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 주류 경제학 입장에서의 장하준 비판 소개 (1)

 

0.

 

가입 후 첫 글입니다.

반응을 보고,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제가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되면 앞으로 이따금 글을 써볼까 합니다.

지금 생각으로는 장하준 관련 6~7, 우석훈 관련 1회 정도 쓰고, 그 뒤로는 그 때 그 때 이것저것 주마간산하고 싶습니다. 독창적인 내용은 안 되고, 단편적인 소개 정도로요.

 

 

1.     제가 생각하는 주류 경제학

 

여러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간명하게 규정해 보겠습니다.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각국 대학의 경제학과에서 사용하는 특정 과목 (미시, 거시, 게임이론, 산업조직론 등)의 교과서는 거의 일치합니다. , 85% 정도의 미시경제학 강의에서 대동소이한 3~4권의 교과서 중 하나 이상을 사용할 것입니다. 한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이준구의 [재정학] 교과서를 외국에서 사용하는 경우는 없겠지만, 이 경우도 사실은 같은 교과서라고 봐도 됩니다. 대부분의 참고문헌을 영어로 읽는 대학원 과정에서는 이준구와 같은 예외가 거의 없어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이준구에 대한 폄하가 결코 아닙니다.) 대학원 과정의 세미나 수업에서 읽는 논문들(수업당 25개 내외)로 범위를 확대하면 과목명이 동일할 경우 약 70% 정도가 겹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이 교과서 및 논문의 참고문헌들(References), 교과서의 저자들이 쓴 다른 논문의 참고문헌들, 그 참고문헌의 저자들이 쓴 논문의 참고문헌들. 저는 이 참고문헌들의 상호 인용 체계를 주류 경제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귀납적 정의의 결과 그어진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선이 무엇인지 요약할 수 없다면 이상의 정의는 사실 정보량이 없는 동어반복일 것입니다. 앞으로 관련 글을 계속 쓰게 된다면, 그에 대한 어설픈 요약을 전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만, 지금 단계에서는 위 정의의 정보량으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위 정의에서 70~85%의 수치는 주류 경제학의 경계에 대해 상당한 정도로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보다 중요하게는 방법론에 의해서, 덜 중요하게는 연구 주제와 결론에 의해서.

 

또 한 가지는, 이와 약간 모순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주류 경제학은 상당히 폭넓은 결론을 수용 내지 포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조금 더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할 텐데, 대학원세미나 수업에서 한 학기에 대충 7~8가지 주제에 대해서, 각 주제에 대해서 3~4 편의 논문을 읽는다고 할 때, 3~4편의 논문이 동일한 주제에 대한 경쟁적인 설명들을 묶어놓은 경우가 매우 흔합니다. 대립적인 설명을 모두 검토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죠. 그리고 대립적인 입장들은 서로를 대화 상대방으로 가정하고 있습니다. 상호 인용 체계에는 반박을 위한 인용도 포함되는 것이죠. 구체적인 정책 수준의 논의에서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점도 이런 정황으로부터 충분히 유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1.        주류 경제학과 장하준

 

대부분의 사람이 장하준을 주류 경제학자로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마 장하준 스스로도요.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것입니다.

장하준이 주류 경제학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단순히 대다수 경제학자들이 장하준의 결론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만이 아니라,

대다수 경제학자들이 장하준을 진지한 반론 제기의 대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을 포함합니다.

 

어떤 이는 이를 두고 주류 경제학의 한계와 폐쇄성을 읽을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장하준이 주류 경제학자들에 의해서 진지한 반론의 대상으로 고려되지 않을 정도로 이상한(awkward) 얘기를 많이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류 경제학 안에는 과반수의 학자들이 반대하는 주장들도 아주 많이 들어와 있습니다. 장하준은 더 중요하게는 방법론에서, 덜 중요하게는 결론에서 그 안에 들어올 자격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저는 그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미리 밝히자면, 저는 수업 읽기 과제로 [주식회사 한국의 구조조정]을 먼저 읽었고, 다른 수업 읽기 과제로 [Kicking Away the Ladder]를 읽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로는 장하준 책을 읽을 필요를 못 느껴서 안 읽었습니다. 전자는 괜찮았는데 후자가 너무 구렸고, 그 후에 나온 책들이 대체로 그 구린 후자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나쁜 사마리아인들] 출간 전후해서 이런 저런 기사들을 접할 수밖에 없었는데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2.     저의 수준

 

어설픕니다.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국내 석사과정에서 잠깐 공부했었습니다.

그러니 국내외 명문 대학에서 박사 공부를 한 수많은 사람들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집니다.

 

그렇다고 현실 경제나 시사에 밝은 것도 아닙니다. 예를 들어 폴 크루그먼 (Paul Krugman) 매니아들은 그의 (대중적) 저서를 다 읽고, 그가 주요 현실 이슈들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 밝히 알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의 논문 서너 편, [Accidental Theorist] 한 권 딸랑 읽었습니다. 평소에 TV나 신문도 안 보니 말 다했죠.

 

한 마디로 이도 저도 아닌 어중이 수준입니다.

 

제가 듀게 평균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대충 말해서 교과서 10, 논문 150편 정도 읽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이 어떻게 논증, 논쟁하는지 비교적 잘 알고, 경제학 전공자들이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읽는지 잘 아는 정도입니다. 이게 알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요. 적어도 경제학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면서 손 쉬운 댓글로 그것을 싸그리 무시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보다는 일단 들어보는 게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3.     이 글을 쓰게 된 계기

 

혹시 [나쁜 사마리아인들]도 베스트셀러였나요? 당시에 꽤 주목을 받았던 것은 기억나지만 그 때는 제가 책을 안 읽어서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순위권에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23가지]가 베스트셀러죠. 꽤 오래 1위를 유지하기도 했고요.

 

저는 장하준의 책을 불량식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베스트셀링이 한국 독서인구의 경제학에 대한 표준적 이해가 [23가지]에 의해 형성되는 것을 의미한다면, 이는 공동체적으로 대단히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매우 해로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학과 시장에 대한 오해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해로운 것은 논증의 규범을 위반하는 참고문헌으로 자신의 선입견을 강화하는 습속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세상에는 제가 어찌할 수 없는 불행한 일들이 날마다 일어나고 있는 것을요. 어중이가 어버버해봤자 욕이나 먹기 십상인 것을요.

장하준에 대한 비판 또는 비판의 준거들에 대한 소개를 시도하려면, 매우 열정적이거나 시간이 많거나 해야 할 텐데 저는 둘 다 아니기 때문에 사실 별다른 관심이 없었습니다.

 

훨씬 개인적인 계기로 시작되었습니다. 최근에 저와 매우 가까운 친구 넷이 각자 독립적으로 [23가지]를 읽었습니다. 그 중 한 명을 제외하면 이 친구들은 평소에 이런 책을 거의 안 읽는 친구들입니다. 제가 좀 신기해서 왜, 어떻게 읽었냐고 물었더니 베스트셀러 중에 그럴싸해 보이고 경제라는 분야를 조금은 알아야 될 것 같아서, 그냥 재미있게 막 읽었다고 하더군요. 그러자 다른 친구가 마찬가지라고 하면서 이 책에 대한 제 생각을 물어봤습니다. 그 친구가 마구마구 졸라서 제가 예시도 하고 짧은 번역도 하면서 조금씩 글을 쓰고 있습니다. 책을 안 읽은 친구들도 관심을 보이고요. (올해 어떤 모임에서 처음 만난 두 분도 이 책을 읽고 있거나 읽고 싶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제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이게 상당히 힘든 일입니다. 전혀 문외한인 친구들이라서요.

어찌됐든 일단 제가 진행하고 있는 작업을 가감해서 듀게에 다시 올리는 데 드는 추가적인 노력 (marginal cost)는 상대적으로 작은 데 비해, 더 많은 분들과 나누는 데서 기대할 수 있는 편익이 더 크지 않을까 싶어 시도해 봅니다. 반대로 듀게에서의 논의가 친구들과의 논의, 나아가 제 생각을 심화시키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친구 덕분에 저도 오랜 만에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발전경제학(Development Studies) 분야에서 상당한 논의가 진행된 것 같기도 하고요. 현재까지는 제 생각에 변화가 없는데 마지막에 읽을 책에 따라 바뀔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우 괴로운 일이 되겠지만, [23가지]를 읽어볼 마음의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ㅋ

 

 

4.     첫 소개:

 

송원근 ∙ 강성원, 계획을 넘어 시장으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 대한 자유주의자의 견해,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

PDF 다운로드 링크:

http://www.keri.org/jsp/kor/research/report_type/report_view.jsp?url=&boardSeq=805&page=&masterCode=K001010&sa=v&dsa=researchCommon&selYear=&selMonth=&selDay=&year=&month=&day=&searchMasterCode=&mainsearchkey=

 

자료 소개가 참신하지가 못합니다. 이미 몇몇 언론에서 소개되었고, 지금 보니 지난 한 주 동안 반론들이 기사화되기까지 했네요. 하필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서 나왔다는 사실도 신뢰성이 떨어지는 이유(discount factor)로 작용할 것 같고요.

 

상당히 두툼하고 내용이 비교적 충실합니다. 보고서의 모든 논지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금융위기에 대한 설명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 외에도 더 강하게 짚어야 하는 내용을 데이터만 소개하고 넘어간 부분도 있고, 대중의 이해를 고려하여 더 완곡하고 쉽게 설명해야 하는 내용을 지나치게 원론적전문적으로 설명한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보고서의 참고문헌들이 주류 경제학 내부에서 선별되어 나왔다는 점에서, 그리고 [23가지]의 논지 중 (지엽적인) 일부 - 예를 들어 아동 노동 에 대해서만 말싸움 벌어지기 딱 좋은 식의 비판이 아니라 주요 논지 전반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아주 좋은 출발점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참고로, 저는 이 보고서의 참고문헌 저자들 중 절반 이상에 대해 논문을 직접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한국의 독서 인구가 [23가지]와 이 보고서를 비교/대조하면서 비판적으로 읽어본다면 훌륭한 학습이 될 것 같습니다.

 

너무 장황했네요. 용두사미로 끝나면 안 되는데;;

관심 있는 분의 많은 댓글 부탁드립니다. 보고서 내용에 관한 질문도 환영합니다. 저도 틈나는 대로 이병천 등의 반론 투고를 읽어 보겠습니다. 제가 답변할 수 있는 것들은 시차가 생기더라도 댓글을 달겠습니다.

 

다음에 또 쓰게 되면 (저명한) 경제사학자의 [Kicking Away the Ladder] 서평 번역을 소개하겠습니다.

 

    • 장하준 교수에 대한 비판으로는 배진영 인제대학교 교수의 글도 있지요.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
      아동노동에 대한 비판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서 '시장은 사회문제를 해결해 주는 곳이 아니다'라고 반론했지요.
      즉 유럽에서 아동노동이 없어진 이유는 법적 규제가 아니라 경제적 풍요 때문이라는 것이죠.

      http://www.dailian.co.kr/news/news_view.htm?id=239206
    • 방금 '나는 가수다'를 봐서 이 정리 안되는 두근거림을 어딘가에 풀고 싶었는데, 일단 링크된 장하준 비판을 읽어볼게요.
      학교 다닐 때 경제학 수업은 좀 들었지만 전공도 아니었고 벌써 5년전이라 얼마나 이해를 할 수 있을까는 모르겠습니다.
    • 아, 그런데 저 반박글의 첫 문장부터 쫌 눈에 걸리네요;; '장하준은 (...) 시장보다는 정부가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로 시작하는데, 장하준이 그렇게 주장하나요?? 시장이 만능이 아니라는, 아주 안전한 결론에서 멀리가지 않을텐데. 암튼 읽어 볼게요;
    • 바로 옆에 <23가지>가져다 놓고 반론논문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재밌는 글 소개 감사합니다. 그런데 참 뭐랄까 이 자유주의스러움은 참 적응하기 힘드네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의 원인을 정부가 시장친화적 경제운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대목은 꽤나 괴랄해 보입니다. 이걸 이해하려면 좀 더 많이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 bad gateway라고 나옵니다만.
    • pc에서 대댓글을 다는 방법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가입 전에 본 적 있는데, 지금 검색해 보니 못 찾겠네요.
    • nishi// 저는 잘 나옵니다만, 혹시 계속 안 되시면 그냥 포털에서 "계획을 넘어 시장으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 대한 자유주의자의 견해"라고 검색해 보세요. 한국경제연구원이 연관 검색어로 뜹니다. 링크 타고 들어가시면 회원 가입 등의 절차 없이 다운로드 가능합니다.
    • 대댓글은 모바일버전에서만 달립니다
    • 링크는 저도 잘 나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계속 따라가면서 읽겠습니다.
    • 읽을거리에 목말랐었는데 잘되었네요. (다운받고 있는 중입니다. 중국에서 3G로 접속하는지라;;)평소 장하준류의 주장이 너무 속편하고 게으르게 진보층?에 흡수되는게 영 게운치가 않았았기에 더 반갑고요. 진보는 뻥쟁이 푸닥거리 무당이라는 인식을 대중에게 주는것을 경계해야하는데 그것이 내부적인 경보체계가 너무 약한거 같고.... 천천히 읽어보고 또 댓글 남기겠습니다.
    • 저도 첫문장부터 좀 ;;; 장하준이 저런주장을 했었나요?? 허수아비 치기 오류같은데..
    • 호레이쇼// 감사합니다. 네 이게 참 답답한 노릇입니다. 지금 인터넷 언론에 실린 보고서에 대한 반론들도 비슷한 얘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역시 경제학 전공자 입장에서는 장하준이 얘기하는 주류 경제학 -물론 그는 신자유주의라는 용어를 씁니다만- 의 주장에 대해서도 꼭 같은 말을 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시장이 만능이라는 주장을 하는 교과서나 논문을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그런데 장하준이 주류 경제학과는 대단히 다른 얘기를 한다고 스스로를 부각시키니 참으로 어리둥절한 것입니다. 솔직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습니다.

      이런 의사소통 장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명백하게 오류라고 지적할 수 있는 얘기들도 많습니다.
      보고서는 2가지가 섞여 있는 것 같습니다.
    • 시장이 만능이라는 교과서나 논문은 없는지 몰라도 그런 주장을 하는 언론.그런 주장을 하는 연구소는 널렸던데요.-대표적으로 전경련 산하 자유기업원이라던가.전경련 기관지인 한경이라던가- 장하준의 책이 왜 그러한 헛점에도 불구하고 대중들한테 먹혀들어가는지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보시는게 좋을듯 합니다만.

      현재 한국의 현실에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게 제가볼때는 사실상 시장 만능 주의와 동일어입니다. 시장이 모든것을 해결한다.그러니 정부는 간섭하지 말라는거죠. 전 경제학에 대해서 잘 모르고 경제원론밖에 수강안해봤지만.현재 한국의 현실 상황이 그러한게 확실한데 학계에선 그런 주장이나 논문은 없다.라고 하시는건 지나치게 나이브한 주장을 하시는것으로 밖에 안 보입니다.
    • 헥헥 다 읽었습니다. 아프리카나 교육 얘기는 좀 건성으로 넘겼고요. 그런데 김리벌님이 이 반박글의 어떤 점을 주목하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이건 그렇게 팩트 관계는 일단 논외로 하면 (예를 들어 교육(여기서 말하는 교육은 말 그대로 가방끈인 거 같은데)이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가는 거의 전적으로 데이터와 상관관계 검증 문제로 데이터 없이 논쟁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 인상적인 반박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방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가는 게 좋을까요 ^^;
    • 시장주의자들은 시장이 만능은 아니지만 현실세계에서는 최선책이라는 주장을 한다고 보입니다.

      장하준에 대해선 논할 깜냥이 못되고 우석훈 교수에게더 같은 식의 비판을 가할 예정이시라면 공감하며 정독할준비가 돼있네요.

      글 잘보겠습니다.
    • 우선, 모든 논의에 앞서 확실히 하고 싶은 게 장하준은 절대 좌파 경제학자가 아니고 주류 경제학의 전제를 많은 부분 수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장하준이 노동자의 임금이 나라마다 다른 것은 이민 제한 정책 때문이라고 말 할 때, 장하준은 그것이 많은 시장주의 경제학자들에게 무시당하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는 것이지, 한계생산성이 임금과 연관있다는 걸 부정하는 건 아니라는 거죠.
      그 정도에서 전선을 긋고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습니다. 장하준이 말하는 그런 시장만능주의자가 어딨냐고 하겠지만, stardust님의 현실론 뿐만 아니라 소개해 주신 송원근 주장 정도도 그 선을 넘은 듯 보이는데요.
    • 구체적으로 장하준의 어떤 주장을 문제삼는지 말씀을 안하셔서 뭐라 반박하기도 그렇네요.
      다만 장하준 책을 쭉 읽어 보건데 국가 개입이 생각보다 더 필요하고 효과적이라는 주장같은데 이게 그렇게 이상하나요?
      주류 경제학자들이야 장하준이 그래프와 수식 없이 주장을 하니 쌩까는 거라고 봅니다. 누가 옳고 그른게 아니라 그분들은 그쪽이 전문 분야다 보니 장하준의 문학적(?) 수사들에 대해 반박할 생각이 없으시는 거겠죠.
    • amenic// 올리셨던 글은 눈팅 회원 때 읽었습니다. 위에서 “말싸움 벌어지기 딱 좋은 식의 비판”이라고 한 것이 해당 글을 염두에 둔 것이었습니다. 여러 가지를 얘기할 수 있겠는데, 나눠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배진영 혹은 한국 하이에크소사이어티는 주류 경제학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물론 장하준 보다는 주류 경제학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현재 대학에서 하이에크주의(또는 Austrian school)는 주요한 참고문헌으로 다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즉, 장하준과 함께 30% 혹은 5% 예외 중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보셔도 됩니다.

      현실 정책 면에서도 그런 것 같습니다.
      http://www.economist.com/node/17522368
      을 보면, 금융위기와 관련하여 미제스-하이에크로 대표되는 오스트리아 학파의 이론이 거의 논의되지 않고 있다, 무시되고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댓글 중에는 주류 경제학을 케인즈주의와 통화주의로 보고 오스트리안을 제외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무시는 지나친 면이 있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다 심각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니 언제든지 주류 경제학의 장에서 주요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유력한 후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관심있는 분은 [이번엔 다르다]라는 책도 한 번 검색해 보세요. 로고프가 하이에크주의자는 아니겠지만..)

      Economist가 오스트리안의 이론을 검토해야 한다고 한 이유를 보면, 금융위기의 원인에 관한 오스트리안 이론의 4단계 논증을 단계별로 검토해 보면 모두 relevant 하기 때문이라는 취지임을 알 수 있습니다. 결코, “시장은 완벽하다. 시장을 내버려두면 경제위기 안 생기고, 생긴 후에도 해결된다. 그러니까 정부 개입에 대해 가장 강하게 반대하는 오스트리안의 얘기가 맞다” 이런 식으로 논의가 진행되지 않습니다.

      오스트리안의 핵심 주장은 시장이 정부 개입 없이 아동 노동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이 주류 경제학의 핵심 주장이 아닌 것은 더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런데 사람들은 계속 이런 얘기를 갖고 갑론을박하며 서로 허수아비 치기만 일삼고 있는 것입니다. 한 쪽에는 비전공자 다른 한쪽에는 전공자 중 고집스럽고 대중 의사소통에 미숙한 일부가 대치하면서요.

      오스트리안을 비판하려면 그들의 4단계 논증을 이론적, 경험적으로 반증하면 됩니다. 이게 경제학자들 간의 대화법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아동 노동 이슈가 금융 위기에 관한 학문적 이슈보다 덜 중요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논의가 적절하게 구별되고, 각 주제에 맞게 대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편가르기만 난무하는 게 문제라는 것입니다.

      지금 제가 [느슨한 독서 모임]에서 읽고 있는 [다윈의 식탁] 첫 장은 강간을 자연선택-적응의 결과로 볼 수 있는가에 관한 가상 논쟁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자연선택-적응의 범위에 관한 진화생물학의 논쟁은 고유한 방법론과 연구성과를 광범위하게 축적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강간에 대한 해석 이슈는 그 중 하나일 뿐이죠. 그런데, 이게 뜨면 너도 나도 다 한 마디씩 하면서 논의가 산으로 가게 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시장에 관한 논의도 대체로 이런 식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 정도만 말씀 드리고 다음에 배진영 교수관련하여 더 댓글을 달든지 하겠습니다.
    • 시장이 만능이라고 주장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들은 많다. <--- 이거 적어도 한국에서는 아닙니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시장자체의 논리가 제대로 작동이 안되서 생기는 문제가 더 보편적이기도 하구요.
      복지문제를 시장경제와 연계하여 논하면서 발생하는 혼동도 있는거 같구요.

      아주 간편하게 예를 들어보면 '의료보험'....이거 자유주의 시장경제하의 다른나라와 한번 비교를 해보면 한국이 정말 희안한 나라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4대강을 봐요. 이게 시장논리로는 말이 안되는 삽질인데 버젓이 경제살린답시고....이런거야말로 리얼 한국이죠
    • 에고 얘기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일단 송원근 글의 첫 파트인 노동과 시장을 보면, 송원근은 무슨 자신감으로 장하준이 개인간 생산성 차이를 무시한다고 주장하는 지 모르겠어요. 장하준이 3장에서 주장하는 건 (폭넓은 의미의)미숙련 노동자 생산성은 사회 구조적 자원 배분이나 역사적으로 누적된 투입 자본의 양을 제외한다면 지금같은 차이가 날 리가 없다는 겁니다. 거칠게 말해 스웨덴 청소노동자와 중국 청소노동자의 개인 능력에 의한 생산성 차이는 미미하다는 거죠. 이걸 반박하는 건 상식 밖이라고 생각합니다. 송원근도 그 점은 그냥 에두르죠. 그럼 장하준은 송원근이 왜곡하여 암시하는 것처럼 숙련 노동자나 높은 생산성의 전문직까지 스웨덴과 중국의 노동자가 차이가 없다고 주장한 적 있나요?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부분에서의 생산성 차이가 크게 난다고 하죠. 그리고 그건 개인의 힘만이 아닌 사회가 역사적으로 축적한 자본과 시스템 덕분이라고 하는데, 이걸 주류경제학이라는 데서 반박하나요? 상식적인 것 같은데.
    • 그 다음 부분인, 미국의 유난히 높은 CEO 연봉에 대해서 전부 시장이 결정한다는 논리도 제 생각에는 너무 단순한 것 같습니다. 그 논리라면 미국의 CEO 자리는 80년대 이후 공급은 정체됐는데 수요는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건데요. 유독 미국만 왜 그럴까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없습니다. 미국에 좋은 경영학과 많잖아요 ^^; 송원근이 근거라고 든 걸 잘 보면 결국 만물은 수요와 공급에 의존한다 인데, 이건 근거가 아니고 주장이죠. 이게 장하준만의 주장도 아니고 분명한 주류 경제학자라고 할 수 있는 폴 크루그만도 미국 CEO의 급격한 임금 상승은 정치적으로 신자유주의가 득세하면서 제도적인 변화를 거친 결과라고 합니다. 상식적으로 똑같은 산업 업종이고 비슷한 규모의 회사가 두 문화권에 있다는 이유로 CEO 연봉이 수 배 이상 차이가 난다면 이건 제도나 헤게모니의 힘이라고 봐야 하지 않나요? 혹시 미국 기업이 더 Top 의존적이어서 그렇다는 설명을 하나요? 그건 좀 억지 같은데.
    • 장하준은 주류 경제학 이론을 비판한다기 보다는, 그게 현실에서 그대로 통용되지는 않는다, 생각보다 정치적인 요소가 중요하다는 것을 실증하는것 아닌가요? 그 실증의 결과가 주류 경제학의 컨센서스와 다르다고 해서 장하준을 비판하는건 뜬금없죠.
    • 아이고 그 사이에 많은 분들이 좋은 의견들 주셨네요. 음.. 차차 잘 생각해서 제가 답할 수 있는 부분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우선 두 번째 자료를 가급적 빨리 소개해야 할 것 같네요.

      stardust님의 지적에 대한 잠정적인 답변을 간단하게 드리자면,
      우선, 장하준의 일련의 저작들이 한국의 경제정책 결정 과정만을 현실적 배경으로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중요하게 지적하고 싶습니다.
      (+장하준의 책은 모두 영어로 영국(?) 등에서 출간되고 우리가 읽는 것은 국역본임을 생각해 보면 이것은 비교적 명확하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주식회사 한국의 구조조정]도 국역본입니다.)

      다음, 시장이 만능이라는 잘못된 주장을 비판하기 위해서라도 주류 경제학의 현실과 보다 중요하게는 주류 경제학의 논증 규범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하준은 시장 만능주의에 대한 견제로 그리 의지할 만한 reference가 못 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장하준의 작업들에 기초하여 정책을 입안할 수 없습니다.
      논의가 충분히 진행되면 주류 경제학에서 말하는 제도 설계에 대해서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시장만능주의도 문제지만 시장만능주의반대만능주의도 문제라고 봅니다. 한국에 지금 이런 경향이 확대되고 있다고 보며, 그 주요한 이데올로그로 장하준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둘 다 문제인데, 제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얘기해 보고 싶은 것입니다. 듀게에서 시장만능주의를 비판하는 글을 굳이 제가 쓸 필요가 있을까요? 다 아는 얘기를?
    • 김리벌/ 의지할 만한 레퍼런스가 못되는 것 역시 주류 경제학적 관점은 아닌지요? 예를 들어 장하준이 제시하는 역사적 실증 자료들도 충분히 학적 근거를 가진 논거들이라고 보거든요. 반드시 경제학 수식으로 논증되어야만 레퍼런스는 아니잖습니까. 정책의 레퍼런스에 대한 지적 독점권을 주류 경제학에서 가진건 아니거든요.

      그리고 정책 기반이 될만한 엄밀성이 떨어지는 것과 주장의 정당성은 다른 문제인데 리벌님은 마치 장하준의 주장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말씀하셨지요. 리벌님이 지적하는건 방법론이나 엄밀성의 결여인가요 아니면 장하준의 주장 자체인가요?
    • soboo 님이 지적하신 부분도 정말 중요합니다. 한국에서 시장 논의는 그야말로 난맥상입니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풀어보려면, 교과서에서 시작하는 것도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호레이쇼님의 감사한 댓글에 대해서는 내일 쓰겠습니다. 이제 컴퓨터 끄고 자야합니다.
    • 누악// 둘 다입니다. 그리고 저는 당연히 제 관점, 주류 경제학의 관점에서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적어도 최근 듀게에서는 이런 관점에서 쓰여진 글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관점이 아무 쓸모없다고 보신다면 저도 할 말 없습니다만.. 방법론과 결론에 대한 반론의 구체적 예는 앞으로 조금씩 기술해 보겠습니다.
    • 김리벌/ 주류 경제학을 견지하시는게 문제가 아니라, 비주류 경제학에 대해 주류 경제학의 정책적 레퍼런스로 삼기가 부족하다고 비판하는것은 좀 무의미한것 아닌가 하는 겁니다. 어차피 둘은 영역이 전혀 다르다는것은 익스큐스(?)된거 아니던가요?
    • 그리고 노동시장 파트의 마지막 기업가 정신은요. 이건 어찌보면 경제학 외적인 논쟁거리인 것 같아요. 송원근이라고 필리핀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미국 사람들보다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테고요. 과거 19세기~20세기 거대 기업을 운영하면서 생긴 것이 기업가 정신이라고 말하는데요, 그건 일정 부분 그렇더라도 하나마나한 말인 것 같습니다. 경제학자가 정신만 계승되고 사회구조가 계승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잖아요. 스티브 잡스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아프리카에 가도 무슨 사업을 하겠습니까. 송원근의 말대로 자영업 수준의 기업가 정신밖에 없다 할지라도 그 이유는 그보다 더 대단한 무언가를 해 볼 사회 인프라가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미비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설득력 있겠죠. 게다가 웃긴 게 기업가 정신을 키우는 것이 거대 기업을 경쟁한 과거의 경험이라고, 거대 기업 만드는 법을 묻고 있는 사람들한테 해서 뭐하겠습니까.
    • 김리벌/ 안녕히 주무세요~
    • 누악//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누악님의 지적에 대응되는 방식으로 제 주장을 정리해 보자면, "비주류 경제학이 주류 경제학 보다 좋은 정책적 레퍼런스를 제공한다면 그것을 채택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비주류 경제학은 일관된, 합의된 논증의 규범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결론들 중 타당한 일부는 이미 주류 경제학의 틀 안에서 충분히 논의되었고 수용가능한 것이다. 이론적으로 우월할 뿐 아니라, 정책의 타당성을 설득하기 위한 현실적 방법으로도 우월하다. 단지 한국의 레드 컴플렉스 때문만은 아니다." 정도로 거칠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이제 정말 자야겠습니다. 죄송;;

      +) 제가 좀 느립니다. 제가 처음 읽었던 누악님의 댓글이 약간 수정되어서 제 답변이 별로 대응되게 기술이 안 된 것 같은데, 각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아 저는 그대로 두겠습니다.
    • 호레이쇼// 안녕히 주무세요 꾸벅(__)
    • 김리벌/ 우선, 주류경제학이 무엇인가라는 정의와 주류경제학이 어디까지인가라는 범위에 대해서 보다 정확하게 설명하셔야 할 듯 싶습니다.
      그래야 김리벌님이 장하준과 우석훈을 비판하는 정치적 포지션이 어디쯤 되는가를 금방 알 수가 있기때문이죠.
    • 누악님께서 제 글을 읽고 따로 글을 쓰셨습니다.

      http://djuna.cine21.com/xe/board/1880763

      이쪽과 저쪽에 있는 세간티니님의 두 댓글에 대해서는 적어도 지금 단계에서는 대응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여 답변을 피하겠습니다.

      잠정적이긴 하지만 상당히 기능적이고 비교적 명확하게 제가 생각하는 정의를 밝혔습니다. 이것이 유일하거나 가장 좋은 정의는 당연히 아니지만, 제 논의의 목적에는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됩니다. 장하준은 강의계획서(syllabus)의 reading list 교집합 70%에 들지 않습니다. 따라서 제 정의에 따르면 장하준은 주류가 아닌 것이고요. (제 정의의 외연이 상당히 좁은 것은 충분히 아실 수 있을 텐데.. 좀 더 넓은 정의를 채택하더라도 장하준이 들어올 정도까지 넓어지면 그리 유용한 정의는 아닐 것 같습니다. 케바케죠.)

      오히려 제가 몇몇 분들에게 묻고 싶은 것은 이것입니다. 본문에도 약간 암시했고요.
      장하준은 자신을 주류라고 생각할까요? 장하준은 여러분의 주류 순치적 장하준 해석을 좋아할까요?
      제가 답을 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정말 궁금해서 여쭤봅니다.

      사뮤엘슨은 주류의 아버지라고 해도 될 것 같고, 스티글리츠에 대해서는 다음에 얘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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