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의 늦은 나이에 미대 진학을 준비하게 됐어요.

많이 늦은 나이예요. 그래도 지금이나마 미대에 갈 수 있게 되어서 너무 기쁩니다.

 

사실 고등학교때부터 미대에 가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부모님, 특히 어머니가 너무 많이 반대하셔서 그러지 못했었죠.

미술하고는 아무 관계 없는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 정말 많이 방황하고 힘들었습니다. 끝내 꿈을 버리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미술 학원을 몇 달 다녔지만 결국 어머니가 학원에 찾아가셔서 대판 싸우신 뒤로는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적도 있었어요. 당연히 집에서 그림을 그린다는 건 꿈도 꿀 수 없었고, 전 카페를 전전하면서 그림을 그렸어요.


예술가는 대부분 다 가난하다. 나는 내 딸을 가난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 는 게 저희 어머니의 논리였어요. 그분은 제가 공무원이 되어서 안정적으로 살아야만 한다고 철썩같이 믿고 계셨거든요.  그렇지만 전 공무원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고...제가 하고 싶은 건 결국 그림이었어요.

 

공무원 시험에 몇 번 떨어지고 난 뒤에, 전 그런 시험 같은 건 그만두기로 마음을 먹고 학원에 취직을 했습니다. 그리고 돈을 모아서 제가 하고싶은 그림을 하고 말겠다고 선언했어요. 처음에 부모님은 엄청 화내시고 실망하셨지만...이젠 제가 그림을 해야만 하는 애라는 걸 깨달으시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여태까지는 그렇게 반대하시던 어머니가....결국은 허락을 하셨어요.

네가 그렇게 그림을 하고 싶어한다면,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미대에 보내주겠다, 엄마가 그 동안 너무 미안했다...고 하시면서 펑펑 우셨어요. 저도 그런 엄마를 보면서 정말 많이 울었고요...


얼마 전에 취직했던 학원은 이 달까지만 출근하고, 이제 입시에 매진하려고 합니다. 다시 수능 공부를 하고 입시미술학원에도 등록할 거예요. 미대에 가서는 서양화를 하고 싶어요.

저희 집안 사정상 사립대학은 등록금이 비싸서 갈 수가 없어요. 그래서 가까운 국립대 미대에만 갈 수 있지만, 그래도 저에겐 너무 기쁜 일이에요. 


올해 제 나이가 스물 일곱이니, 내년에 입학하게 되면 졸업할 때쯤엔 이미 서른 둘이 되어 있겠죠. 대학을 다시 가기에는 사실 많이 늦었다는 거 잘 알아요. 부모님께도 사실 많이 죄송하고요. 그렇지만...그런 만큼 정말 열심히 해볼거예요. 인생이란 건 결국 한번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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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요즘 그렸던 스케치들입니다. 

대학에서 전문적으로 그림을 배우게 되면, 지금보다 더 자유롭고 좋은 그림들을 그리고 싶어요. 아니, 꼭 그래야만 하겠죠. 






    • 와! 용기 있으신 분!! 힘내세요. 힘!! 힘!! 근데 예술가가 대부분 가난한건 맞죠. ^^;;;
    • 조언을 구하는 글도 아니고 제가 아는 것도 없지만 졸업 이후의 진로는 어떻게 정하셨나요?
      대학에 진학하시면 - 문외한인 저도 낭랑님 스케치나 사진 보고 감탄을 했으니 - 틀림없이 잘하시겠죠. 더 큰 문제는 그런데 졸업후에 직업 예술가로 어떤식으로 활동하실지 하는 계획인 것 같아요 (그게 이미 다 정립되어있으면 정말 쓸데없는 얘기겠지만). 우리 사회가, 아니 외국포함해서, 다른 직업 가지고 본격적인 취미로 그림그리는 사람들한테 천만배 관대한 것 같아서, 사실 편안한 길은 생계유지되는 직업 갖고 미술 공부를 조금씩 해서 두번째 직업 정도로 그림그리는 일을 하는 거죠.
    • 제 동생이 낭랑님과 나이가 같은데 인문학 전공하다 23살에 미대(디자인) 다시 들어갔어요. 학창시절부터 따로 공부한 적 없고 하루에 3시간씩 입시 학원에 딱 1년 다니고 들어갔죠. 형편이나 시간이 안됐거든요. 흔히 말하는 이름 좋은 대학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이가 차고 고민을 좀 더 해봐서인지 공모전도 제법 잘 되고, 장학금도 꼬박꼬박 받더라고요. 그래놓고 또 휴학해서 졸업하려면 멀었어요;; 진로같은 건 잘 모르겠지만 시기 문제라면 낭랑님도 결코 늦지 않았다는 것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고민하신만큼 빛을 발하는 부분도 있어요.
    • management/ 네, 일단 우리나라에서 미대를 나온 뒤에는 유럽을 여행하면서 자유롭게 그림 공부를 하고 싶어요. 학위에 연연해서 미대에 가려는 건 아니에요. 지금 제 단계로는 테크닉 면에서나 구체적인 기법 면에서 모르는 게 너무 많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몇년간 배워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_^
      loving_rabbit/ 사실 아직 졸업 이후 진로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마음을 정하지 못했지만....일단은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어요. 일러스트레이터는 고등학교때부터 계속 제 꿈이었어요.
      사실 우리나라가 직업으로 예술 하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관대하지 않죠. 저희 부모님만 해도 그러셨고요. 제가 앞으로 가려는 길이 절대 편하지 않을 거라는 거 스스로도 잘 알아요.
      그래도 일단 이 길을 걷기로 헸으니, 일단 미대를 다니면서 현실적인 진로를 많이 알아 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순탄해 보이지만은 않는 길을 선택하셨지만 그만큼 더 응원해드리고 싶네요 낭랑님... 하고 싶던 일을 하게 된 것부터 일단 부럽고 축하드려요!
    • 예술쪽 대학교육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4년의 시간 무게가 꽤 크잖아요. 테크닉이나 구체적인 기법과 관련한 전문 교육을 기대하신다면 미국이나 다른 외국의 2년과정도 고려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어려운 결정 내리셨네요. 용기 있으세요.
    • 서울대의 한 미대생은 애니메이션을 배우고 싶어서 워너브라더스 애니메이터 경력의 세종대 교수를 찾아가 1년간 휘하에서 기초를 닦고 만든 작품으로 성과를 거두고 UCLA로 유학갔어요. 낭랑님 실력이면 입시미술학원을 가는건 독이구요.. 위 방법처럼 포트폴리오를 들고 직접 스승을 찾아가보심이 어떨지요. 제자로 받아주면 인생을 낭비할 필요가 없지요
    • 일반적으로 스펙 쌓아서 기업 쪽에 취직하는 거 노리시는 게 아니라면, 대학 다니면서 여유를 가지고 작업하시는 것도 도움될듯 합니다. 좋은 교수랑 좋은 친구들 만나러 가는 목적도 있으니까요. 흠..제가 미대간 글 한번 써보고 싶군요
    • management 님 말씀대로 국내 미대 말고, 해외 미대 어떤가요? 미국가서 미대 준비하는 친구가 있는데 한국에서 4년제 졸업하고 갔거든요. 근데 오히려 전공자가 미대 들어가기가 힘들데요. (이미 한번 전공한 사람이 같은 내용의 대학 수업받는 걸 이해를 못하나 봐요.) 비전공자가 해외에서 미대 들어가기가 더 수월하다고 하더라구요. 또 다른 친구는 졸업하고 독일로 갔는데 역시나 다시 4년제 대학 입학을 생각하고 갔어요. 한국에서 미대를 나와도 작가를 목표로 하는 친구들은 대학원 2년을 더 다니거나 해외로 빠지는 경우가 많아요. 나머지는 이미 학생 때 작가로 작품이 팔리는 경우였고요.

      아무튼 대다수가 국내 대학을 나와도 대학원 or 유학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제 주변에 제일 잘 간 케이스는 학교 중퇴하고 골드스미스대학 간 친구예요. 그 친구 보면서 아 어쩌면 해외 미대가 컷트라인이 낮을지 몰라 하고 잠시 생각했었습니다. 어학 준비해보시고 이쪽 저쪽 문 두드리는것도 생각해보세요. 생각외로 우리나라 미대는 컷트라인이 획일적입니다. 입시생을 공급해주는 미술학원의 파워가 강해서 그림도 획일적이에요. 차라리 대학을 졸업하셨거나 다니는 중이시라면 편입도 좋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나이에 관한 이야기인데 주변에 30대 중반의 학생분들 많았어요. 사회 경험 있는 분들이 작업이 더 좋긴 했어요. 남자분들 경우는 이미 학교다니면서 작업이 성공해서 그림이 팔리는 케이스라 학비랑 재료비 걱정을 안 하는것 같았고, 그 외의 분들은 학원 알바나 혹은 사회생활 하면서 벌어놓은 돈으로 작업했어요.

      확실히 말씀해드릴수 있는 건 미대는 학비를 제외하고도 재료비가 많이 들어갑니다.
    • 저도 항상 미대에 들어가고 싶었어요. 미술이 너무 좋아서요. 근데 실기를 시작할 엄두가 안나서 대학은 미술과 상관없는 인문계열로 갔어요. 곰곰 생각해보니 저는 창작이 좋았다기보단 미술 자체가 좋았던 것 같아서 마음을 바꿨어요. 학부때부터 준비해서 지금은 대학원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있어요. 실기가 아닌 이론으로요. 좋아하는 분야를 공부하는 거니까 이런저런 고충은 있지만 나름대로 행복해요. 그냥 저같은 경우의 길도 있다고 얘기해드리고 싶었어요.
      용기있게 실기를 하시는 분들을 보면 존경스럽고 멋져보여요. 어느 길에 들어서게 되시더라도 응원드릴게요.
    • 정말 진심으로 응원해요. 저도 현실때문에 너무고민하고있었는데 힘냅니다. 잘될꺼에요.
    • 원하던 대로 본격적인 미술 공부를 하실 수 있게 되었다니 정말 축하합니다. ^^
      부모님의 이해를 얻으신 것도 기쁘시겠어요.
      바라시는 것처럼 자유로운 그림을 그리는, 좋은 작가 되시기를 응원할게요!
    • 낭랑님 그림을 보면서 항상 무언가 꿈을 꾸는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었어요
      뒤늦은 선택이지만 멋지게 잘 해내시리라 믿어요
      간절함 그 하나만으로도 꿈을 이뤄내는 사람들을 존경합니다
      언제 어디서 무얼 하든 힘내시고 어느 자리에서든 늘 응원할께요
    • 저도 음악으로 비슷한 학창시절이 있는지라..
      멋지세요. 낭랑님 응원할게요.
    • 멋지십니다~ 그림 보면서 참 잘그리시는구나 했었는데 결국 그쪽길로 가시네요~ 운명인가봐요~^^ 잘되시길 바랍니다~
    • 다들...정말 고마워요.ㅠㅠ 제가 이렇게 많은 격려를 받을 자격이 있나 싶네요. 스스로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해보겠어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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