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완의 엔딩, 니나의 이후, 붉은 지젤.

 

보고 난 다음 몸이 덜덜 떨렸습니다.

오한이 가라앉고 나는 말했습니다. "그 정도면 상당한 해피엔딩 아닐까?"

여자친구가 말했습니다. "언니에겐 해피엔딩일 거라고는 생각했어."

 

"일단 니나에게 해피엔딩이고, 관객들에게도, 그리고 발레에게도 해피엔딩이잖아.." 라고 나는 말했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밤, 버스를 타고 집에 오면서 곰곰히 생각해보았는데

제가 발레리나라면, 그 이상의 행복한 결말은 생각지 못할 것 같습니다.

완벽한 춤을 추었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환한 무대에서 죽는 결말이라니, 그건 거의 꿈과 같은 결말 아닐까요.

 

물론 거기까지  가는 중에 정신이 바스러지긴 했지만,

정신이 바스러진 댓가로 그런 무대를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니나가 바란 것일 테고

자신이 갈구하던 것을 손에 쥐고 그 절정에서 끝낼 수 있다면,

와.

 

 

 

+ 니나의 모델은  Gelsey Kirkland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어떤 언급도 읽지 못했습니다.

저는 발레에도 대해서도 Gelsey Kirkland에 대해서도 잘 모릅니다.

다만 강박신경증으로 '백조의 호수'를 단 한 번만 공연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씨네21에서 김지영은 니나가 니진스키처럼 정신병원으로 가지않았겠냐,고 말했지만

그건 너무 우울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니나가 살아남는다면, 

전과 다른 멋진 댄서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그러길 바랍니다.

숨을 거두는 것처럼 보이는 지금의 결말 역시 축복이지만요.

 

 

 

+ 이건 다른 이야기. 

 

 

에이프만 발레단의 붉은 지젤이 삼 년 전  한국에서 공연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요즈음 가장 보고 싶은 무대입니다. 하지만  다시 한국에서 볼 일은 거의 없겠지요.

언젠가 제가 러시아에서  보게 되겠지요 :)

 

 

 

'붉은 지젤'의 모델 올가 스페치브체바도 정신분열증으로  병원으로 갔다고 하는데

발레의 세계에 그런 일이 많은 건가요, 아니면

제가 알고 있는 적은 폭의 지식 안에서 그런 일이 자주 보인 것 뿐인가요..?

이런 질문이 혹 무례한 것이 아닐까 조금 저어되기도 합니다.

 

 

  

    • 물론 그것으로 다 이루었도다라고 할 수 있긴 하겠지만 전 포텐이 폭발해버린 그 순간부터 니나의 인생이 다시 시작되는 거라고 생각
      했어요. 어느 만화인지 기억은 안나는데 발레 만화였어요. 주인공이 그야말로 완벽에 완벽을 다한 공연을 끝내고 더 이상 이렇게는
      추지 못할거라고 좌절해버린 순간, 코치인지, 단장인지, 하여간 그 비스무리한 사람이 이렇게 말해요.
      넌 앞으로 계속 추게 될거야. 어느 때는 이 것보다 못추게 될테지. 어느 순간에는 오늘 춘 어떤 부분이 훨씬 더 잘추어질지도 몰라.
      네가 사는 삶은 그래. 그렇게 살아가는 거야.
      니나도 그렇게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어느날은 불완전하기도 했다가 어느날은 어떤 부분은 훨씬 뛰어나게 추었다고 생각하며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 에이이프만은 국내에 자주 오는 편이니까(또 한번 오면, 이전 작품 두개+새 작품 하나 이런 식으로 묶어서 공연하니까) 언젠가 한국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러시아 유명 발레단은 백야 시즌 아니면, 거의 해외에 있기 때문에 러시아에선 더 보기 힘들다고 하니까요. ^^
      근데 사견이긴 하지만 에이프만의 '레드 지젤'은 기대보단 별로였어요. 좀 짧기도 했고요(에이프만은 역시 '카라마조프'가 최고!). 그의 '안나 카레니나' 만큼 실망했던 건 아니었지만요. 에이프만만의 해석을 저는 별로 많이 발견할 수 없었던 작품이에요. 올려주신 저 장면이 발산하는 에너지와 아름다움은 지금도 생생하지만요.
    • 전 영화가 정신적인 고통을 엄청 준다기에 니나가 끝내 무대에 못 오르거나 무대가 니나의 환상일까봐 덜덜 떨면서 봤어요, 다행히 감독이 그렇게 잔인하지 않아서 저에게도 어느 정도 행복한 결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이 진짜 한방을 뚝 떨어졌는데 슬퍼서가 아니었거든요
      정신병력하면 클래식 세계에선 고전 클리셰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전 음악가들이나 소설가들의 예가 더 많지 않을 까 싶어요. 이것도 편견이겠지만 발레리나들은 다른예술인들보다 더 강한 멘탈과 통제력과 체력을 요구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참, 스포 표시 필요할 듯 해요)
    • 니나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그 끝이 궁금해서 그랬는지, 뜬금없이 쿠키가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앤딩 자막 다 올라가고
      극장 안 불이 켜질 때까지 자리에 앉아있었어요.
    • 덧붙여 니나가 살아남으면 정신병원 간다는게요, 전 자해 관련해서도 그렇지만 베스(위노나)를 손톱갈이로 공격했기때문이 아닌가 싶거든요. 베스와 엄마, 그리고 자신을 어느 정도 동일시한 부분이 있어서 유일하게 자해=타자에 대한 공격이 일치한 부분이 아닌가 싶기도하고요, 아님 이걸 다른 분들은 다 환상으로 보신건가요?
    • 유디트/ 얼굴에 피흘리며 소리지르는 병실의 베스 장면은 환상으로 보았습니다.
      (제목에 '엔딩'이라 써 있으니 그 자체만으로 스포 표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Thule/ 러시아가 제 로망의 나라라서....
      러시아에서 보고 싶어요 +_+
    • 베스나 베로니카에게 행한 일들은 다 환상혹은 분열이었죠. 니나가 행한건 자기에게 한 일밖에 없는듯.
      니나가 죽든 말든 별 상관 없다 생각하니까, 최선의 엔딩이었죠.
      암튼 감독은 인정이 있는 사람이었고, 그게 니나의 예술완성을 더 아름답게 보여준것 같아요.
    • hybris/ 백야 시즌에 가세요. ^^; 제 지인이 얼마 전 러시아 갔다 왔는데, 백야 직후라 마린스키 시즌 오프고 어디는 공사하고 이래서 문 앞에서 사진만 찍다 왔다 하더군요.
    • 정말 최상의 해피엔딩이죠. 잃은 건 거의 없지만 전부를 얻었잖아요.
      니나가 한 일탈이 몸로비, 자위, 엄마한테 반항, 마약, 동성애, 상해, 살인, 시체 유기..근데 다 환상속에서 한 일이니
      사회적으로 아무 부담 없이 예술가로서의 자유만 얻었어요. 정말 괜찮은 deal이었던 것 같아요.
    • 니진스키와 올가 스페시브체바 말고는 광기에 시달린 댄서는 잘 모르겠네요. 기인 소리를 들었던 것도 누레예프 정도고 그 후의 발레 스타들은 정신적으로도 균형잡힌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 거 같아요.
    • 7, 8월이 시즌 오프니까 그외에는 언제 가셔도 좋아요. 백야 시즌에 가시면 날씨가 좋아서 관광하기도 좋다는 장점이 있군요. 단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시기라 좋은 공연의 표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표값이 다소 비싸진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 목숨을 잃었는데 잃은게 없다니. 죽음이라는게 그렇게 가치가 없는지 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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