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실적 분석 – 한 외부자의 시선, 두 사례 (장하준 비판 삼천포)

 

장하준에 대한 비판글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몇몇 분들이 좋은 질문도 주시고 반론도 주셔서

바로바로 대응을 더 잘하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네요.

조금 늘어지는 것 같아도, 무리를 하기보다는 제 생활리듬에 적절한 속도로 좀 더 써볼까 합니다.

 

지난 번에 소개한 서평에서 더글라스 어윈은 장하준에 대해

 

그는 유치 산업 정책의 비용과 편익의 크기를 추정하기 위해 반()사실적 (counterfactual) 분석을 수행하지 않는다.

 

라고 한 바 있습니다.

반사실적 분석이 어떤 것인지 설명하는 것은 제 능력을 벗어납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유치하게 보일 것이고 수많은 -동일하게 유치한 것을 포함한- 반론이 제기될 것입니다. 본의 아니게 읽는 분들을 오도(misleading)하게 되겠죠.

복잡하게 설명하면 많은 통계학적인 기법들을 얘기해야 하는데 그것도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닐 것 같습니다.

 

대신 돌아가는 방법으로, 상대적으로 중립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한 외부자의 평가를 소개하겠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참 성실한 평가입니다.

 

나종일(라종일) 선생님입니다.

저는 이 분을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 분의 글만 읽고 든 생각을 간단히 적겠습니다.

예를 들어 이 분이 제자들에 대해 어떤 종류의 부당한 행위를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그런 잘못이 없다고 가정하고, 선의의 믿음 하에서 제가 느낀 인상입니다.

 

제가 경제사를 배울 때는 이 분의 논문과 이 분이 제자들과 번역한 책의 몇몇 장들이 필수 읽기 과제였습니다.

 

17세기 위기론과 한국사」, 『세계사를 보는 시각과 방법』

「월러스틴의 자본주의 세계체제론」, 『세계사를 보는 시각과 방법』

월러스틴, 『근대세계체제』

E.P. 톰슨,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

 

월러스틴의 세계체제론을 한국에 소개(?)한 이는 백낙청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

제가 짐작하기로는

백낙청 선생이 나종일 선생에게 강추하고, 자료도 많이 구해주고 백낙청 선생의 제자들과 나종일 선생의 제자들 중심으로 월러스틴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형성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리고 시차를 좀 두고 90년대 말부터 이 그룹에서 의기투합하여 번역을 완성, 출간한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의 경우, 이 그룹에 한정숙이라는 거물이 힘을 보탰고요.

 

(지금 세계체제론의 역자 후기를 다시 확인해 보니, 각 권의 각 장을 번역한 사람들을 명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OEM번역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영국노동계급의 형성은 지금 상권만 갖고 있어서 역자 후기를 확인할 수 없네요. Yes24에서는 역자 후기는커녕 역자 이름도 다 나오지 않네요;;)

 

월러스틴과 E.P. 톰슨 모두 빼어난 대가이고, 책이 정말 재미있습니다.

월러스틴을 직접 읽기 어려운 경우, 나종일 선생님의 소개논문과 성백용 선생님 등이 쓰신 소개(논쟁) 논문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대충 흐름을 파악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그랬고요.

E.P. 톰슨은 직접 읽어보지 않고는 그 맛을 느끼기 어렵고요.

 

흥미로운 사실은 나종일 선생님 본인은 월러스틴이나 E.P. 톰슨이 천착한 주제들과 크게 관련이 없는 주제들을 전공했다는 것입니다.

 

(이것 참.. 왔다갔다 하네요.. 장하준을 장하준이라고 하는 것처럼 나종일도 그냥 나종일이라고 하는 게 낫겠습니다;;)

 

“.. 필자 자신의 시각이나 역사를 연구해온 필자 자신의 방법들을 피력하고 설명한 것들은 아니다. … 연구해오면서 접하게 된 다른 역사가들의 훌륭한 연구업적들을 통하여, 그리고 역사연구의 방법에 관한 그들의 주장들을 통하여 조금씩 깨닫게 된 것들, 그러니까 역사는 이런 눈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며 이런 방식으로 공부해야 할 것이 아닌가 하고 뒤늦게야 느끼게 된 몇 가지 생각들을 적은 것이다. … 물론 필자 자신의 능력과 노력의 부족이 중요한 이유였겠지만, 그 시대 영국사를 보는 필자의 편협한 시각이나 방법의 탓도 틀림없이 컸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편협한 시각이나 방법의 한계와 비효율성에 생각이 미치게 된 것은 오랜 방황과 시행착오를 겪은 뒤의 일이었으니 이보다 더 안타까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전체사를 제안하면서 역사학과 사회학의 통합을 내세우는 브로델의 생각과, … 월러스틴의 견해에 동조하면서 그들의 주장을 귀담아 들어보자고 권장하려는 것이다.”

『세계사를 보는 시각과 방법』 머리말 중.

 

뒤늦게 내뱉은 권장이 이런 대작들의 완역이라는 결실로 이어지기까지 애쓰신 것을 생각하면 개인적으로는 정말 고개가 숙여집니다.. (번역의 질은 특A급입니다.)

 

서론이 본론보다 훨씬 길었는데,

 

『세계사를 보는 시각과 방법』 중 「신경제사의 방법」이라는 한 장()에서 나종일은 계량경제사 일반과 그 방법론 중 하나인 반사실적 분석에 대해 자신이 공부한 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소개 논문은 1972년에 발표되었음에도, 지금의 웬만한 경제학 비전공 학자들의 이해보다 훨씬 세련된 이해와 태도를 보여준다고 생각됩니다.

 

이 글에서 나종일은 노벨 경제학상(1993) 수상자인 Robert Fogel의 논문에서 사용된 반사실적 분석의 실례를 개략적으로 해설하고, Fogel, Gershenkron 등의 방법론에 관한 논의들, 계량 경제사의 방법론에 대한 비판들을 요약하며, 그 비판들에 대한 재검토를 개진하고 있습니다. 당시로서는 비교적 최신이었을, 경제학 내외부의 논문들을 꼼꼼하게 인용하면서요.

 

그리 길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으니 관심 있는 분들을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http://bigmail.mail.daum.net/Mail-bin/bigfile_down?uid=yHb6NtebVyXZRuCk6ZyF_34ZwV7JZ79Y

(우클릭-다른 이름으로 저장. 100회만 다운로드 가능한 것으로 압니다. 다운로드가 안 될 경우, 제게 메일을 보내시면 답장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닉네임 등을 밝히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거의 40년이나 지나는 동안 반사실적 분석을 포함한 계량경제사의 방법론, 연구 범위, 대상, 성과는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불완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말입니다..

경제학에 대한 몰이해는 과연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의문이고요..

 

사례 2 가지만 소개해 보겠습니다.

 

1.     1998~2000 동안 5대 정유사가 국방부 납품 유류 가격 담합을 해서 적발된 적이 있습니다. 형사 소송이 있었고(유죄), 공정위 과징금이 부과되었고(관련해서 행정 소송이 있었고), 민사 소송이 있었습니다. 민사 소송에서는 손해 배상액을 산정해야 하는데, 이 손해액의 산정에 반사실적 분석이 사용되었습니다. 담합을 하지 않았을 경우 시장가와 담합 납품가의 차이에 납품량을 곱해야 할 테니, 공급 시점별 반사실적 가격을 추정한 것입니다.

 

최종 결과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재판 결과를 보도한 기사를 링크합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3&aid=0000295444

 

당시에 신동아에서 타블로이드성 기사를 내보낸 적이 있는데, 어떤 블로거가 전문을 옮겨 놓은 것 같습니다.

http://kr.blog.yahoo.com/oilsystem/1047

 

2.     겨자님이 80년대 미국의 일본 자동차에 대한 VER 얘기를 하셨습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학생이 읽는, Harl Varian의 미시경제학 교과서에서는 이것이, 많은 미국인들이 승리라고 착각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온 뻘짓이었다고 얘기합니다.

결과적으로 85~86 2년 동안 일본 자동차 수출업자에게 100억 달러의 초과이익을 안겨주었다는 추정치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일종의 반사실적 분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까요? Varian선택적 보호무역주의자들이 좋아할 만한 얘기도 덧붙이고 있으니 관심있는 분은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힌트 겸 길안내 겸해서 알려드리면 이 사례는 과점시장 이론 챕터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겨자님의 글에 대해 반박할 내용은 분량이 좀 많기 때문에 천천히 조금씩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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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글의 댓글에서 호레이쇼님과 레옴님이 주신 의견에 대한 답변을 아래에 붙여 넣습니다.

답글 형식으로 글을 구분하면 더 좋을 텐데, 그런 기능이 없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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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레이쇼//

수입대체전략의 실패 사례를 근거로 장하준의 주요 논지를 반박할 수 없다는 말씀에는 동의합니다.

알려주신 블로그에 가 보았습니다.

로드릭이 큰 책을 출간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잘 요약된 내용이 있는지 찾아보고 있습니다.

링크를 타고 로드릭의 블로그를 가 본 느낌을 간단히 얘기해 보겠습니다. 바이커님이 직접 링크하신 로드릭의 글을 B라고 하겠습니다. B에는 작년 10월인가에 쓴 다른 글에 대한 링크가 있습니다. 먼저 쓰인 그 글을 A라고 하겠습니다.

 

1.         그는 B에서 some preliminary results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잠정적인 의견이라는 얘기입니다. A에서는, “내가 이런 사실을 발견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지 좋은 아이디어 있는 사람은 좀 알려주라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B의 말미에서 링크하고 있는 working paper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좀 더 기다려 봐야 로드릭 본인도 정리된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만약, 제가 paper를 읽게 되면 다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2.         그는 B에서 the highly anomalous and puzzling phenomenon 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매우 예외적이고 이상한 현상. 바꿔 말하면 다른 대부분의 현상들은 설명이 잘 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또한 이 예외적인 현상을 잘 설명하는 이론은 다른 대부분의 현상들을 설명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이상적으로는 모두를 잘 설명하는 이론이 나오는 것일 텐데, 현재 비주류는 전혀 그런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전망에도 큰 기대를 안 하는 것이고요. 물론 시간이 충분히 지난 후에는 제가 틀렸던 것으로 결론날 수도 있겠습니다.

3.         B의 댓글에는 반대 사례가 발견되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론이 필요합니다. 사례와 이론은 둘 다 매우 중요합니다. 앞으로도 경쟁적인 모델과 사례들 간의 투쟁이 진행될 것입니다. 만약 이것이 의미있는 발견이라고 합의된다면요.

4.         엄밀한 정의와 데이터 등을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측정한 것인지도요. A의 댓글 중에도 그런 내용이 있습니다. “정확히 측정하긴 한 거지?”라고요.

5.         적어도 A에서는 노동생산성이 높은 산업에서 낮은 산업으로 옮겨갔다는 얘기를 하지 않습니다. 바이커님이 잘못 이해하시거나 잘못 옮기셨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A에서 얘기하는 바는 노동생산성의 향상 속도가 높은 산업에서 그 속도가 낮은 산업으로 옮겨갔다는 것입니다. 로드릭의 용어로 표현하자면, between effect는 작지만 positive cross effect negative인 것이죠. 이것은 full data level information을 확인하지 않고는 평가 자체가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다른 조건이 동일할 때, gdp(level) 가 큰 경제에서는 경제성장률(growth rate, 즉 증가 속도)이 더 낮습니다. 바이커님은 모르는 분이고 호레이쇼님에게 큰 부담을 끼치는 발언이 될까 걱정됩니다만.. 정확하게 검증해 보시지 않고일단 우리편이라고 인용하셨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습니다..

6.         로드릭이 다루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산업간 고용 share의 변화입니다. 이것은 산업간 GDP share의 변화와 별개의 문제입니다. 둘 다 중요하고 둘이 같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분석은 구분해서 해야 합니다. 고용 share 변화의 방향과 GDP share 변화의 방향이 반대된다면, 비용편익을 비교하여 하나를 얻고 하나를 포기해야(trade-off) 할 수 있습니다. 비용편익 계산에는 당연히 실업률이 주요한 고려사항으로 포함될 것이고요. 어찌됐든 1~5 test를 다 통과했다 하더라도 이것을 부정적인 결과로만 볼 수 있는지 자체가 불확실하다는 의미입니다. A의 댓글에도 그런 점이 지적되어 있습니다.

7.         한 두가지 더 있었는데, 오전에 읽고 외근 나갔다 왔더니 생각이 잘 안 나네요.

8.         저도 질문이 있습니다.

“장하준이 노동자의 임금이 나라마다 다른 것은 이민 제한 정책 때문이라고 말 할 때, 장하준은 그것이 많은 시장주의 경제학자들에게 무시당하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무시당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주말에 친구에게 책을 빌려서, 이제 저도 읽어봐야겠지만.. “장하준이 뭐라고 얘기했는지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독자들이 어떻게 읽는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균형잡힌 장하준 독자인 호레이쇼님의 의견이 크게 도움이 됩니다.

다른 주제들은 천천히 얘기하겠습니다.

9.         호레이쇼님의 예산 제약과 인센티브는 당연합니다. 그래도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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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옴//

 

1.         제가 EH.NET의 검색 결과가 하나밖에 없는 것을 근거로 장하준이 주요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얘기한 것은 잘못이었습니다. EH.NET 검색 결과로 중요성을 평가하는 것은 그리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냥 Reference 교집합 70% 에는 들지 않는다는 fact만 얘기하는 것으로 충분했었다는 생각입니다. 두 가지 정도는 덧붙일 수 있겠습니다. 위에서 얘기한 Rodrik은 말하자면 장하준과 더 가까운 비주류이지만 검색 결과가 더 많습니다. 그리고 만약 장하준이 더글라스 어윈이 얘기한 대로 estimation을 제시하거나, 기존의 구체적인 논문을 대상으로 반증을 제시하거나, 어윈 등의 비판에 대한 재반론을 논문 등을 통해 제시하였다면 로드릭보다 훨씬 검색결과가 많았을 것입니다. 그것들이 훌륭했다면 70% 교집합 안으로 들어왔을 것이고요.

2.         주류 순치적 해석이란.. 그냥 제가 만든 말입니다.

순치하다 [馴致--]  [동사]  1. 짐승을 길들이다. 2. 목적한 상태로 차차 이르게 하다.

순하게 길들인다는 의미입니다. “자본에 의해 순치된 노동에게 혁명은 어쩌고 저쩌고예전에 이런 식으로 많이 쓰였습니다.

장하준의 이빨과 발톱을 손질해 주면서 장하준이 주류에서 통용되는, 충분히 수용될 수 있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그를 변호해 주는 것이 과연 그가 원하는 바인가 하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그의 개성은 그만큼 무뎌지겠죠. 이것은 장하준 개인이 주류에 대해 어떤 정서적 태도를 말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그의 핵심 테제가 무엇인지를 묻는 것입니다.

위에서 얘기한 로드릭의 블로그 타이틀은 “Unconventional thoughts on economic development and globalization” 입니다. 자기가 unconventional한 비주류라는 얘기입니다. conventional 주류보다 더 나은 얘기를 하고 있다는 자의식의 반영이라고 봅니다. 저는 장하준도 이에 가까울 것이라고 봅니다. 아니, 장하준의 자의식과는 별도로 장하준이 차별성이 없다면 그를 읽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장하준과 주류의 차이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논의해 보고 옥석을 가리는 것이 제가 글을 쓰는 목적이고요.

3.         다른 얘기는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 1. 장문의 글 감사합니다. 나름 열심히 읽었지만 지적해주신 사항은 설득력이 있는데 제가 가타부타 이해하고 다시 답변 드릴 수 없는 수준인 것 같습니다. 제가 여기 글을 쓰고 있는 건 장하준이 대중을 대상으로 쓴 책을 대중인 제가 읽었고, 처음 소개해주신 송원근의 반론 같은 대중적 수준(?)의 반론과 비교해봤을 때 전반적으로 장하준이 설득력 있다고 생각했고 거기에 대해서는 이야기 해 볼 역량이 저도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송원근이 쟁점별로 정리한 사안들에 대해 두 텍스트 간 비교라면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멀리 가면 따라가지를 못합니다. 아래 제가 쓴 글은 그래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저 혼자 애쓰는 안스러운 상황이네요;

      김리벌 님이 두번째로 더글라스 어윈의 장하준 비판 서평을 소개해주셨을 때는, 그 자체의 설득력이 있다는 것과 그럼에도 그것이 장하준이 공격하고자 했던 최소한의 목표 (선진국 너네 개도국 시절에는 지금 너희가 개도국에게 좋다고 꼬득이는 그런 수 안 썼었던데? 오히려 한국 같은 나라 보면 너네가 실패한다고 할 수 밖에 없다는 방식으로 성공 했던데??)는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 정도가 제 생각이었고, 그 보다 더 자세한 논의는 제가 따라갈 능력이 안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지금 또 소개해주신 글 덕분에 counterfactual 이라는 개념을 이해할 수 있었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저는 장하준의 설득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대중적인 이해에서 들 수 있는 예가 이런 거라는 걸 감안해 주시고요) 장하준이 미국이 제조업 경쟁력이 뒤쳐지던 시절 수입되는 공산품에 40%의 관세를 매겼다고 했을 때, 반사실적 분석은 관세가 없었을 경우의 미국의 성장율과 후생 증가 뿐 아니라 미국이 제조업 중심의 국가로 얼마나 빨리 성장할 수 있었을까에 대한 예상이 있어야 할텐데요, 이게 합리적인 수준에서 가능하다는 게 저는 잘... 모르겠고요, 만약 가능하다면 장하준의 문제제기에 시장주의 경제학자들이 그런 방법으로 반론을 제기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는 절차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앞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장하준의 문제제기는 말 그대로 역사적 사실들을 지적하는 것이고, 사실은 그 자체로 말하는 바 (실증적으로 너희 주장에 증거가 없다)가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2. 바이커님이 소개해주신 대니 로드릭의 포스팅을 제가 인용했던 부분은요. 우선 바이커님이 맹목적으로 장하준을 지지하는 블로거는 아닙니다. 다른 포스팅을 보시면 장하준의 주장에 대해 비판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주제인 것도 여럿 있습니다. 제가 "재재인용"을 하면서 원문인 대니 로드릭의 연구와 바이커님의 주장이 일치하는 지 확인해 보지 않은 점은 맞고요, 그래서 바이커님이 '실수'하셨을 가능성도 있지만 제가 그 걸 따져 볼 능력이 없습니다. 저는 김리벌님 설명을 들은 지금도 노동이 생산성의 증가 속도가 빠른 분야에서 느리거나 마이너스인 산업으로 이동했다는 것과 절대적 크기가 작은 쪽으로 이동했다는 것이 논지를 바꿀 만한 차이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GDP share와 고용 share의 차이가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는 지적도 간신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저는 그런 정도까지 따지고 볼 능력이 없고요,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념적으로 비교우위로 인해 절대적으로 우위가 떨어지는 산업으로 노동력 이전이 일어날 수 있겠다는 것을 저런 식으로 검증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3. 장하준이 이민제한 정책을 이야기한 부분은 장하준의 '23가지'를 읽어보시면 나오는데, 시장주의 경제학자들은 마치 우리가 거의 완전자유 시장에 살고 있고 노동자의 임금은 한계생산성에 따라 기능적으로 매겨지고 있다고 믿는다는 겁니다. 그러나 장하준은 실제로 스웨덴과 인도의 저숙련 노동자들 임금 차이는 절대적으로 개인의 생산성이 아닌 국경과 제도 때문이라고 합니다. 물론 경제학자면 누구나 이민제한 정책이 임금 차이를 낳는다는 것을 알고 있겠지요. 그러나 그걸 앎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실제 경제 정책을 두고 갑론을박 할 때면 마치 지금 임금이 '자연적인 것' 인냥 몰고가거나 그들이 자의적으로 '인위적인 것'이라고 분류한 카테고리의 것(예를 들면 최저임금제, 노조 등)만 선별적으로 문제삼는다는 겁니다. 장하준이 그런 비판을 하면서 노리는 바는 당연히 진짜 자유방임은 없고 경제내적 경제외적으로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일 거고요.
    • 호레이쇼//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제가 하는 얘기들이 나름 설득력 있지만 장하준의 논지에 대한 결정적인 반박으로는 볼 수 없다는 점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제 글이 흥하질 못하고 망해가고 있어서, 더 여러 사람에게 도움이 되게끔 못해서 죄송하지만, 쓰신 글들을 제게는 분명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 친구들에게도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장하준 관련 논의의 구도가 잘못 잡혀 있어서 이를 큰 틀에서 비판적으로 볼 수 있기 전까지는 개별 이슈들에 대한 논의가 평행선 긋기에 그칠 가능성이 많다는 생각을 하는 편입니다. 이것은 한국의 자유주의의 왜곡 또는 부재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현재의 구도를 한발짝 떨어져서 비판적으로 볼 수 있기 위해서는 대중들에게 직관적으로 호소력 있는 장하준의 핵심 논지에 대한 포괄적인 반증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장하준의 가장 대표적인 핵심 논지는 “일반적으로 자유무역보다 보호무역이 장기적으로 더 좋다. 그 근거는 대표적으로 한국이며, 사실은 선진국도 한국과 같은 방식으로 경제 성장을 달성했다” 라고 봅니다. 물론 장하준이 자급자족(autarky) 수준의 보호무역이나 수입대체전략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저도 잘 압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여기서 명백하고도 중요한(critical) 점은 이것입니다. “일반적 규범으로서의 자유무역에 대한 태도와 관련하여 주류 경제학자들(자유주의자들)과 장하준 사이에는 상당히 유의미한 차이가 있으며, 이 중 어느 편이 옳은지 평가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 평가는 현실 경제 정책 방향성에 실천적 함의가 있다.)”

      물론, 장하준이 틀렸다는 것이 제 입장이며, 저는 크게 봐서 2가지를 그 논거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는 한국(혹은 동아시아의 몇 나라들)이 예외에 속한다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결국 같은 것인데, 선진국의 경제성장을 한국식의 자유보호무역 컴비네이션에 힘입은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 2가지에 몇 가지 보조적인 논거를 보강하면 상당히 설득력 있는 반증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더글라스 어윈을 소개한 목적이 두 번째와 관련 있다는 점은 짐작하셨을 테고요. 그런데 제가 깨닫게 된 점은 이 주요 논거들이 한꺼번에(통째로) 설득되지 않으면 그 전까지는 개별 논거의 타당성이 별도로 평가받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안 그래도 어려운데, 겨자님의, 제가 보기엔, 근거 없는 주장까지 더해지니 상황이 더 어려워졌습니다. 미국의 경영대생들도 자유무역을 수용하기 어려워한다는 얘기를 듣고 새삼 제가 얼마나 무모한 일을 벌였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장하준-미국 국제경영 교과서 저자-미국 경영대생-한국의 비판적 독서인구 간에 아름다운 연대가 이뤄진 마당에 제가 어떻게 판도를 뒤집을 수 있겠습니까..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미국 국제경영 교과서의 입장이 저의 레퍼런스보다 장하준과 더 가깝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 국제경영 교과서 저자들도 자신들의 생각이랑 장하준의 생각이 그리 비슷하지 않다고 생각할 것 같고, 장하준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유독 자유무역과 관련해서는 양쪽이 연대하고 경제학자들이 찐따가 되는 형국입니다. 그 만큼 이 이슈가 시금석이 되는 것입니다.
      굳이 강조하자면, 방법론의 관점에서도 장하준-국제경영 연대가 일반적으로 유지되고, 경제학자는 찐따가 될 것입니다.)

      여차저차해서 더글라스 어윈 소개는 별로 성공적이지 않았습니다만, 어윈의 논지는 대체로 호레이쇼님이 요구하시는 논증의 방향을 잘 대변한다고 봅니다. 말하자면, 관세가 없었다면 더 빨리 더 잘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산업별, 시기별 특정 보호무역 조치들이 경제 전체로 장기적으로 봐서는 성장친화적이지 않았다는 실증적 연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제가 그런 연구들의 결과값만을 열거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은 이유는 위에서 말씀 드린 대로 그런 방식이 별로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구도는 양쪽이 자신의 주장에 부합되는 증거(자료)만을 내세우는 형국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런 순서를 택했습니다. 대중들이 1차 자료를 장하준에게 의존하고 있고, 따라서 불가피하게 그 자료에 대한 해석까지 의존하고 있지만, 많은 다른 학자들은 다른 요인들까지 폭넓게 고려하고 검증된 방법론을 사용하는 관점에 근거하여 해석을 달리 하고 있다는 것을 먼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결과값만을 얘기하는 것보다 다른 방식의 이야기의 실례를 통해 분위기 같은 것도 느껴보는 게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서요. 그리고 무엇보다 어윈의 서평은 쉬우니까요.

      앞으로 두어 번만 더 쓰고 그 과정에서 한국이 예외라는 점 등이 한꺼번에(통째로) 잘 공감이 된다면, 저도 호레이쇼님이 제안하신 대로 [23가지]의 각 주제에 대해 논의를 진행해 보기를 희망합니다. 그 첫 번째로 이민 정책과 노동시장 관련 주제를 생각하고 있고요.
      그런데, 이런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노동시장 관련하여 얘기가 잘 된다면 다른 것도 다 잘될 것이고, 그게 안 된다면 다른 것도 다 잘 안 될 것이라는 생각요. 왜냐하면, 어떤 의미에서 제 생각과 호레이쇼님의 생각은 큰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차이가 있는 부분에서 더 깊은 얘기가 진행되거나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논의의 실익이 그 수고에 비해 작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에 더해, 장하준을 둘러싼 언론현상의 난맥상을 고려하면 매우 비효율적인 대화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실제로 인터넷 언론에서의 논쟁은 그렇게 가고 있는 것 같고요. 그러니 각자의 입장에서 인터넷 논쟁을 읽고 듀게에서는 다른 더 재미있고 생산적인 얘기를 하는 게 좋겠죠.

      흥행은 대실패했지만, 아직 저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장하준 읽기를 통해 대중들의 경제를 이해하는 관점에 의미있는 변화가 있었던 것처럼(if any), 제 글을 통해 대중들의 장하준에 대한 관점에도 의미있는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요.

      이미 글이 많이 길어졌기 때문에, 로드릭 관련 얘기는 좀 이따 아주 간단한 예를 들어 말씀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리벌/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겠냐고 물으실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저는 여러가지로 꽤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반사실적 분석 같은 개념은 종종 써먹겠어요 ㅎㅎ 저도 친구들과 소개해주신 글 나누어 읽어보며 얘기도 해봤는데, 저희가 공유하고 있는 상식 수준에서는 반대편보다 장하준 쪽의 논리에 더 마음이 기우네요. 느슨한 독서모임 때 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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