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 친구의 이야기

오늘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는데 한 사연을 들었습니다. 며칠 전 친구가 외국에 있을 때 
세들어 살던 집의 오너에게서 이메일이 왔다고 합니다.(그들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소식을 교환하는 친밀한 사이입니다.) 친구가 귀국한지는 1년 가까이 되어갑니다. 
그 메일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사정이 있어 집 마당에 있던 라임 나무를 베어내게 되었는데 
아직 채 10살이 되지 않은 아들이 펑펑 울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엄마가 아들에게 왜 우는지 
물었다고 합니다.

"저 라임나무는 한국으로 돌아간 Oh(친구가 오씨입니다)와 나의 추억이 깃든 나무다. 
나는 그에게로부터 저 나무를 통해 나무를 타는 법도 배웠고, 
열매를 따는 법도 배웠기 때문에 지금 무척 슬프고 마음이 아프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 코끝이 조금 찡해졌는데요. 저도 그곳을 방문했을 때 그 아이를 
본 적이 있고, 부모가 이혼한 상태에서 제 친구는 녀석에게 형, 삼촌, 친구 노릇을 
톡톡히 했습니다. 단순한 세입자가 아니었던 것이지요. 제 친구도 아이가 만들어준 
점토 장식품을 자신의 차 앞유리에 붙이고 다닐 정도였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고등학교 시절 머리가 백발에 가까운 공업 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기억났습니다.

'젊을 때 문학작품을 많이 읽어둬라. 나중에 나이들어 읽으면 감흥이 없다.'

당시에는 그 말씀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문학을 배척하는 말이 아니었기에 그다지 반감이 
들진 않았고 연세가 있으신 분이 하신 말씀이니 나중엔 이해가 가겠거니 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살면서 늘 한켠에 둥둥 떠다니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분명 그럴만한 나이는 아니지만 아주 조금은 옛 선생님의 말씀을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합니다. 
막장드라마가 TV속에 있는 것이 아니고, 지고의 깊이가 깃든 작품은 책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살아가면서, 제 자신과 주변의 인간군상들을 보며 느껴가기 때문입니다. 

일상의 복잡다단함 속에서도 넘치게 직간접 체험하는 것들을 굳이 책까지 읽어 느끼거나 깨닫거나
할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는 것입니다. 혹은 나이가 들수록 세속에 찌들어 감동할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오히려 문학 작품을 더더욱 읽을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생각도 해봅니다. 

어쨌든 그런 것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만, 
오늘 제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울림이 있는 하나의 문학을 읽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먼 곳에 있는 그 아이를 통해 마음의 정화를 받은 기분이고,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찍어놓았던 문제의 그 라임나무 사진들


    • 그 나무는 결국 베었나요?
      뭔가 찡하네요. 친구분 좋은 사람인 듯합니다.
    • 네, 제가 글을 애매하게 썼는데 제가 듣기로는 나무를 베었기 때문에 울었고 저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 사진까지 있으니, 뭔가 여운과 울림이 더 크네요. 아이 마음이 너무 애틋하고 예뻐요...
    • 라임나무가 저렇게 생겼군요.
      그 아이 정말 슬펐겠어요. 외국이 아니라 가까이 살았으면 좋았을텐데......
    • 아이도 친구분도 그리고 찔레꽃님도 좋은 사람인것 같아요. 그냥 글을 읽으니 그런 생각이 듭니다.

      '오늘 제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울림이 있는 하나의 문학을 읽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이 문장이 좋군요.

      어떤 작은 사건, 짧게 스쳐간 사람이 타인의 인생에 잔물결을 일으키기도 하죠.
      저도 좋은 여파를 남기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하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 글도 사진도 너무 좋아요. 저 외국에 살았을 때 기억도 나고요.
      그런데 찔레꽃님 남자분이셨나요...?(그게 왜;;;)
    • 세상에나 나무를 왜 베었을까요. 저라도 슬퍼 울었을 거에요. 추억도 추억이지만 너무 예쁜 나무네요.
    • 닭튀김특공대님// 울지마세요 :)

      옥수수가 모르잖아님// 사진 안찍어뒀으면 후회할뻔 했지요.

      Dear Blue님// 저게 두 나무가 종류가 다른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하나는 뭔지 모르겠습니다.

      쿠모님// 확실히 제게 좋은 여운을 주셨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이 되려고 딴에는 노력한다고 하는데 쉽지 않네요.
      옷깃만 스쳐도 향이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데 매순간 노력하는 것이 참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Koudelka님// 고맙습니다. 한국 들어오셨나요? 전 왜 아직도 쿠델카님이 외국에 계시는 것으로 희미하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쿠델카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제게 인상깊었던 건 몇 달전 노래방의 두남녀, 운동이야기랑 가사노동력 제로같은 것.
      노래방 글도 있었는데 외국에 계신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니 저의 뇌가 엉망인가 봅니다.
      육군 병장 출신입니다. 닉네임은 장사익님의 노래가 좋아서 지은 것입니다. 하긴 저랑 꽃이라니..좀;;

      수입소스코너님// 정확한 사정은 저도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나 봅니다. 나무 예쁜데 안타깝지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9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1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3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2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9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8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4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