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편입

* http://djuna.cine21.com/xe/?mid=board&page=2&document_srl=2074414

 

이어서

 

 

* 아까 말씀드렸지만 제가 졸업한 학교는 애시당초 컷트라인이 높은 사범대로 많은 학생들이 전과를 합니다. 사실 전과제도나 편입제도는 좀 역설적인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저희학교 같은 경우 학점이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는데, 이건 결국 학부수준에서 A라는 학문을 가장 잘 이해한 학생이 타과로 전과(혹은 타학교로 편입)를 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전과를 보내는 학과는 자기내 학과 공부를 가장 잘하는 사람을 타과로 보내는 샘이죠. 아. 이건 여담이고요.

 

그럼 애시당초 컷트라인에 미달해서 사범대를 지원하지 못했거나 사범대는 생각도 안하다가 전과를 한 친구는 어떻게 될까요. 만일 입학당시의 수능점수가 학생들의 수준의 차이를 결정할 만큼 의미가 있다면, 혹은 학생들의 '품질(이 단어가 좀 역겹긴 하지만)'을 나타낼 수 있다면, 이 학생들은 곧 전과한 학과에서 도태되겠죠. 모든 경우를 설명하는건 아니겠지만, 제가 봤던 건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즉, 전과한 친구들 중 학점을 잘받은 친구도 있고 못받은 친구도 있습니다. 임용고시를 패스한 친구도 있고, 그렇지 않은 친구도 있습니다. 전과하고 임용고시에 낙방하고 학원강사를 뛰는 사람도 있고, 사립고에 간 사람도 있으며, 몇년째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근데 이건 '순혈' 사범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전과생들과 비교해서 월등한 점수로 입학을 대부분의 '순혈'사범대생들 역시 임용고시를 패스하는 친구는 패스를 하고, 학원 강사를 뛰고, 사립중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습니다.

 

큰차이를 보이며 입학을 했지만 졸업후의 결과물에선 큰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어느 한쪽을 비난하거나 비아냥거리고자 하는 얘기가 아니라, 그냥 사실이 그렇다는거죠. 점수가 높은 학생이 우수해서? 그렇지 않은 학생이 열등해서? 혹은 그 반대라서? 이 사례에서 제가 내린 결론은 단순합니다. 대학공부는 혼자하는 것이다.

 

 

* 근데 이 '학벌'말입니다. 고등학교때까지도 확장할 수 있지 않나요. 물론 상징적, 그리고 거의 절대적인건 대학 학벌이긴 합니다만.

    • 아~고등학교 학벌이요. 그런데 고등학교 학벌은 본인이 어떻게 써먹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학벌하니 제 머리에 갑-자기 떠오른 케이스가 있긴 한데, 그런 건 본인들이 우스워하면 아무것도 아니고. 관리 아득바득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인맥으로 승화. 이 정도인 것 같아요.

      네 그렇죠. 저도 느낀 것이, (몇 가지 주위 케이스 본인 경험 두루두루) 수능공부와 대학공부는 무지막지한 차이가 있다. 이것 같습니다. 제 경우는 아니지만 소위 문 닫고 들어간 사람이 과탑 차지하고. 이런 걸 보면 입결성적. 이것은 일종의 여과문에 불과할 뿐, 그 이후와는 상관이 없는 것 같습니다.
    • 갑자기 드는 생각이 학벌이 중요하지 않다면 결국 개개인의 역량만 중요하다면
      고등학교때 실제로 사회에서 써먹지도 않는 과목 공부는 왜 하는것일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냥 주구장창 영어만 공부하면 될걸...덤으로 피부관리하면서 프리젠테이션 준비나 열심히 하고...
      그리고 대학 학과중 사회에 나와서 실제로 써먹는, 꼭 4년동안 배워야 되는 학과도 따져보면 별로 없죠.
      또 대학때 왜 교양을 배우는거지?라는 의문도 들고..
    • 학점은 그 학문을 잘 이해했다는 지표라기보단 성실함, 성취욕의 지표인 것 같아요. 성실한 아이들은 어딜 데려다 놓아도 잘하죠.
      학벌을 따지는 근거는 적어도 고등학교 시절엔 성실했다는 지표가 되니 그런 거겠죠. 뭐 성실한 것 보다는 사교육의 힘이었다던지 좋은 머리를 타고나서 성실하지 않았는데에도 좋은 학교를 갔다던지 그런 부수적인 사안들을 총체적으로 따질 수는 없으니..
      고등학교 학벌도 대단하죠. 예전 고등학교 입시시험이 있던 세대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요새 몇몇 특목고 졸업생들을 보면 예전 못지않더군요.
    • 배수아의 독학자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죠. 주인공이 전공을 바꾸고싶어했던가, 그랬더니 학교 측으로부터 온 답변은 성적을 잘 받아서 전과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원래 전공에서 좋은 성적을 받은 사람이 전과를 할수 있도록 되어있는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요.
    • 고등학교 학벌하니 제가 몸담았던 회사 동료들이 생각이 나네요. 경기도 쪽이어서 대부분 그 지역 출신이었는데 그 지역 비평준화 시절 잘나가던 고등학교 나온 것이 엄청난 자부심이었어요. 평준화였던 타 지역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제 입장에서는 솔직히 비평준화 명문고교를 나온 것이 그렇게 대단한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 동네에서는 어느 대학을 나왔다- 라는 것보다 **고등학교를 나왔다- 라는 표현을 더 많이 썼구요.
    • 사범대나 보건계열은 국가에서 정원을 통제하기 때문에 중도에 그만두는 결원만큼만 전과가 가능할텐데 많은 학생들이 전과하기 어렵지 않나요?
    • 림보/ 교육철학이 흔들리니 교육기관의 기능에도 혼란이 오는 거겠지요.
      사실상 대학이 취직의 관문이 되고, 고등학교가 대학입시를 위한 관문으로 여겨지다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개인의 역량 조차 결국 취업 역량으로 환원되니 영어 능력 피부관리(외모)같은 것을 쉬이 떠올리게 됩니다만,
      교육기관의 기능이 과연 그러한 것인지, 그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지요.
      조금 달리 생각하면, 학벌보다 개인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가정은 정 반대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재능과 역량에 맞게 자신이 선택한 삶을 남과 비교당하지 않고 살아갈 권리가 있고
      한 사회의 시민으로서 기본적인 인성이나 가치관, 사회의식이 인간됨의 중요한 지표로 여겨진다면,
      취업에 관계없고 돈이 되지 않는 학문이라도 고유의 영역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탐구해야 할 대상이 된다면,
      고교 및 이하 과정에서는 더욱 다양하고 자유로운 배움과 연구가 가능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바탕이 되어서 이후의 삶을 선택하게 될 테니까요.
      이런 얘기가 쓰면서도 이상론으로 여겨질 수 있을 것 같아 안타까울 뿐입니다만..
      그나마 고등학교까지는 공교육의 영역이라 아직 이만큼 남아있는 것이고,대학은 취업 기관으로 전락한 지 오래죠.
      애초에 국사나 세계지리, 생물학이나 화학, 수학이나 미술 등등의 많은 과목(학문)들이
      취업을 위해서 존재하는 분야는 아니지요. 그에서 파생된 직업군은 있겠습니다만.
      제가 만약 그 모든 것을 배우지 않고 영어와 프리젠테이션 실습만 하다가 성인이 되었다면
      지금보다 더욱 삭막하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하나의 재미나 위안도 없는 끔찍한 삶을 살게 되었을 것 같아요.
      삶에 대한 철학이나 가치관, 미래의 가능성이라는 것을 꿈도 꿀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 어울진 달/ 동감입니다.

      저같은 경우는 사학과로 입학했다가 문헌학 공부가 너무 싫고 유물이나 유적, 고미술품에 대한 공부가 좋아보여서 고고미술사학과로 전과한 경우인데, 같은 시기에 전과 신청한 학생들 중 저는 쉽게 된 반면에 동기 하나는 경영학과 신청했다가 거부되고 말았는데... 이유는 간단했죠. 입학점수가 문제였습니다. 고고미술사학과는 사학과보다 커트라인이 낮았지만 경영학과는 사학과 보다 훨 높으니...-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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