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시간 보고 왔는데... (스포일러죠)

으아... 의외로 생각 못 했던 지점에서 불편한 영화였어요. (물론 문제의 그 장면도 충분히 불편했지만...)

뭐랄까, 아론 랠스턴 캐릭터가 너무 '역시 난 쿨한 어메리칸이지' 식의 삶의 가치관을 온몸으로 구현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달까요...

자전거 타다 자빠지고 나서 쿨하게 셀카를 찍는 대목에선 귀엽기도 하지만 좀 느끼하더군요...

 

물론 그의 온몸으로 삶을 살아내는 듯한 성실한 태도나 삶에 대한 불굴의 의지 같은 걸 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고 저에게 그럴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 이 모든 것은 내가 선택한 거야. 내 잘못이지. 이 돌은 애초부터 이 곳에 떨어지게 되어있었어.'

하는 식의 깨달음을 얻는 부분에서는 그런 간지러운 느낌을 특히 많이 받았어요. 나, 나, 나... 내 삶에 대한 긍정.. 그런게 멋져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멋지기야 멋지죠) 한편으론 좀 보기 피곤하기도 하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아론이 미래에 아들이 될 아이의 환영을 보며 기어이 스스로의 팔을 자르며 탈출했을 때보다 탈출하고 나서 다른 사람들을

마주치고 그들로부터 도움을 받았을 때 가장 큰 감동을 받았어요. 애초에 아론의 독백과 회상 등에서 개인주의적 라이프스타일 vs. 타인과의 

연대 식의 대립구도도 충분히 세워지고 아론 스스로 기존의 이기적인 마인드를 반성하고 했으니 그러한 감동이 예기치 못한 지점에서 터졌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요. 그래서인지 그 뒤에 덧붙여지는 아론의 삶 - 계속해서 등반을 하고 수영을 하고 삶을 즐기고 하는 - 의 이야기가 오히려 감동을

반감시켰어요. '그래, 넌 여전히 잘난 어메리칸 엄친아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버려서요... 그래도 사고 이후로는 어디 가는지 행선지는 남기기

시작했다는 설명이 더해진 걸 보면 홀로 사는 삶과 더불어 사는 삶의 균형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슬럼독 밀리오네어도 그렇고 대니 보일 감독은 은근히 로맨틱한 거 좋아하나 봐요. 아무튼 잘 만든 영화라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네요.

특히 영화적으로 재미있는 장면들이 많았어요. 그 짧은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 놓은 것부터가 참 대단하죠. 제임스 프랑코 연기도 좋았고요.

    • 그 영화 보는데 주인공과 같은 환각에 빠지더군요.
      • 여러 감각들을 다루는 솜씨가 일품이었던 것 같아요. 보면서 저도 덩달아 목마르다가 음료수 보고 떡실신...
    • 재가 본 상영관에선 뭐야 이거 실화였어? 하는 반응도 많더군요 ㅋㅋ
      • 제가 본 상영관에서도요!
    • 저는 그거 보고 산에 가지 말아야겠다는 교훈을
      • 전 원래 산에 안 가서 그런 교훈을 얻을 수는 없었어요ㅠㅋㅋ
    • 전 돌에 팔이 끼이면 팔 뼈를 부수고 자르면 된다는 지식을 얻었어요.
      • 값진 지식이지요.ㅋㅋ
    • 그런데 상황에 대해 마치 운명인 것처럼 읍조리는 대목은 수용이라기보다는 절망에 가깝지 않았나요
      • 저는 그 부분을 아론 스스로가 상황을 자기 자신에 대한 시험으로서 대하고 있구나라는 시각으로 본 것 같아요. 원래대로라면 그 때문에 시련의 극복 과정에서 드라마가 터져주면서 제가 큰 감동을 받았어야 맞나 싶고요..
    • 아메리칸이라서 꼭 그런건 아닐텐데요. 불굴의 의지로 고난을 헤쳐나간 실화는 우리나라에도 많잖아요.
      • 아메리칸이라는 말은 불굴의 의지와 고난 극복보다는 주인공의 뭔가 개인주의적이면서 항성 긍정적이고 자신감이 과한 듯한 느낌을 표현하고 싶어서 써봤어요. 편견어린 표현일 수 있겠지만요.. 전 마지막에 관계지향적으로 되는 인물 변화가 좀 더 두드러졌더라면 더 좋았을 거 같아요..
    • 전 어디갈 때 행선지는 꼭 알리고 가야겠구나 하는 교훈을..ㅋㅋㅋㅋ 근데 원래 등반가같은 사람들은 산 중독(..)이랄까 그런게 있어서
      사고 당해도 가고...그래도 가고..ㅋㅋ 하는게 있답니다. 다른사람이 아론 랄스턴에 관해서 동영상 올린거 봤는데 약간 휴유증같은건 있는것 같더라구요..(솔직히 그렇게 해놓고 없는게 이상;;)
    • /타보 맞아요 그런 게 있더라고요. 그래서 등산, 아 그리고 특히 낚시....하는 사람과는 결혼하는 거 아니라고..ㅋㅋ 후유증이 있을 만하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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