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잡담] 양심적으로 사는 일의 어려움
제목이 거창하지만 별 얘기는 아녜요.
얼마 전에 아버지 운동화가 떨어져서 온라인으로 한 켤레 주문해 드렸지요.
헬스 클럽에서 신으실 신발과 산책하실 때 신으실 신발이 두 켤레 필요했지만, 주머니 사정상 눈 딱 감고 한 켤레만.
'잘 받았다. 열심히 운동하마.'라는 문자를 받고 며칠 지나 집에서 문자가 또 왔어요.
'운동화가 또 왔다. 전화해라.' 하시는 거예요.
일하다가 문자보고 '말로만 듣던 일이 우리에게도 일어났군요', 답장 보내고 웃었지요.
(예전에 듀게 어느 분은 무려 디카를 두 대 배송받으신 일이 있지요? 그 분도 갈등을 겪는 내면에 대한 글을 올리셨던 듯... ^^)
그리고 전화를 했더니, 어머니가 '그 사람들 이래가지고 돈도 얼마 안 남겠다. 알아보고 처리해라.' 하시기에 업체로 전화를 하기를 여러 번. 늘 통화중이었어요.
여러 날이 갔지요. 그 와중에 어머닌 전화됐니, 어떻게 했니, 자꾸 물으시고...ㅠ
오늘 드디어 통화가 되었지요. 상담원은 고맙단 말 대신 죄송하단 말을 기계적으로 하고는, 내일 부모님 댁으로 회수하러 사람 보낸답니다.
그런데, 전화를 끊고 나니, 그냥 두 켤레 다 신으시라고 할걸, 후회가 됩니다.
솔직한 마음이에요. 네, 제 양심은 바른 일을 하고 후회를 하고 있네요.
아, 이 혼란! 이게 먼 일?
다 자라고도 한참 지나, 이제는 늙어가는 처지에 이런 일로 흔들리다니, 사람의 마음이란 오묘하군요!
양심을 지켰어, 라고 위안 중이지만 자꾸 생각나요.. ㅠ
덧:
내가 쉽게 욕하는 비양심적인 사람들의 마음도 애초에 오늘의 제 마음에서 출발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내가 미워하는 기업가들, 정치가들 생각도 나고, 더 큰 이익 앞에서 나는 어떨까, 이런 생각도 들고.
운동화 한 켤레가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