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 끝내고 왔어요.
0. 그저께 오후부터 정신없이 진행되었던 장례식이 오늘 오후 3시에 유골을 안치하면서 모두 끝이 났습니다. 몸이나 기억으로는 적어도 1주일은 한 것 같은데... 하기야 그렇게 돌아가신 아버지를 정신차릴 틈도 없이 황망히 보내는 거였으니 몸이나 마음이나 많이 피로한 건 당연하겠지요. 서글플 정도로 화창하고 따스한 날씨 때문에 더 그랬을지도 모르고, 화장터 주변을 아무리 눈씻고 찾아봐도 저보다 어려 보이는 상주를 찾지 못해서 그런지도 모르겠고....
1. 다른 분들의 조언대로 오늘만큼은 좀 소리내어 울어보려고, 슬픈 티를 내면서 속에 쌓인 응어리를 풀려고 했었습니다. 솔직히 그럴 만한 타이밍도 많았죠. 시신을 화장장으로 운구할 때도 있었고, 관이 마치 컨베이어 벨트 위의 자동차마냥 화장장에 들어갈 때도 있었고, 유골들이 길바닥의 먼지마냥 받이에 담겨져서 함에 들어가기 위해 무심하게 부서질 때도 있었고.....
하지만 저는 그럴 때도 제대로 울지를 못했어요. 물론 울컥하는 건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저도 모르게 눈물 꼭지가 잠겨 버리더라구요. 유골을 안치하기 전의 마지막 예배 때도 눈물을 간신히 한두 방울 흘릴 수 있었으니 말 다했죠. 다른 분들이 이런 건 제때 풀어야 응어리가 안 진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저는 그 기회를 좀 많이 놓치고 만 것 같아요. 이러다가 밀양의 신애마냥 엉뚱한 타이밍에 슬픔이 터져흐르면 곤란한데...
2. 아시는 분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담배를 지금처럼 본격적으로 피게 된 계기는 재작년 5월의 '그 일' 때문이었습니다. 그 때도 사람의 죽음이 계기가 되어 담배란 놈에게 의지를 많이 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이번 일로, 제 흡연량은 훨씬 많아질 것 같아요. 살아 생전에 그렇게 담배를 피지 말라던 분께서, 아들내미 담배 필 껀수를 이렇게나 만들어 주고 가시다니... 참 뭐라고 표현을 해아 할지 모르겠네요.
3.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면 들어볼수록, 아버지의 마지막 선택은 단순히 몸과 마음이 힘들어서만이 아니라 저희를 위해 아버지 나름대로 마지막으로 뭔가를 해보려는 몸부림이었다는 확신이 커져 갑니다. 가시기 며칠, 아니 몇 달 전부터 당신이 가고 나면 저희가 어떤 이득-정말 하기 싫은 말이지만, 인간적인 그리고 도덕적인 부분을 제하고 나면 아버지가 없는 게 저희에겐 훨씬 나은 거라고, 적어도 당신은 그렇게 판단했었습니다-이 있으며, 가고 나면 무었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고 어떤 문제를 무엇부터 해결해야 하는지를 상세히 구상하고 가셨다는 걸 알게 되면서, 그런 생각은 점점 더 커져 가네요.
물론 제 생각으로는 아무리 자식들을 사랑한다지만 자식을 위해 목숨을 버린다는 게 차마 가슴으로는 납득하지 못하겠습니다. 아무리 자식이 헤아림이 깊어도 부모 마음은 다 못 헤아린다는 게 이런 걸까요? 아님 제가 다 느끼고 알고 있는데도 일부러 모른 척하는 걸까요?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네요.
4. 아무튼, 장례식은 잘 끝이 났고, 이제는 아버지 없는 세상에서 저와 어머니와 제 동생 가족이 살아날 길을 찾아야겠죠. 물론 솔직히 겁이 나는 건 사실이에요. 이 나이를 먹을 때까지 진정한 의미의 홀로서기란 걸 해본 적이 없는 저니까. 하지만 어차피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데, 저는 단지 그 시기가 조금 빨리 온 것뿐이겠죠. 그러니까, 슬퍼도 이겨내고 살아갈게요. 어디에선가 저희를 보고 있는 아버지가 배아파할 정도로, 행복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