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칭챙링롱"을 직접 들어본 소감

요새 임시로 홈스테이 비슷한걸 하고 있는데 이 집에는 미국 남자애 하나랑 폴란드 여자애 둘이 있어요.


미국애는 밤새 파티하느라 코빼기도 안 보여 얼굴도 기억 안나고,


폴란드 여자애들은 'school trip'으로 와있다던데 일주일 후에 간다네요.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이 일본 가는 그런 느낌인듯)



아무튼 그 여자애들 오고 이틀째 되는 날이었는데,

동네에 와이파이 터지는 카페가 딱 하나 있어서 그날도 거기서 맥주 한 병 놓고 아이폰으로 놀고 있었는데 우연히 그녀들이랑 마주했어요.


무척 반갑게 뛰어오더니(둘 말고 나머지 친구들도 있었음) 10년지기 친구를 만난양 어머 여기서 뭐해 왠일이니- 이런 느낌으로 말을 걸어오길래 슬슬 같이 놀아줬죠.


그런데 알고봤더니 제가 반가운것보단 맥주를 탐하는 것이었어요.


돈을 줄테니 맥주 좀 주문해달래요. 

그런데 걔네들 누가 안 해줘도 술담배 알아서 잘 사던데(이 동네는 뭐 그런거 없나봐요),

그냥 스스로 쫄아있는 것 같았어요. 항상 사감선생이 지켜보는 것 같은 그런 분위기 아래 있는 듯 해요.


아, 17살이래요. 그러니 우리 나이로 18이겠죠. 우리나라 18살은 하루에 18시간씩 공부하는데 팔자 참 좋죠.


아무튼 네 명중에 한명만 이글이글한 눈빛으로 탐하길래 까짓거 내가 invite하겠다 하고 내것까지 두 병 주문하고, 맥주는 들고, 자리는 비우고 일어섰어요.


중국이나 일본 소녀였다면 왠지 준엄하게 꾸짖었겠지만, 아무리봐도 우리나라 28보다 성숙해뵈는, 게다가 이미 발랑 까져서 길빵하고 다니는 polska라 딱히 죄책감은 들지 않았네요.


나머지들은 집으로 들어가고, 맥주를 마시려는 발랑 까진애랑 둘만 남았어요.


그런데 너 갈데 있니

아니 너는

글쎄 술 들고 집으로 들어가면 너네 선생이 알게 되겠지

걍 얘기나 하자

그래 해변가나 걷자.


그렇게 맥주 한 병씩 들고 해변가를 걸었어요. 딱히 할 얘기는 없었고 걍 두 세계의 만남이니 자기나라에 대해, 언어에 대해서나 좀 얘기했죠.

폴란드에 대한 stereo type이 있냐고 하길래 글쎄 잘은 모르지만 역사가 빡세지 않았니? 라고 하니 응 독일놈들 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이 글은 제목에 나타난 주제보다 서론이 더 기네요.

아무튼 그녀가 제 이름은 뭐냐고 물었어요. 한국말로.


한국어로 또박또박 발음해줬더니 마구 웃더라구요.

어떻게 그런 소리가 날 수 있냐고

그리고 제 이름을 따라하는데 그게 "칭챙링롱"이었어요.


무척 다르다고 해줬죠. 그러니깐 자기는 중국일본한국베트남 다 똑같이 들린대요. 그리고 다 같은나라 같대요.

사실 뭐 저도 마찬가지죠. 폴란드나 체코나 슬로박이나 다 쉐희느춉 하잖아요.


아무튼 별 감정은 없었어요. 진짜로 칭챙링롱하게 들리나보다....그 정도?

확실히 말에는 맥락이 중요하네요.

아니 어쩌면 이미 인종적 편견을 담아 한 말인데 제가 못 알아들었을 수도 있구요. 어린데 영어 잘 하더라구요. 쳇


참 그리고 어디나 십대들은 다 똑같나봐요.


집에 들어갈 때 보니깐 그거 한 두 모금만 마시고 다 남겼더라구요.

담배 필 때도 보니깐 겉담배에 콜록콜록

괜히 쓸데 없이 제 담배 브랜드에 관심 보이면서 응 나 그거 펴봤는데 별로더라 라고 얘기한다던지.

해변에 가자고 하니깐 비치? 빗치? 비아취? 하면서 괜히 즐거워 한다던지. 내 발음이 그렇게 별로인가


...이건 뭐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교훈도 없고 주제도 없고 결론도 없고

밤에 찍은 해변 사진이나 올릴게요. 행복하세요.

닉네임을 이상한걸로 바꿨는데 잘 보이려나 모르겠네요.




    • 읭? 이미지 어떻게 넣죠? html모드로 가서 (img src=...) 정성스레 직접 쳐 넣었는데 안뜨네요.


    • 우왕 댓글에는 되네요
    • 아 지난번에 해외연수였나 교환학생이었나 가신다고 올리신 분이군요. 잘 도착하셨나봐요!
      그런데 똑같이 들린다고 해도 사람 나름이에요. 저 여기서 학교다닐 때 친구들은 아시아 언어라도 분명히 다르게 들린다고 못박는 애들이 있었어요. 그친구들이 아시아 언어는 못해도 유럽쪽 언어를 몇개씩 구사하고 언어의 민감성이 높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요.
      아 그리고 스테레오+타입 아니고 스테레오타입. 단어 하나에요.
      • 네 연수나교환학생이나 그게 그거죠ㅎㅎ 일단 도착은 잘 했는데...객지생활은 외롭네요ㅜㅜ
      • 네 스테레오타입...ㅜ

        사실 걔가 그거 말하는데 잘 알아듣지도 못했어요ㅎㅎ
    • 저도 솔직히 좀 비슷비슷해보이는 사람들이 있어요
      특히 백인들이 기억하기가 어려워서 이놈만나놓고 저놈한테 '오랜만이야!!' 하곤 했었죠 -_-
      • 네 확실히 타인종은 구분하기가 어렵나봐요. 예전에 호기심 천국에서 실험하던데
    • 아마 주변에 아시아계 사람이 전혀 없는 것 같네요
      보통 잘 모르고 무관심하더라도 중국말/일본말 정도는 곧잘 구별하던데 말입니다
      • 심지어 한중일월남으 구분을 못한다 그래서, 도요타 소니는 일본, 삼성엘지는 한국, 그리고 중국은 나머지을 만들지 라고 해줬어요
    • 닉네임이 귀여우시군요. 요즘 금단현상을 겪고 있는 대상인 마마마의 모 캐릭터같아요.
      알아들으신다면... 반갑습니다^^;
      • 네 그거 맞아요. 빡치지만 귀엽죠 흐흐
    • 본문에서 이미지 넣을 때는 글을 쓰시고 나서 html 편집 누르시고 태그 넣으면 될거에요.

      글이 재미있어요. '스스로 쫄아 있는 것 같았어요.'에서 어쩐지 빵~ ㅋㅋ 우리들이 보기에 서양 10대들은 다 2,30대 같고 그렇잖아요. 그런데 같은 서양인이 볼 때는 어떨까요? 아이고 아직 애기군. 이런 생각 들까요? 궁금ㅎㅎ
      • 확실한건 그 반대도 성립하나봐요. 저보고 많아봐야 스물인지 알았대요 으히히히리히리히릴리히히히히히히
    • 쉐희느춉ㅋㅋㅋㅋㅋ 솔직히 잘 모르는 상태에서 폴란드어나 체코어를 구분하기 어렵긴 한데... 칭챙링롱과 같이 인정해야 하나요...ㅠ.ㅠ
      • 확실히 익숙하지 않으면 어렵나봐요. 전 호주영어도 베트남어처럼 들리는 사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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