내마을'로 더 익숙한 곳이지만)처럼 불교적 색채가 미약하게 퍼져있는 매우 느슨한 공동체마을은 저는 좋더라구요. 오래 살아보고 나서 할 소리긴 하지만요. 그런데 그 마을 사시는 분들은 대개 "인간은 건강한 공동체를 꾸릴 만큼 성숙한 존재가 아니야"라는 얘기들을 농반진반으로 하죠. 저는.. 뭐, 그런 얘길 할 정도라면 괜찮다 싶어요.
    • 정리하는 분위기인가요 (앗 아니었나;;) 오늘도 재밌었어요.
      '이 세상의 팩트는 없다. 서로 믿고 있는 진실이 다를 뿐이다.' 이런 것도 허무하고, '옴진리교 같은 광신이 있을 뿐이고 대부분은 그럭저럭 진실 언저리에서 살아간다' 이것도 지나친 오만 같고. 커먼센스라는 거에 대해서 더 생각해보고 싶어요.
    • "인간은 건강한 공동체를 꾸릴 만큼 성숙한 존재가 아니야" 많이 와닿는 이야기네요..
      확실히 종교가 인간관계에서 엄청난 구심점 역할을 하는건 맞는것 같아요. 비판적 사고가 제 동작을 하는 집단에서는 공동체가 유지되지 못하는게 맞는게 아닌가 싶기도하네요.. 그렇게 본다면 종교가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도 어느정도 설명이 되구요..
      하지만 여전히 그런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고.. (옴진리교의 신도들처럼..)
      그걸 포용할 수 있는 집단이 있을지.. 그 해답이 건전한 종교인지.. 혹은 따뜻한 사회인지.. 가족 공동체인지... 그 모든것인지..
    • 아.. 이번 지진 사태와 그에 대한 일본인들의 반응에 대해서..
      언더그라운드를 보면서 사린 사건때나 지금의 지진을 대하는 일본 사람들의 반응이나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나쁘게 말하면 냄비 근성인데 반해.. 일본 사람들은 침착 그 자체랄까요..
      냄비 근성도 좋은점도 있겠다 싶은 생각도 들고요..
      패닉하지 않는 것은 좋은데.. 상황을 역동적으로 바꾸는 힘은 부족한것 같아요.
    • 보통 따듯한 가족을 그리는 것 같은데, 그거야 말로 신화인지도 모르겠어요. 저야 아직 정신 없는 정도고, 저의 어머니 아버지는 '삶의 의미'를 어디서 찾으셨나 모르겠네요. 혹은 앞으로 지키거나 찾거나 잃거나 어떻게 하실지. 부모님한테나 잘하자는 생각도 들고;
    • 저는 머리말에서 하루키가 "명확한 하나의 관점이 아니라 명확한 다.수.의 관점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했던 얘기나 말미에 자기는 어디까지나 양해를 구한다는 조건하에 팩트보다는 진실을 택하고 싶다던 얘기가 너무너무 좋았는데요. 호레이쇼님은 허무하셨나요.^^
      오늘은 어려웠어요. 그런데 몇 시간 동안 대화를 주고받은 느낌이 들고 좋네요. 그럼 다음 글에서 또 뵈어요, 다들. 잘 자요.
    • (어머, 아직 안 주무실 거면 저도 몇 마디 더 적고 갈래요)
    • 일본사회는 왜 그렇게 정적인 걸까요. 자타 모두 인정하는 걸 보면 어느 정도 사실인가본데, 신기해요.
      그리고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엄청나게 '극단적인 마음의 문제'로 고민하는 그런 문화가 있지 않나요. 이번에 개봉한 '고백' 보면서도 참 일본 신기해 했는데.
    • (네 적어주세요.. 혹시 중간에 자게 되더라도 내일 또 와서 읽으면 되죠)
    • 레옴/ 저는 언더그라운드에서 사린사건에 대해 읽으면서 일본에 대해 품어왔던 전형적인 오해들(꼼꼼하고 신뢰할만한 시스템)이 외려 좀 깨졌어요.

      사카모토 변호사 사건(옴진리교단 내부 문제를 파고들었던 변호사 일가족 살해암매장 사건)이 1989년.
      마쓰모토 사린사건(사카모토 변호사 사건을 맡았던 판사 숙소에 사린을 뿌렸던 사건인가요? 하여간 8명인가 사망하고 660여명의 중경상자가 발생한)이 1994년인데
      1995년 3월 20일에 지하철 사린사건이 또 발생했어요.

      저는 이 사건연도만 봐도 일본 경찰이나 기타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단 생각이 들었어요.
    • 몰랐는데 아사하라 쇼코는 한 쪽 눈이 안 보이나보네요. 장님 나라에선 애꾸가 왕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 어디서 줏어들었던가.. 축소지향의 일본인이었나..
      사무라이 문화가 있는게 섬나라라는 특성 때문이라는 말도 있던데..
      언더그라운드를 읽으면서 다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관조하는 느낌... 약간 방관자적인 시선..? 이 느껴지는게..
      지진이 자주 나는 섬나라 라는 점과도 관련이 있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문득 떠올랐어요.
      대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서 인간은 나약한 존재라는걸 몸으로 느끼지 않았을까.. 그러다보니 삶 자체에 대해서 관조적인 시선이 생긴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요.
      그런데 그러면 일본은 왜이렇게 종교가 인기 없는 나라가 된걸까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더군요.
    • brunette/ 단편적인 정보만이라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조직적인 악의에 잘 대처하지 못한 건 아닐까 싶어요. 너무 만화같은 이야기라 어이없기도 하고. 코스모클리너 같은 걸 만드는 공장도 세우고 이런 건 참...
    • 아사하라 쇼코가 미나마타 출신자라 하셨죠? 동네 문방구에 마침 [미나마타의 붉은 바다]란 동화책이 있길래 사와서 보고 있어요. 당시 환자들의 병을 치료했던 의사가 적은 책이라 동화임에도 아주 그냥.. 초반부인데, 미나마타병이 무엇인지 도무지 파악할 수 없었던 의료진이 마을 사람들을 격리시키고 온통 소독약을 뿌리는 이야기가 나와요. 다들 전염병이라 생각해서 그 마을에서 온 어린아이가 가게에 물건 사러 가면 돈도 멀리서 던져놓고 가라하고 차별하고 하는 얘기가 나와요. 아사하라 쇼코의 유년기도 그런 고통으로 얼룩져있었을까요. 장애까지 입고서..
    • 아사하라 쇼코가 미나마타 출신인데 미나마타 병의 영향으로 눈이 멀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어디서는 또 다리니(하렘 구성원 -_-;) 뽑을때 사진을 보고 뽑는다는 말도 있어서 눈이 멀은거 아니었나 싶었는데 한쪽 눈이 안보이는거였군요.
      미나마타 출신은 은근히 차별의 대상이 된다는 말도 있더라구요.
    • 정확히는 미나마타는 아니고 그 근처인가봐요. 그곳에도 비슷한 병을 앓는 사람들은 많았대요.
      미나마타 출신이라 결혼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막연히 2세에 영향을 줄 거라고.
    • 호레이쇼/ 사카모토 변호사가 다소 좌파라 그 사람이 실종되었을 때도 그렇고, 그 사람 동기생 변호사들이 옴진리교에 관해 각종 자료들을 산더미같이 넘겨주고 해도 일본 경찰에서 움직이질 않았다고 해요. 또 옴진리교가 왠지 우스꽝스럽고 괴상해보이기만 하지 그렇게까지 파괴력이 있어보이진 않는 이미지라 더 그랬겠죠. 마쓰모토 사린 사건 후에는 그래도 경찰이 옴진리교를 주시하고 압박하고 했는데, 지하철 사린사건 직전 2월인가에 고베 지진이 일어나서 그쪽으로 인원배치를 못했다고 하고.. 언더그라운드에 묘사된 일련이 상황들을 보면서 이거 일본도 장난 아니구나 싶었어요.
    • 저도 은근한 차별의 대상이 된 줄 알았는데 동화책 보니 은근이 아니라 폭력적인 차별을 당해요. 어른이건 아이들이건요.
      미나마타 출신자와의 결혼을 망설이고, 2세의 장애에 막연한 두려움을 품는 것까진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게 은근한 차별이겠죠. 그런데 그 정도 수준이 아니더라구요. 그 차별의 잔인함이.
    • 좀 황당하긴해요.. 청산가리 이런것도 아니고.. 무슨 화학무기를 -_-;;;
    • brunetten/ 그런가요. 뭔가 위기에 대응하는 시스템이 나쁜걸까요.

      어떤 분이 이번 원전 피폭지역 주민이 그런 대우를 받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시던데.
    • 12시 넘으니 왠지 댓글 적기가 편해지네요. 저는 280쪽에 하루키가 한 얘기, "계수화할 수 있는 팩트라는 것이 정말로 정확한가 하는 의문이 뿌리깊이 존재합니다" 하면서 162센티 정도의 마른 남자가 절굿공이를 들고 인기척없는 밤길에 옆을 스쳐지나갔다고 했을 때, 내가 실감하는 것은 쇠방망이를 들고 있는 180센티의 덩치 큰 남자일 수 있다. 과연 어느쪽이 진실이냐? 진실은 후자가 아닐까. 물론 둘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야 하지만, 둘 중 하나밖에 선택할 수 없다면, 자기는 팩트보단 진실이라던 얘기와 연관된 제 얘기를 하나 적고 싶어요.
    • 하루키는 소설가니까 더 그럴 거 같아요. 저도 공감하면서도 팩트에서 너무 멀리가는 건 또 공적인 영역에서 무리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brunette님 이야기는 뭘까요.
    • 별 건 아니고, 하루키가 든 예와 비슷한 일을 겪었던 적이 있어요.
      제 아이가 지금은 서울 한 복판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남쪽의 바닷가 마을에서 살았거든요.
      굉장히 터프한 동네였어요. 저는 부산-거제간 유람선만 타도 배멀미하는 나약한 인간인지라,
      작은 배로 매일같이 거센 파도를 타야하는 어부아저씨들이 거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것도 같더라구요.
      자주 술을 드시는 것도 그러다 원색적인 욕설이 난무하는 싸움질로 술자리가 끝나는 것도요.
      어른들이 그러시니 아이들 노는 모양새도 상당히 강렬해서 대부분은 화끈한 욕설이 오가고 작은 주먹들도 오가곤 했어요.
      하루는
    • 이거 하루는... 에서 일부러 끊으신건가요 ^^; 1신데 기다려야 하나요 말아야 하나요 ㅎㅎ
    • 제가 글을 빨리 못 적어서요 내일 아침에 마저 읽으심이.. 죄송함다.
    • ㅎㅎㅎㅎ 라천 듣고 있어요 ㅋ
    • 하루는 제 아이가 저녁 무렵 다 되어서 들어오더니만 B군에게 쇠막대기(가느다란 철근막대기)로 맞았다고 하더라구요.
      심란했어요. 아이의 생활에 간섭하는 양육자는 되지 말자고 그토록 다짐했건만, 이미 시험에 들어버린 저는 쇠막대기만큼은 도저히 묵과하지 못하겠더라구요. 쇠막대기..라잖아요. 게다가 B군은 나이많은 형들도 다 말아드시는 동네 쌈짱. B군에게 맞았다는 여러 아동들의 증언들도 많았고..
      물론 아이의 말을 100% 믿을 만큼 초보는 아닌지라 여러 번 확인하고서 B군의 집 앞에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사실인지 다짐하고 그 집 엄마를 만나러 들어갔어요. 이런 경우가 처음은 아니셨는지 매우 침착하게 저희 모자를 맞으신 B군의 어머님은 아드님을 부르시더니 자초지종을 물으셨어요.
      얘기가 쓸데없이 길어졌지만, 결론은 쇠막대기가 아니었고 그냥 가느다란 나무막대기였고, B군에겐 나무막대기로 제 아들을 때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기에 "그래도 말로 해야지, 둘 다." 라는 상투적인 잔소리로 황급히 마무리하고 나왔어요.

      저는 그때도 알고 있었거든요. 아들아이 눈에는 그 가느다란 나무막대기가 철근쇠막대기로 보였을 거란 걸요.
      그게 팩트는 아닐지언정 진실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도 그 엄마 앞에서 내 아이의 팩트가 드러났던 순간의 그 민망함, 그리고 그렇게 여러 번 팩트를 털어놓을 기회를 주었음에도 자신의 잘못은 마지막 순간까지 올 때까지 숨긴 채 자신의 진실만을 호소했던 아이에 대한 미움이 강해서 무섭게 아이를 나무랬어요.

      그 이야기를 적고 싶었어요. 팩트와 진실에 관한 글을 읽으면 저는 늘 이 기억이 떠오르고 가슴이 좀 아픕니다.
    • 아이의 일에 대해서는 경험이 없어서 뭐라 말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자신의 진실이 팩트에서 너무 멀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사람이 크면서 배워나가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도 드네요.
      좋은 밤 되세요.
    • 퇴근 길에 여러 우여곡절이 많아서 이제야 들어오네요. 중후반 좋은 얘기 많이 하셨는데 참석 못해서 매우 아쉽습니다. 제가 계속 같이 했었다면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들을 우리와는 아주 달랐던 비상식 집단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종이의 앞과 뒤면 정도 차이랄까, 조금만 상황이 바뀌어도 우리가 그 입장이 될 수도 있으며 그럴 때 어떤 일을 할 수 있을 지 대한 의견을 나누고 싶었어요. 지도자의 신격화나 엘리트 지도부의 백치같은 관료화는 딴 동네 얘기가 아니라고 봐요.
      아사하라가 어린 시절에 그런 일로 트라우마를 겪으면서 커 갔던 과정을 상상해보는 것도 꽤 흥미 있었을 것 같네요. 원전 난리가 난 그 동네도 미래의 아사하라 쇼코가 자라고 있을 수도 있겠어요.
    • 하하하/ 피곤하셔서 주무실 줄 알았는데 끔찍한 퇴근시간이군요 -_-;; 고생하셨습니다.
    • * 밤에 듀게를 못하는 관계로 아침에 댓글 하나 남깁니다 ^ㅡ^ *
      전 논픽션은 쉽게 못 읽는 편인데 리아의 나라도 그렇고 약속된 장소에서도 너무 술술 읽혀서 깜짝 놀랐어요. 어느 순간은 완전 몰입해서 읽었어요(요즘은 몰입의 순간이 거의 없었거든요) 나처럼 평범한 인간과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만약 옴진리교가 내게 접근했다면 나도 입신해서 어쩌면 출가까지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입신전 신자들의 고민이 지금 제가 하는 고민과 별다를 바가 없는 거죠. 해결의 실마리를 내부에서 찾는데, 그걸 스스로 찾는 게 아니고 외부의 지시(또는 지도)로 찾는 점은 다르겠지만요.
      종교 이야기는 아니지만 광신과 비슷한 다단계가 생각났습니다. 저도 어릴 때 다단계에 들어가 빚까지 져가며 활동했던 경험이 있어서요. (못 견디고 며칠 후에 나와버렸지만) 외부와 격리된 환경에서 본인들이 선이라 주장하고, 외부의 시선에 대해서는 공격(옴진리교는 사린가스 공격을 받는다고 했죠. 다단계는 매스컴이 공격한다고 주장합니다. 다단계가 너무 완벽한 시스템이라 지금 유통구조가 붕괴되기 때문에, 유통업계를 보호해주기 위해 무고한 자신들을 공격한다고 주장하죠.)이라고 단언합니다. 시스템상의 계급이 분명하고, 가입비나 테이프(다단계는 자사상품)을 팔아먹는 것도 비슷했어요. 그래서 그런 경험으로 감정을 이입해서 읽어나갔어요.
      '인간이란, 자기라는 시스템 안에 늘 악한 부분을 품고 살아가는데 누군가 어떤 계기로 악의 뚜껑을 확 열어버리면, 거울을 보듯 자기 안에 있는 악과 대면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이 (p310) 기억에 남았습니다. 악을 인정하고 자기 의지로 컨트롤하는 게 수행인가봐요. 내 안의 악을 부정하는 순간, 폭력적인 선만 남는 것 같습니다.
    • 별가루/ 다단계에서 그런 식으로 외부의 공격이 있다는 주장을 하는군요. 오 흥미롭습니다. 내부의 결속을 위해서기도 하고, 그런 음모론에 말하는 쪽이 스스로 속는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 그런가봐요.어떻게보면 아고라 같은 데서 정부가 자꾸 글을 지우고 있으니 빨리 퍼트리라는 오버를 하는 것도 그런 맥락인 거 같고 재밌네요.
    • 호레이쇼/ 저는 일단 의심이 많아서 그런거에 안 넘어간다고 자부(?)하고 살았었는데, 듣다보면 '아! 정말 그런가?' 하는 의구심에 더 경청했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그 술수에 빠져 있었어요. 다단계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안 좋기 때문에 끌어들이려면 나쁜 평판을 깨버려야하고 그러다보니 매스컴 보도를 역으로 이용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 경험 때문인지 말씀하신 아고라 사례도 잘 못 믿겠드라구요.(더 커진 의심병) 직접 제눈으로 게시글 삭제를 보지 않는 이상.
      댓글 달다보니 사실 전 의심은 많지만 귀는 얇은 듯 하네요 ㅎㅎ (못믿겠지만 호기심 or 일확천금을 노리며 뛰어드는 형?)
    • 오늘 아침 쪽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같이 읽으면 좋을 듯하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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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brunette님.
      평소 brunette님과 여러 듀게분들의 글을 잘 보고 있는 유령회원입니다.
      약속된 장소에서 독서모임 댓글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어요.
      저는 책을 읽지 않았지만, 나누시는 말씀들 보며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얻어갑니다. 고맙습니다.

      다만... 중간에 brunette님께서 정토회를 언급하신 부분을 보고
      정토회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 이렇게 쪽지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brunette님께서는 그냥 생각나서 쓰셨다고 했지만,
      "딱 그런 분위기로 주부들을 압도한다"거나 "수행을 명목으로 한 무급 자원봉사"라는 표현에서
      정토회를 옴진리교와 비슷한 성격의 단체로 생각하시지는 않는지,
      또는 읽는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게 되지는 않을지 우려가 되었습니다.
      혹시 조금이라도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저는 옴진리교의 성립과 교세 확장 과정, 내부의 정확한 구조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사건 당시 떠들썩했던 신문보도, 딱 그 정도로만 알고 있어요.
      독서모임의 주제가 된 책도 읽지 않았고요.
      그래서 어쩌면 멋모르는 비교일 수도 있겠지만...

      정토회는 한국 조계종(크게는 대승불교라고 해야 할까요)에 뿌리를 둔 정식 불교단체이며
      개인의 우상화나 신격화와는 거리가 멉니다.
      법륜스님이 즉문즉설로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스님의 법문을 영상과 녹음파일, 책으로 꼼꼼히 기록하고 정리해 남기는 것도 사실이고,
      법문을 듣고 자칭 '팬'이 되셨다는 분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긴 해요.
      스님이 안 계신 자리에서 영상법회를 시청하는 모습을 보면 얼핏 우상숭배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스님이 영상과 말씀을 이렇게 기록해 남기는 이유는
      스님의 말씀에 따르면
      "내가 죽고 없어도 흔들리지 않고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넜으면 배를 버리고 가라는 부처님 말씀처럼
      수행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보면 부처님도, 스님 당신도 잠깐의 길잡이에 불과하다는 것이지요.
      녹화, 녹음 같은 현대 기술의 편리함을 빌어 수행의 방법이나 조언을 매뉴얼처럼 마련해두면
      뒷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한결같이 참조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작업입니다.
      물론 그 활용을 다 하면 스님 당신은 물론 부처님이라 해도 미련 없이 밟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씀하시고요.

      그리고 교세 확장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가 보기에는 옴진리교 같은 종교단체와의 큰 차이점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되기에요.)
      물론 교세 확장을 바라지 않는 종교 단체는 없겠습니다만
      정토회는 부처님의 법을 전하고자 하지(전법이라고 표현해요)
      정토회 소속 신자를 늘리거나 조직 규모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인상적으로 들었던 스님 법문이에요.
      100퍼센트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대충 이런 말씀을 여러 번 하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자기에게 맞고 진리라는 생각이 들면 어디든 가십시오.
      절이든 교회든 성당이든 다 가 보세요. 원불교, 대순진리교, 남묘호렌게쿄든 어디든
      다 다녀보고 자기에게 맞는 종교를 가지시면 됩니다.
      우리가 백화점에서 물건 하나 살 때도 롯*, 신*계, 현* 다 발품 팔아 다녀보고
      시장통까지 다 다녀본 뒤에 사지 않습니까? 종교도 다를 거 하나 없어요.
      손님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겁니다. 그렇게 하는 게 맞고요.
      다만 가게 주인 입장에서 보면 손님이 기웃거리면서 구경은 다 하고
      막상 살 때는 다른 가게 가 버리면 그도 사람이니 좀 기운이 빠지겠지요.
      절 주지나 교회 목사 입장도 그와 같습니다.
      그래서 호객 행위도 하고 가지 말라고 붙잡기도 하면서 애쓰는 거예요.
      그렇지만 손님이나 신도의 입장에서는 거기 얽매일 필요가 없습니다.
      쌓은 정이 있어서? 미안해서? 아니에요. 진리를 찾는데 인정이 무슨 소용입니까?
      자신의 수행에 가장 도움이 되는 쪽으로 움직이는 것이 맞습니다.
      이 말 듣고 이 자리의 여러분들이 우르르 떠나버리면 나는 뭐 개인적으로 좀 서운하겠지만
      내가 서운할까봐 남아주는 사람은 참 수행자가 아니에요.
      그렇게 되면 그건 내가 잘못한 거예요. 법을 잘못 전한 겁니다."

      그 동안 정토회 법당과 집행부를 드나들며
      지켜본 바에 의하면(저는 아직 무교인 외부자 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정토회 역시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
      수행자들이라고 해도 늘 좋은 모습만 보이는 것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다른 종교나 외부의 시각, 비판에 언제나 열려 있다는 점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제 개인적으로는 정토회와 옴진리교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이 점 하나만 해도 옴진리교처럼 자기폐쇄적인 구조에 빠지지는 않으리라는 확신이 들어요.

      음...
      정토회 이야기가 안 좋게 나오니까 불끈해서 튀어나온 녀석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저... 뭐랄까요, 지금까지 제 개인적으로 본 정토회라는 단체의 모습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스님 법문에서 자기를 변명하거나 자기 입장을 내세워 설명하려 들지 마라던데
      이런 말씀 드리는 것 자체가 이미 수행 실격이긴 합니다만.^^;
      예전에 -brunette님이신지 다른 분이신지 모르겠습니다만- 어떤 분께서
      연상연하 커플에 대한 대목에서 기분이 상해 법륜 스님의 책을 덮었다는 글을 보고
      책을 끝까지 읽어보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조심스럽게 드려본 이후로
      듀게에서 정토회 이야기를 해 본 건 처음이에요.

      제 표현과 어휘가 부족해 혹시라도 마음 상하시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종교, 특정 종교단체와 관련된 이야기라 조심스러워
      쪽지로 드렸습니다만
      원하신다면 전체글로 공개하셔도 괜찮습니다.
    • 그리고 이건 저의 답글입니다.
      -----------------------------------------------

      두리번님 안녕하세요.
      보내주신 쪽지는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견해가 다른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고 그 사안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한다는 게
      참 쉽지 않은 일인데(보통은 그 사람을 피하고 말잖아요), 이렇게 세심히
      정토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언급해주신 것처럼 제 댓글이 정토회를 소중히 여기는 분들께,
      정토회의 형식 자체가 아니라 그 정신을 자기 삶의 잣대 삼아
      출가해서든 재가에서든 수행을 해나가시는 분들께 큰 실례가 되었겠구나 싶습니다.
      정토회에 관한 그릇된 인상을 다른 분들께 전달할 소지도 다분했구요.
      어떤 견해를 가질 정도로 정토회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막연한 인상만 가지고 댓글을 적고 지금 또 이 글을 적는 것이 몹시 죄송합니다.

      정토회에 대한 제 느낌을 부연해보자면, 그렇게 부정적이지는 않습니다.
      북한구호단체 중에서 제가 가장 신뢰하는 곳이 정토회의 좋은 벗들이고,
      윤리를 내세워 소비를 조장하는 웬만한 단체들보다 환경과 먹거리에 대해
      깨어있다고 생각해요. 발우에 묻어있는 양념 한 톨까지 물 부어 김치조각으로 닦아먹고,
      천으로 생리대를 만들어쓰고, 화장실에서 종이 대신 천이나 물로 뒤처리를 하는 행동들에 대해
      꼬장꼬장하다는 제 표현은 그러니까 험담이 아니라 그 실천력에 대한 감탄에 가깝습니다.

      백일출가라든가 깨달음의 장, 즉문즉설 같은 법문자리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도 그 정갈함이 사뭇 다르다죠.
      수신제가 할 때의 수신이 그렇게 몸에 배어 있는 종교단체나 대안적 공동체를 이제껏 본 적이 없다던
      주변 분들의 얘기가 저는 옴진리교 신자분들이 옴진리교단에 대해 묘사하는 장면에서 떠올랐던 것 뿐이랍니다.

      옴진리교에 대해서는 저도 냉소 정도만 갖고 있었는데
      [약속된 장소에서]를 읽으면서 좀 놀랐다고 할까요.
      그 책에서 하루키가 인터뷰한 여덟 명의 옴진리교 신자들은 거의 모두
      인간의 한계와 이 사회의 한계에 고통을 느꼈고,
      어떻게 하면 그러한 고통과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사람들이었어요.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주로 그러하듯 그런 마음을 나눌 상대가 없어 어려서부터 외로웠고,
      이런저런 철학서와 종교, 뉴에이지 명상, 요가원 등을 접해봐도 그 실제 모습에서 실망감이 느껴져
      금방 관두기도 했구요.

      그러던 사람들이 옴진리교 공동체에서는 그 실천성에 납득당했다고 해요.
      관념적으로 흐르거나, 담합하며 안온하게 정착해버리는 다른 종교와는 달리,
      옴진리교는 수행 강도가 굉장히 높았다고 해요.
      자신을 바꾸는 데서 세상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얘기하는 지점에서
      구원의 가능성을 보았다고들 하구요.

      게다가 교주를 비롯해 몇몇 선사들이 어떤 의문에도 명쾌한 답을 주곤 했다는 거에요.
      부모나 선생에게 그런 의문을 표현했을 때 무시당하거나 야단만 맞았고, 친한 친구에게조차도
      "야, 너는 그런 고민을 다 하구나. 참 대단하다." 정도의 반응밖에 얻지 못했던 사람들인데,
      옴진리교에서는 몇 마디만 나누어도 핵심을 짚어 답을 주어서 다들 교주를 '깨달은 자'로 여겼다 해요.

      교단의 상위 엘리트들은 폭력화되어 신자들을 압박하고 외부에 테러를 가하고 했지만,
      대다수의 옴진리교 신자들은 번뇌를 멈추고 깨달음으로 가기 위한 수행을 한다고 생각했을 거에요.
      평화롭고 조용하게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고 종교적 삶을 추구한다고요.
      그건 제가 언론을 통해 단편적으로 접한, 일본 지하철에 사린가스를 방출한 신흥종교집단 신도들의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고,
      한국의 종교집단 가운데 말과 행동의 일치률이 높다고 생각해온 정토회 신자분들과도 비슷한 느낌을 주는 모습들이었어요.

      법륜스님 같은 분을 옴진리교의 교주 아사하라 쇼코와 비교하는 짓 따위를 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위에 적은 것들에서 제가 정토회를 옴진리교와 연관지어 생각해본 것 같습니다.
      옴진리교 그 자체라기보다는 옴진리교적이라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구요.
      특히 어떠한 질문에도 바로 적확한 답을 하시고, 사람들이 기꺼이 그 이야기를 수용하는 그 지점이 저는 불편했지 싶습니다.
      "혼란이나 모순을 배제해버리면 그것은 이미 현실이 아니다."라는 하루키의 생각에 동의하기 때문에,
      그렇게 명쾌한 대답 따위가 있을 리가 있나, 논리로야 말로야 가능하지만, 그건 실제가 아니고 사람들을 호도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가 봅니다. 무엇보다 그런 답은 질문을 한 자에게서 스스로 드러날 때까지 기다려보는 것이, 먼저 깨달은 자가 정답을 말해주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믿어서겠지요.

      적고보니, 결국 제 생각만 또 한 번 반복한 우매한 답인 듯 합니다.
      어려운 문제이므로 앞으로도 두고두고 더 생각해볼께요.
      다시 한번 고맙단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 두 분 쪽지 잘 읽었습니다.
    • 두분 쪽지 잘 읽었습니다. 옴진리교도 결국 종교의 일종이고 그렇다보니 종교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어떤 모습들을 가지고 있는 거겠죠. 좀 더 아사하라를 우상화 하는 것처럼 나쁜쪽으로 특화된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것도 있고... 그 경계를 명확히 하기란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게 판단을 미루는 것도 옴진리교의 나쁜 모습으로 비판을 많이 받지만.. 어찌보면 이것도 인간의 굉장히 흔한 습관이거든요. 심리학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한 연구도 많이 있는것으로 아는데.. 인간의 뇌는 최대한 빠르고 단순하고 편한 방법으로 어떤 내용을 판단하려고 하고 그 가장 손쉬운 방법이 다른 사람의 판단 결과를 따른다는 식의 내용이었어요. 많은 인간의 잘못들.. 편견이라든가 차별..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려고 하는것.. 들도 그러한 방식에 따른 판단의 부작용이구요. 그렇다면 이게 꼭 옴진리교만의 독특한 문제라고 보기 힘들 수도 있겠죠.. 역시나 어디까지가 옴진리교의 문제고 어디까지가 그저 인간 본연의 문제인지 가르기란 어려운것 같아요.
    • brunette 님 다음 책 정하시면 게시글로 올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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