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미호와 주리혜, 이상무 화백
듀나님 리뷰(노미오와 줄리엣)를 읽다가 '노미호와 주리혜'라는 만화가 언급되는 걸 보고 아..나도 그 만화 본적 있는데.. 싶어 찾아봄.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형과 누나를 두었기 때문에 초등생 시절에 당시의 하이틴 문화 및 대학생 문화에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여학생]이라는 잡지도 그래서 보게 되었죠. 연예인 화보 및 인기투표 등과 함께 가장 기억에 남는게 이 '노미호와 주리혜'라는 만화입니다. 물론 내용은 셰익스피어와는 관계없고 그냥 20세기 후반 한국을 살아가는 남자 고등학생과 여자 고등학생의 일상을 담은 꽁트였죠. 둘은 연애를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놀랍게도 노미호와 주리혜는 이상무의 데뷔작이군요. 1966년부터 여학생에 연재를 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http://blog.naver.com/lynyrd64/80056083189
46년생이니까 데뷔가 이른편이군.. 하고 생각했는데 이런 칼럼이 있네요.
위 블로그에는 박기정의 문하생이었다가 데뷔했다는 말이 나오는데.. 여기에는 (글쓴이인) 박기준이라는 만화가의 문하생으로 있다가 (아마도 박기준이 창간에 참여한듯한) 여학생이라는 잡지에서 박기준이 이상무라는 필명으로 연재하던 만화를 이어받았다는 겁니다. 제가 봤던 '노미호와 주리혜'는 독고탁과 숙이의 캐릭터 그대로인 외모였는데.. 초기에는 조금 달랐던 모양입니다.
박기준이 누군가 하고 봤더니 전설적인 만화가 박기정의 동생이군요. 아마 박기정 박기준이 화실을 같이 운영했던 모양입니다. 위에 언급된 블로그에는 70년대 활약했던 여러만화가들의 이야기가 있는데 박기준을 찾아보니 저도 본 적이 있는 그림입니다. 어린시절 헌책으로 돌아다니던 만화의 상당수가 박기준 선생과 임창 선생의 것이었네요. '클로버 문고' 같이 세련된(?) 표지의 만화책들에 비해서 다소 제본과 인쇄상태가 떨어지는 헌책들이었지만 재미와 감동은 못지 않게 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 블로그에도 박기정에 대한 언급은 없네요. 시사만화가로 유명했다고 하는데 그림을 본적은 없고... 어느 소설가가 쓴 추억담 속에서 이름을 보고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일만 기억납니다. 그 소설가가 젊은 시절 우연히 만난 여자에게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이 뭐냐고 물었더니 "박기정의 도전자"라고 대답했다는, 그날 밤 만화가게에서 전권을 빌려 밤새워 읽었다는 이야기. 아마 80년대로 치면 '공포의 외인구단'같은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만.
이야기가 샜는데.. 이상무에 대한 기억은 이후에도 많습니다. '비둘기합창'이나 넝마주이가 주인공이었던 단편을 보고 울었던 적도 있었고, '다시찾은 마운드'나 '아홉개의 빨간모자'는 잡지에 연재되던 당시를 기억하는데 다음편이 궁금하기는 해도 매번 잡지를 살 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냥 읽었던 걸 되풀이해서 읽었었죠.
나중에 이현세나 박봉성의 극화들에 빠지기는 했지만 더 어린시절에 봐서인지 지금은 이상무가 더 기억이 남습니다. 뭐랄까.. 더 착하고 우직한 감동을 주었던 것 같아요.
후배들이 극화체로 대본소를 주름잡자 이상무도 나중에 "검은 휘파람"같은 하드보일드 극화를 그리기도 했고 성인만화도 있었던 것도 같은데 소년만화에서와 같은 호응은 못얻었죠. 사실 독고탁처럼 생긴 주인공이 나와서 야한 장면을 연기하면 그것참 어색할듯.. ㅠ.
최근에는 골프전문 만화가로 변신해서 여성프로골퍼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도 냈고, 골프잡지에도 연재하시는 모양인데... 뭐 나이도 드셨으니 좋아하는 전문분야의 카툰을 그리는 인생도 즐거우리라 생각됩니다.
흑역사도 있는데... 무려 조갑제 원작의 '만화 박정희'라는 만화를 그렸다는 겁니다. (오늘 검색하면서 알게 됨) 출간일이 아주 최근인 것 같은데... 이분 고향이 경북 김천인데다 나이도 환갑을 훨씬 넘겼으니 그러려니.. 하는 심정도 있습니다만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