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의 카다피는 과연 차우셰스쿠처럼 끝날까요?
1.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는 대규모 민중 봉기에 기겁해서 스스로 수도 부쿠레슈티를 떠났다가 부부가 사로잡혀 벌집*이 되고 맙니다.
이 와중에 수도에서는 보안군(세큐리다테)이 민중과 합세한 군을 진압하는 한편 차우셰스쿠의 신변을 확보하기 위해 준동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독재자가 자기를 지켜줄 도구를 포기하고 위험에 노출되었을 때 어떤 결과를 맞이하는지에 대한 극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죠.
2,
카다피는 차우셰스쿠처럼 권좌에서 쫓겨나 단죄를 받을까요? 권좌를 잃는것과 처벌받는것 두가지 모두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첫번째는 단어적인 의미로도요.***
첫째로 리비아에 존재하는 지역갈등이 카다피의 지지기반과도 경계를 같이 합니다. 며칠 전 시위가 일어나 시위대가 점거했다는 벵가지는 반 카다피 정서가 강한 지역인 까닭에 카다피도 군대를 동원해서 진압한다는 강수를 둘 수 있었죠. 그만큼 자기를 지지하는 지역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둘째로 이 충격적인 사태. 박격포를 시위군중에게 사용한다든지, 진압을 거부한 병사들을 화형에 처한다든지, 전투기 기총소사로 군중을 학살한다든지..
이런 극단적인 사태에 대해 카다피는 내성이 있습니다. 80~90년대 종교계가 주축이 된 반정부 음모(그쪽 주장이죠)에 연루된 인사들을 교도소에서 1000명 이상 총살해버렸죠.
셋째로 외부세력의 개입이 쉽지 않습니다.
리비아 사태를 안보리에서 의논한다지만 카다피는 사담이 엄한 이유로 미국에게 목이 달아나는걸 보고 미국과의 관계를 복구하고 서방과도 외교를 회복했습니다. 미국이나 나토에서 무력개입을 시사한다고 해도 시일이 걸리는 일인데 현재 리비아는 각종 설이 난무하며 인터넷과 외신의 보도는 강력하게 통제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정확히 알 수 없고, 거기에 가 볼 수도 없습니다. 광주 사태에서 군부는 광주를 고립시키고 만행을 자행했고 8년간 집권했습니다.
3.
그렇다면 카다피가 몰락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사실 아프리카나 아랍권 독재자(혹은 국왕들)의 권력은 생각만큼 강력하지 않습니다. 강력한 부족들이 연합체를 이루어 형성된 경우가 많은 까닭에 대부족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고 종교계의 발언권이 큰 까닭에 이들의 비위도 거슬려서는 안 됩니다.****
최근 보도에서는 리비아 내 다섯 부족 중 두 부족이 카다피에게 반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군의 이탈과 시위대에의 합류는 이 부족의 영향력에 속하는 군대의 경우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상황은 민중시위에서 내전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반 카다피 지역에서 시작된 시위는 카다피의 지지기반인 트리폴리까지 밀려왔고, 여기서 서쪽으로 더 번질 수 있는가를 두고 수도에서 처참한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수도에서 밀려나고 국제사회가 개입할만큼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카다피는 '리비아의 독재자' 노릇은 못하게 되겠지요.
4.
그러나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고 불투명합니다. '군의 일부'가 반기를 들었고 '카다피를 암살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카다피의 아들간에 총격전'이 일어났다는 보도가 이어졌지만, '카다피가 베네수엘라로 망명'했다는 보도는 카다피 본인이 방송에 등장해 부인했습니다. 시위대가 점거한 리비아 제 2의 도시에선 카다피의 6번째 아들*****이 군대를 동원해서 군중을 진압하고 있습니다. 사태는 유동적입니다.
5.
튀니지와 이집트는 비교적 평화롭게(위의 상황에 비해) 독재자를 축출했습니다. 세번째 대상이 된 독재자는 앞의 두 사례에서 얻은 교훈이라도 한 듯 시위대를 학살하고 있습니다. 그가 성공한다면 바레인도, 예멘도, 오만도.. 혹은 시리아도 그 길을 따를 겁니다.
카다피가 국민의 시체 위에 여전히 군림하는 광경은 소름끼치는 일입니다. 그리고 다른 독재자들이 카다피를 흉내내는것은 더더욱 끔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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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식재판으로 사형판결 후 사수 10명 중 절반에게만 실탄소지를 허가했으나 독재자 부부에게는 160발의 총탄이 쏟아졌습니다.
**세큐리다테가 언제라도 차우셰스쿠를 구출하러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라 급하게 재판이 진행되었습니다.
***카다피는 쿠데타 직후 대통령을 역임하지만 사임 후 공식적인 직함 없이 리비아를 통치하고 있습니다.
****스탈린의 그것을 모방한 개혁을 추진했던 팔레비는 호메이니로 대표되는 종교계+민중봉기로 몰락했습니다. 그 후 이란은 준 신정국가가 되었습니다.
*****카다피의 여섯번째 아들은 러시아에서 군사훈련을 받은 군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