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경쟁, 협동

대중음악은 잘 몰라서 클래식 음악만 보자면
이 분야의 미덕과 장점은 경쟁 아닌 협동에 있죠.

 

연주자들 개인의 기량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 보다는 전체의 앙상블을 중요하게 여기죠.
음악에서 가장 '경쟁'의 요소를 많이 가져온
협주곡 (concert는 경쟁하다 라는 단어에서 온 말이라고 하죠) 조차

실상은 경쟁이 중심이 아니고 협주자와 오케스트라의
협력과 조화가 핵심이고요.

 

작곡자들은 물론이고 같은 악기를 다루는 연주자들간에도
경쟁자라는 의식보다는 교류와 연대가 중심이 되는
조력자라는 의식이 더 강해요. 
그들은 자주 각기의 예술적 입장과 태도에 대해
교감하고 서로에게 새로운 영감을 자극받기도 하죠.

 

많은 분들이 이런 이야길 하면 콩쿠르 얘기를 하시죠.
대부분의 행사 주관자들이 직접적으로 얘기를 하고
있다시피, 콩쿠르의 목적은 줄세우기가 아닙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우수한 예술가들은 세상에 알리고
그들이 좀 더 많은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격려하면서 그들의 이름들을 기억하기
위한 축제의 장인거죠. 최소한 그런 척이라도 하고 있어요.

 

만약 경쟁이 목적이라면 그렇게 수많은 콩쿨에서
"1위 없는" 이라는 결과가 나올 리가 없겠죠.
올림픽이나 월드컵같은 운동경기에서
선수들의 기량이나 경기내용이 부족하다고 금메달이나
1등상을 주지 않는 경우는 없는데 말이죠.
오히려 승부차기가 있지요.
중요 콩쿠르를 다 휩쓸고 이젠 다 이루었다하고
은퇴하는 그런 아티스트는 없어요.


콩쿠르에서 경쟁은 그저 방식과 도구일 뿐이에요.
물론 많은 아티스트들이 이 방식과 도구마저 거부하거나
혐오스러워 하기도 하지요.
그리고 때론 이런 본래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어떤 콩쿠르들은
'음악산업'의 영향으로 줄세우기나 서바이벌 쇼로 변질되는 경우도 있고요.

 

어울리지 않는 억지 경쟁의 옷을 입히려는 언론들을 보면 특히
바보같지요. 유명 연주자들과 인터뷰 때마다 누구를 라이벌로
생각하는지 따위의 질문들 말이에요. 누구를 이기기 위해서
작곡하거나 연주하는 사람은 없어요.

 

푸르트뱅글러와 토스카니니니 카라얀과 첼리비다케니 이런 것들은
사실 음악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태도와 입장차이의 문제, 그리고
권력과 개인의 욕망의 얽히 문제이고 무엇이든 뒷얘기 좋아하는 우리들의
습성의 소산인 거죠.

 

언론과 시장이 산업의 관점에서 안 맞는 경쟁의 옷을 입히려거나
스포츠처럼 만드려고 하는 것은 알겠는데
그렇다고 음악의 본질이나 원래의 가치가 변하지는 않겠죠.

 

관객 입장에서 음악이나 스포츠나 똑같은 놀이(ludens)지만 각기 다른 즐거움이 있습니다.
그걸 섞는다고 더 즐거움이 늘어나는 건 아니죠.

그리고 일상이, 인생이 온통 경쟁으로 피곤한데, 경쟁에서 자유로운 음악으로 얻을 수 있는

휴식까지 뺐겨서야 되겠어요.

 


발터, 토스카니니, 클라이버, 클렘퍼러, 푸르트뱅글러
지휘배틀 한번 해볼까나?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발레,스포츠..뭐 옛날 생각도 좀 나는군요
    • 아무리 본질적으로 협력적인 분야라 해도, 질투와 경쟁심이 존재하지 않는 분야는 없는것같습니다. 에리히 클라이버 사진을 보니 문득 생각나네요. 클라이버의 공연을 앞두고 카라얀이 엘리자베스 슈바르츠코프를 비롯한 주요 가수를 급하지도 않은 연습에 다 빼가서 클라이버가 공연을 망친적이 있었죠. 얼마전에 카라얀이 했던 공연과 같은 레파토리였다고...그런데 이런 에피소드들이 있어서 음악 듣는게 더 재밌어지는거 같긴 해요.^^
    • 카라얀은 뭘 했었도 그랬을 양반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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