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리비아를 지원한다는 소리는 지금 처음 들었습니다. 이스라엘과의 관계는 잘 모르겠지만 미국, 이슬람주의와의 관계를 살펴보면 유추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카다피는 한 때 범 이슬람주의에 경도됐었죠. 하지만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 의해 살해당할 뻔한 후에 입장을 바꿨죠. 여기에 이라크가 미국에 당한 것을 본 후 앞장서서 핵무장을 포기했고, 심지어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 동반자로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리비아 내에서 그가 가졌던 반제국주의적 상징에도 불구하고 80년대 내내 좀더 개방화된 경제를 지향하면서 결국 그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미제국주의자'들과 협조하게 됐습니다. 리비아는 이미 90년대 초부터 IMF와 협력해 경제를 운영해왔죠.
결국 이슬람 지역에서 급진 이슬람주의의 확산과 통제할 수 없는 민주주의(지금 민주주의 요구가 미국의 바람대로만 흘러갈 가능성은 매우 낮죠. 특히 그의 핵심 동맹국인 사우디 아라비아 지배자들이 크게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의 확산을 막는대 있어서 카다피와 중동의 지배자들, 미국이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질 수 있죠.
게다가 이스라엘은 중동이라는 적대적 환경 속에서도 미국의 통제를 받는 중동 독재자들 덕에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이번 민주화 시위로 쫓겨난 무바라크는 여기서 핵심 역할을 했죠. 이 상황에서 리비아 마저 하층 인민의 봉기에 의해 정부가 붕괴되는 상황은 이스라엘에게 그리 반갑지 만은 않을 것입니다.
저도 이스라엘이 용병 지원해줬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서 한참 검색해봤는데, 영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습니다.
1. 서방 메이저급 언론에선 관련 기사를 전혀 볼 수 없었고 제일 먼저 이를 전한 소스가 이란쪽 위성채널이라네요. 이란 매체는 뭔 일만 있으면 (혹은 없어도) 이스라엘을 갖다 붙여서 악의 근원으로 만드는게 취미라서 일단 신빙성이 좀 떨어진다고 봐요.
2. 지금까지 이스라엘과 카다피의 관계를 생각하면... 몇 주 전까지만해도 카다피는 팔레스타인이 독립하기 전까지 이스라엘 정부를 인정할 수 없다는 노선을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쭉 유지해왔습니다. 물론 상황이 워낙 급하면 이런거야 언제 그랬냐는듯이 도움을 요청할 수는 있겠지만, 글쎄요.
3. 이스라엘 정부에서 직접 개입한건 아니고 CST라는 이스라엘군 퇴역장성이 경영하는 용병회사라는데, 그렇다면 5만이라는 숫자의 현실성에 약간 의문이 드네요. 단일 PMC가 이렇게 많은 병력을 운용하고 단기간에 배치시킬 수 있다는 건 저로선 처음 들어봅니다. 이라크에 파견되어있는 PMC 중에서도 가장 큰 블랙워터 (현 Xe Services)도 직원이 천 명이 안넘어요.
중동에서 격변이 일어난 곳의 공통점은 우리가 보통 말하는 개방을 해왔거나 리비아처럼 근래에 들어 시작했던 나라들입니다. 독재보다도 개방의 여파로 삶이 팍팍해진 대중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죠. MB정권이 민간인 사찰건보다 물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고요. 그런데 개방의 파트너였던 서방국가들이 입 싹씻고 정치적인 민주화로 레벨을 붙이고 비난하니 꼼꼼하게 따지는 사람들은 모순을 느끼지요. 카다피는 알카에다를 서방국가보다 위협적으로 느끼고 노선변경을 해서 더 복잡한 역학관계가 있는 것이고요. 용병숫자는 아마 5천명에서 0하나가 잘못 붙여진 거겠죠
아랍인들은 이스라엘과 미국을 싫어하죠. 그래서 아랍 국가들이 민주화될수록 두 나라에, 아니 서방 국가 전체에 적대적인 세력이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간단한 얘기죠. 따라서 서방 국가가 아랍 국가에 요구하는 건 '민주화'라기보다는 '질서'(라고 쓰고 '꼭두각시'라 읽습니다)입니다. 이집트 혁명 때 오바마가 보였던 태도를 되새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